‘몬스타’ 김원석 PD앞으로 대한민국 음악 드라마는 케이블채널 tvN·Mnet의 ‘몬스타’ 이전과 이후로 나뉘지 않을까. 2회 방송만을 남겨둔 ‘몬스타’는 대중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법한 음악 드라마를 전면에 내세우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새로운 장르의 틀을 대중의 입맛에 맞게 구체화시키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제작초기에는 해도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 드라마 ‘글리(Glee)’와 비교 당하기 일쑤였고, 가수가 아닌 배우진들이 주연을 맡았다는 점과 고등학교 이야기를 다룬 점은 ‘몬스타’가 내재한 불안요소였다.
지난 17일 ‘몬스타’ 12회분 방송 촬영을 모두 마쳤다는 김원석 PD의 얼굴에는 후련함과 아쉬움이 동시에 서려있었다. 제작발표회 당시 “‘몬스타’를 통해 한국형 음악드라마의 기준점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던 김원석 PD. 촬영을 끝낸 그는 마치 “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인터뷰 내내 촬영 중에 있었던 일화와 뒷이야기들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그가 바라본 ‘몬스타’, 그리고 알고 나면 보이는 ‘몬스타’의 소소한 재밋거리를 한데 모아봤다.
# ‘몬스타’는 왜 고등학교 이야기를 다뤘을까?
10. 김원석 PD는 “가능하면 고등학교 이야기는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역설적이게도 ‘몬스타’는 고등학교 이야기를 다뤄야만 했다. 제작을 준비하며 주인공 설정을 놓고 고심하던 그는 연습생, 대학생, 일반인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봤지만 결과적으로는 고등학생 설정을 택하게 됐다. “대학생 이상의 친구들은 자기 노래를 불러야만 진정성이 느껴지더라” 김원석 PD의 말처럼 기존의 존재하는 곡들을 자연스레 부를 수 있는 대상은 음악을 하려하는 학생들뿐이 없었고,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내적 성장’ 이야기를 담기 위해선 학업·학원폭력 등으로 불안정한 고등학생이 제격이었다. 초반에는 KBS2 ‘드림하이’와 자주 비교를 당했지만 ‘몬스타’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부터는 “배경보다는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낸 셈이다.
# 음악 드라마는 새로운 장르다?
10. “아예 없던 것은 아니지만 본격적인 음악드라마는 없었다.” 김원석 PD는 기존의 한국형 음악드라마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 애썼다고 말했다. 그가 ‘몬스타’를 준비하며 참고한 작품은 두 가지, 바로 영화 ‘원스(Once)’(2006)와 ‘미녀는 괴로워’(2006)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개봉한 두 작품에 대해 김원석 PD는 이렇게 말했다. “‘원스’는 음악을 가장 자연스럽게 극에 녹여낸 작품이다. ‘미녀는 괴로워’도 수작이다. 그간 등장했던 음악드라마는 제작비 등의 문제로 음악신이 어설픈 경우가 많았는데 ‘미녀는 괴로워’는 음악영화가 아님에도 음반제작사·쉐도우 가수 등의 설정 때문에 콘서트신에 공을 들였다” 음악드라마의 재미요소는 극 속 인물이 개인의 이야기와 함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순간이라는 점에서 김원석 PD는 앞서 언급한 두 작품을 보면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 ‘몬스타’에는 인기를 얻은 노래만 나온다?
10. 김원석 PD가 ‘몬스타’의 음악을 놓고 가장 고민을 했던 부분은 선곡이었다. “나만 아는 노래를 할 수는 없고, 너무 많이 알려진 노래만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김원석 PD는 ‘몬스타’ 속 음악을 단순히 드라마를 위한 장치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통해 한국 음반사를 재조명하고자 했다.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늪’, ‘흩어진 나날들’ 등이 그러한 시도의 일환이었다. ‘몬스타’ 기획당시에는 자작곡을 부르는 설정으로 가려고 했다는 그는 음악에 대한 욕심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개사는 절대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좋은 노래를 찾아서 진짜 음악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 음악신은 ‘음악’ 따로 ‘영상’ 따로?
10. 현장에서 녹음한 음악을 사용하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움이 따른다. 전문 뮤지션도 아닌 배우들이 한 번에 음악신을 마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모든 음악을 배우들이 구현가능하도록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해야하기 때문이다. ‘몬스타’도 칼라바가 공연 때 부르는 합창곡들은 촬영 여건상 따로 녹음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음악신은 모두 현장 녹음으로 채워졌다. 김원석 PD는 “미국드라마 ‘글리’는 누가 봐도 녹음이다”라며 “앰비언스(Ambience, 음장감(音場感), 임장감(臨場感) 등 음이 퍼지는 효과를 이용한 현장감의 표현)도 없는 음악드라마들은 당연히 평이 좋을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몬스타’의 첫 회에 등장한 ‘바람이 분다’ 음악신은 이러한 김원석 PD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바람이 분다’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버전도 있었지만 결국 현장 녹음한 것을 사용했다. 아무리 녹음할 때 노래를 잘 불러도 음악에 들어있는 감정은 현장 녹음을 따라갈 수가 없다”고 전했다. 노래를 잘 부르든 못 부르든 정말 그 자리에서 부르는 것처럼 들리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쉽지 않은 길을 택한 대신 ‘몬스타’는 다른 음악드라마들과 차별화 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 ‘몬스타’에 노래 못하는 사람은 없다?
10. 작곡에 편곡까지 가능한 용준형은 제외하더라도 ‘몬스타’에 출연한 비가수 배우들에겐 이번 작품이 새로운 도전이었음은 분명하다. 하연수는 기타와 노래를 동시에 소화하기 위해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았고, 뮤지컬 배우 출신인 강하늘 또한 첼로를 배우기 위해 험난한 시간을 보냈다. 재미있는 사실은 주연 배우들을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의 능력이다. ‘인간 라디오’ 강의식은 극 중 뛰어난 실력으로 노래를 부르는 능력 외에도 수준급의 피아노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고, ‘차도남’ 박규선은 고등학교 밴드부 보컬 출신으로 기타와 수준급 가창능력을 갖췄지만 ‘몬스타’에선 그러한 능력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다. ‘심은하’ 역을 맡은 김민영 또한 사실은 수준급 노래 실력을 지녔지만 아쉽게도 극 중에서 노래를 부를 기회는 없었다. “개개인의 능력을 살려주지 못해 아쉬운 친구들이 있다”며 김원석 PD는 아쉬움을 표현했지만, ‘몬스타’가 진정성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극 속에서는 드러나지 않더라도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배우들 덕분이 아니었을까. 박규선은 이참에 밴드활동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하니 그에게 ‘몬스타’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을 듯하다.
# 김원석 PD는 ‘소녀’를 좋아한다?
10. 김원석 PD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소녀’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순간이 자주 발견된다. 김원석 PD는 정말 소녀를 좋아하는 걸까? 오명 아닌 오명에 대한 그의 변론은 이렇다. “소녀를 좋아한다기보다는 그 나이 때에만 표현이 가능한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사실 김원석 PD가 정말 좋아하는 장면은 ‘달리는 장면’이라고 한다. 달리는 장면에서는 그러한 젊음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이 최고조에 이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몬스타’에도 이러한 김원석 PD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극의 초반에 설찬(용준형)과 세이(하연수)가 달리는 장면이 바로 그것. ‘몬스타’ 배우 중 가장 달리기를 잘하는 배우로 박규선과 하연수를 꼽은 김원석 PD는 “용준형이 달리기를 조금만 더 잘했더라도 한참을 더 찍었을 거다”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후반에 나나(다희)를 도남과 세이 쫓기 위해서 달리는 장면은 그가 가장 사랑하는 장면이라고 한다. 달리기 잘하는 두 배우가 함께 뛰니 그걸 지켜보는 김원석 PD는 얼마나 기뻤을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배우들도 즐거웠을까?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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