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 in 캐리비언’ 기자간담회 현장 이지원 PD(왼쪽), 김병만

정말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정글 속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병만족의 노력이 더 처절하게 느껴졌던 건 올 초 빚어진 ‘리얼 논란’의 잔상이 강하게 남아서다. SBS ‘정글의 법칙’(이하 ‘정글의 법칙’)은 2011년 10월 21일 첫 전파를 탄 이후 방송계에 관찰형 예능프로그램 열풍을 불러오며 큰 화제를 모았다. 게임, 연예인 신변잡기 위주의 방송 프로그램이 득세했던 상황 속에 시청자들에게 ‘정글의 법칙’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신선함이 불러온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정글의 법칙 in 아마존’(6기)에서 불거진 조작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되더니 결국 프로그램의 존폐 여부에 대한 논의에까지 다다랐다. 한차례 홍역을 치른 후 ‘정글의 법칙’은 조작 논란의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백방으로 뛰었지만 시청자들의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도록 하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금요일 시청률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이전보다 화제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는 피할 수 없었다. ‘정글의 법칙’은 논란 이후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 왔다.

변화의 신호탄이 될 9번째 정글은 중남미의 작은 나라 벨리즈다. 벨리즈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생물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정글 지대와 산호초 지대, 그리고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 유산 ‘그레이트 블루홀’(심해에 생긴 거대한 깊이의 구멍)을 가진 천해의 자연지로 유명하다. 병만족은 이곳에서 육, 해, 공을 넘나들며 생존활동을 펼친 한편 ‘극기’라는 생존 주제를 놓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다. 김병만, 노우진, 류담 등 기존의 멤버와 새로 합류한 김성수, 조여정, 오종혁, 성열(그룹 인피니트)은 도전에 성공했을까. 2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이지원 PD와 김병만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정글의 법칙 in 캐리비언’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글의 법칙’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정글의 법칙 in 캐리비언’의 생존 주제를 ‘극기’로 정한 이유가 있나.
이지원 PD: 이번에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먹고 자는 생존을 넘어서 개인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을 담고자 했다. 프로그램을 진정성을 보여드릴 수 있는 주제라 생각한다.

Q.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는 하지만 방송을 위한 도전으로 비쳐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지원 PD: ‘극기’라는 주제는 첫 인터뷰 때 불쑥 던진 주제였다. 이번에 ‘정글의 법칙 in 캐리비언’ 편 촬영의 목적은 출연진 개개인의 노력의 과정을 담긴 드라마를 찍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물을 무서워하거나 동물, 곤충을 싫어하는 출연자들도 이번 방송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성과를 얻었다.

Q. 한 차례 ‘리얼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만큼 진정성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했겠다.
김병만: 우리의 목표는 딱 한 가지다. 조금 더 멋진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실시간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20시간 이상 이동하는 모습을 보시면 질려하실 것 같아서 참았다(웃음).
이지원 PD: 진정성에 대한 고민은 모든 방송 프로그램 PD들이 동일하게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정글의 법칙’을 할 때 생각한 것은 ‘한국형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한국형’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외국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볼 법한 출연진들 간의 경쟁을 담기보다는 가족처럼 상생하는 모습을 담기 위해서였다. 진정성을 ‘팩트’(지어낸 것이 아닌 사실)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정글의 법칙’은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고 ‘나도 저기 한 번 가보고 싶다’하는 공감대의 형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김병만은 이번 방송을 통해서 스카이다이빙과 프리다이빙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준비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김병만: 히말라야에서 돌아온 이후 줄곧 하늘과 바다에서 살았다. 원래 25회 이상 스카이다이빙 경험을 하면 얻게 되는 에이 라이선스만 있으면 해외에서도 스카이다이빙을 할 수 있다. 근데 이번 벨리즈에서 한 것처럼 바다 위로 뛰어내리려면 50회 다이빙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웃음). 출국하기 전에 3일 동안 25회를 채우고 감을 잃을까봐 열다섯 번을 더 뛰었다. 총 65회를 뛰고 66번째로 뛴 게 이번 ‘정글의 법칙 in 캐리비언’ 편이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 이것 이상으로 하려면 우주에 가야한다(웃음).

Q. ‘정글의 법칙’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프로그램이 재미없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정글의 법칙’의 재미 포인트는 무엇일까.
이지원 PD: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다 보니 장소나 출연진에 따라 재미에도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의 최고의 웃음 포인트는 3주간 함께 하며 농밀해진 멤버들 간의 화학 작용에서 나온다.
김병만: ‘정글의 법칙’에는 의외의 상황들이 가득하다.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 ‘정글의 법칙’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정글의 법칙 in 캐리비언’ 기자간담회 현장 김병만(왼쪽), 이지원 PD

Q. 어느새 9번째 도전을 마쳤다. 출연진이든 제작진이든 ‘정글의 법칙’에 임하는 자세도 남다를 것 같다.
김병만: 이지원 PD는 스스로 병만족의 멤버 중 한명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스쿠버다이빙과 프리다이빙을 준비할 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본인이 해보겠다고 덤벼들었다. “내가 경험해봐야 출연진들의 기분을 알 수 있다”고 하더라. 병만족이 비박할 때 같이 비박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감시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웃음).
이지원 PD: 김병만은 간단히 말해서 더 이상 내가(PD가) 필요 없다. 9번째 도전을 마치고 나니 본인이 PD 마인드가 생긴 것 같다(웃음). 우리 제작진은 약간의 감시와 장소 섭외만 하면 될 것 같다. 병만족만 정글에 가서 테이프만 따로 보내왔으면 좋겠다(웃음).

Q. 초창기 때처럼 큰 화제를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김병만: 사실 장기적인 계획은 없다. 단지 매회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을 뿐이다. 끊임없이 변화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다. 이번에는 스카이다이빙으로 변화를 꾀했지만 인정받을 수 없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변화를 해도 반응이 없다면 그때가 (프로그램의) 끝이 아닐까.
이지원 PD: 시간이 흘러 프로그램의 수명이 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아직은 ‘정글의 법칙’을 만드는 사람들이 계속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이 있기에 계속해나가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Q. ‘정글의 법칙’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지원 PD: 개인적으로는 각 에피소드에 나왔던 출연진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서 체육대회를 열고 싶다. 종목은 ‘정글의 법칙’답게 모래사장 달리기, 빨리 집짓기, 불 피우기 등을 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방송이 나올 것 같다(웃음).
김병만: 제작진과 출연진이 스튜디오에 한데 모여서 미방분 영상을 보며 비하인드 스토리로 얘기로 나눠도 좋을 것 같다. 제작진에도 워낙 재미있는 분들이 많다(웃음).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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