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타’ 김원석 PD케이블채널 Mnet에서 선보인 음악드라마 ‘몬스타’는 뮤직드라마라는 외피를 입고 있지만, 성장드라마다.
북촌고등학교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부대끼며 한 뼘씩 자라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른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자기네들끼리는 심장이 멎을 것만 같은 성장통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는 시기의 아이들이다. 벌써 다 자라 그 시기를 지난지도 한참이 지난 어른들의 눈에는 유치하고 오글거릴지언정, 그래도 감정 한 톨 한 톨이 우주의 무게만큼이나 버거운 그 시기는 돌이켜보면 가장 아름답다.
‘몬스타’는 음악드라마라는 장르로 주목을 받았지만, 아이들의 성장담에 소홀하지 않았다. ‘성균관스캔들’로 가장 핫했던 김원석 PD가 음악드라마를 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한참 전이고, 그때까지만 해도 다들 인기 미국드라마 ‘글리’의 한국판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글리’의 한국판이라 함은, 돌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우리가 흔히 알던 뮤지컬 드라마 식 서사방식을 취한 드라마를 떠올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방송이 시작되고 난 뒤 마주하게 된 ‘몬스타’는 ‘글리’와는 전혀 다른 색감의 음악드라마였다. 물론 ‘몬스타’가 “유치해!”라거나 “오글거려!”라는 평가를 빗겨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음악드라마라는 장르적 결함(?) 때문은 아니었다.
김원석 PD는 “음악드라마의 도식적 구조는 피하고 싶었고, 한국 시청자들에게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는 ‘글리’보다는 오히려 영화 ‘원스’를 떠올리며 작업했다”고 밝혔다.
이제 종영까지 2회 남긴 ‘몬스타’를 떠나보내는 김원석 PD를 만났다.
Q.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판 ‘글리’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벌써 몇 년 전이었으니,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까지의 준비과정도 꽤 길었다.
김원석 PD : 그렇다. 준비를 꽤 오래 했다. 그러나 대본이 일찍 나온 것은 또 아니다. 하여간 엄청난 ‘삽질’을 했었다(웃음). 시행착오가 많았다는 말이다.
Q. 음악드라마라는 장르적인 것에서 오는 고민이었을 것이다.
김원석 PD : 그렇지.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은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음악드라마가 거의 없었고, 음악드라마라고 흉내를 낸 것들도 잘 된 것이 없었던 상황에서 음악드라마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였다. 대부분의 음악드라마에서 음악이 나오면 감정이 깨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어떻게 자연스럽게 할까가 관건이었다.
Q. 결과적으로 어떤 방법을 찾았나.
김원석 PD : 유일한 방법은 음악 하는 아이들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음악과 관련이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다 느닷없이 음악을 집어넣을 수 없으니까. 처음에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로도 설정했다가 또 아이돌 연습생 이야기 등, 별별 시행착오를 겪은 다음 지금의 북촌고등학교로 오게 됐다. 등장인물들이 음악을 하는 동아리에 속해 있고, 그 아이들 중 한명씩 순서대로 그들의 관계를 드러내는 식으로 가져가보자 했다. 어쨌든 주인공 선남선녀가 나오긴 하겠지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상처받은 나머지 ‘몬스타’ 친구들의 이야기였다. 어떤 회차에 어떤 아이가 보였으면 좋겠다 정도로 작가님과 계획을 세웠고, 그 아이가 보여진 순간에 그 아이의 아픔과 음악적인 것이 자연스럽게 결합하도록 하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다. 보통의 뮤지컬 드라마는 노래를 먼저 정하고 어떤 주인공이 어떤 노래를 부른다의 형태로 제작을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갈 수가 없었다. 드라마를 탄탄하게 만들고 거기에 맞는 음악을 정하자라고 생각했다.
Q. 힘든 길인데 구태여 음악드라마를 하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김원석 PD : 1999년부터 2001년부터 Mnet을 다녔다. ‘음악(프로그램) PD를 할 것이냐, 아니면 드라마 PD냐’를 놓고 고민을 하다 Mnet에 합격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즐겁게 다녔는데 그 때 드라마가 더 하고 싶어 나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음악 드라마를 하게 됐다. 영화의 경우에는 ‘미녀는 괴로워’ 처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콘서트 신들의 완성도가 꽤 높지만 드라마는 제작비 등의 문제로 드라마 속 음악 신, 콘서트 신 들의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도 안타까웠다. 그런 이야기를 사석에서 한 적이 있는데, Mnet 시절 선배가 기억을 했던지 기회를 주셨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음악을 찾을 수 있는 드라마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Q. 어떤 음악을 선택할지를 놓고도 고민을 많이 해야 했겠다.
김원석 PD : 음악 선정을 놓고 고심을 많이 했고, 결과적으로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능력 있는 음악감독이 총 4분이다. 영화 쪽으로 유명하신 김준석 감독과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박성일 감독, 또 이동현 프로듀서와 포스티노 프로듀서 등이 함께 선곡을 하고 회의를 하고 각자 나눠 편곡하는 작업을 했다. 노래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했지만 또 나만 아는 노래를 할 수 없고, 너무 많이 알려진 노래만 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그래도 한국음반사, 가요사에 중요한 노래는 꼭 다루고 싶었다. 어떤 날의 ‘출발’과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는 꼭 들려주고 싶었던 노래였다. 굉장히 놀랐던 것은 1994년생 다희가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날 울리지마’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을 때였다. 외에도 ‘흩어진 나날들’이나 ‘늪’ 등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너무 좋은 노래라고 하더라. ‘나가수’ 등에서 옛 노래들을 리메이크를 많이 했지만 한정적이었구나 했다. 그래서 나는 이 드라마가 가진 존재의 의미는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
Q. 녹음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하나에 대해서도 또 고민해야 했을 텐데. 특히 영화 ‘레 미제라블’의 경우 라이브 녹음이라는 방식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테고 말이다.
김원석 PD : ‘글리’의 경우, 100% 녹음이다. 누가 봐도 녹음이고, 아닌 척 하려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녹음을 싫어하고 날 것을 좋아한다. 또 나 자신도 직접 부르면 안 될까(라이브 녹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라이브 녹음을 하려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한다. 음악 프로듀서들의 반대가 있었다. 영화 ‘레 미제라블’처럼 제작기간이 길고 엄청나게 노래를 잘 하고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 배우들은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는 아이들도 있었으니까 음악적 퀼리티 면에서 우려가 컸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 녹음과 스튜디오 녹음 두 버전의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현장 녹음이 거칠지만 감정면에서는 훨씬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모든 노래를 그렇게 한 것은 아니고, 드라마 안에서 마이크를 통해서 노래가 나오는 신의 경우에는 굳이 라이브 녹음을 택할 이유가 없었다.
Q. 그러고보니 초반만 해도 한국판 ‘글리’로 불리었는데, ‘몬스타’와 ‘글리’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김원석 PD : ‘글리’가 워낙에 상업적으로 성공해서 염두에 두고 봤었다. 그러나 ‘글리’의 내러티브는 시트콤에 가깝다. 인물의 감정이 간단명료하고 호흡이 빠르다. 또 40분이 채 안 되는 동안 10곡이 들어간다. 거의 음악을 위한 브릿지 수준의 이야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단은 (그런 류는) 제가 못 볼 것 같았다. 오히려 참고를 적극적으로 한 것은 독립영화 ‘원스’다. ‘원스’처럼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순간 인물의 능력치가 최대한 발휘되는 것은 꼭 가져가자 했다. 또 지양해야할 것은 대결구도라고 생각했다. 이야기는 명확해지지만 도식적이다. 물론 우리 작품에도 대결구도는 있다. 그러나 하나의 일부분일 뿐이지, 결국은 남녀주인공을 먼저 보여주며 그들을 중심으로 서로 얽히고설킨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했다. 왕따, 폭력에 얽히거나 꿈이 좌절된 캐릭터, 자존감이 바닥 수준의 콤플렉스가 있는 소녀 등등, 이런 친구들이 점점 보이게 되는 구조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실은 답이 보였다. 그것을 찾는 데까지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②에서 계속
글,편집.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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