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공아!”하고 홍빈이가 부르셔침대 위의 빅스7월 5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호텔월드 스위트룸 3010호. 촬영에 필요한 준비를 마치고 빅스 여섯 멤버를 기다리고 있었다. 1시가 조금 넘은 시간. 모델 포스를 폴폴 풍기는 남자들이 성큼성큼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헉’ 소리 날 정도로 큰 키에(멤버 모두 프로필상 키가 180cm 이상이다) 뚜렷한 이목구비, 딱 벌어진 어깨, 보자마자 ‘우와, 진짜 멋지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그 아우라가 대단했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재미있는 풍경을 목격하게 되었으니, 식탁 의자에 앉아 소꿉장난하듯 소품을 바라보며 나누는 대화부터(라비와 홍빈) 창 밖 너머를 손으로 가리키며 “저~기 보이는 게 저희 집이에요”(라비)라고 말하던 모습까지. 무대 위와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소년다운’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마냥 장난꾸러기들 같다가도 촬영에 들어갈 때면 프로로 변신했던 모습과 인터뷰를 통해 미처 다 드러내지 못한 그들의 매력을 이곳에 살짝 공개해 본다.
침대 위에서의 단체 촬영. 기럭지가 남다른 여섯 멤버가 한 침대에 누우니 난리가 났다. 다리가 엉키고 얼굴이 겹치고, 사진 기자의 요구에 몸을 조금씩 틀 때마다 방 안 온도는 1도씩 올라가는 듯, 핫(Hot)! 스태프도, 멤버도, 촬영이 중단될 때면 연신 ‘덥다’를 외칠 수밖에 없었는데… 다시 촬영에 들어간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 “오공아!” 웃음기 섞인 그 목소리가 누군가 하고 봤더니 빅스의 ‘그림’ 홍빈이었다. 막내 혁을 향해 “오공아, 다리!” “오공아, 머리!” “오공아, 저리로!”라고 부르는 게 아닌가.
‘대체 왜 오공이지?’ 촬영이 끝난 후 ‘저 높은 곳’에 있는 혁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왜 형이 혁한테 오공이라고 하는 거예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혁이 눈웃음을 지으며 하는 말. “아 드래곤볼이요. 오늘 제 머리가 노란색이라서요.” 그 말을 하고는 부끄러운지 총총 자리를 떠났다.
# 라비는 관찰 래퍼, 호기심 소년
칫솔, 면도기, 시리얼, 우유 등 멤버별로 촬영에 필요한 소품을 식탁 위에 나눠 놓았는데 특히 라비가 관심을 보였다. 자신의 촬영에 쓰일 소품인걸 미리 알았던 건지 면도기에 적혀 있는 문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옆에 앉아있던 1993년생 동갑내기 홍빈에게 “이거 봐, 6중 면도날이래, 6중 면도날. 이런 거 봤어?”라고 묻자 홍빈이 “좋은 거야?”하고 되물었다. 라비는 “와우”라는 외마디 말과 함께 ‘6중 면도날’이란 단어를 랩 읊조리듯 계속 반복했는데(스태프로부터 전해 들은 바로는 라비는 전동면도기를 쓴다고 했다), 뒤이어 시리얼 박스를 집어들더니 그곳에 적힌 글자들을 눈으로 훑기 시작했다. 어느 국가에서 나온 거며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샅샅이 읽는 눈치였다. 라비는 기억력이 좋았다. 인터뷰 중 과거 리얼리티 프로그램 촬영 당시 리더인 엔 형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왜 그런 콘셉트로 입었는지까지 디테일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라비의 작사 실력은 저런 관찰력과 호기심에서 나오는구나, 하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 홍빈이는 너무 쑥스러워!
“샤워하러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옷을 벗으며 뒤를 볼게요.” 사진 기자의 말에 홍빈이 쑥스러운지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빅스 매니저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스태프가 여자였으니 홍빈이 얼마나 부끄러웠을지 새삼 느껴졌다. 촬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 방에 남고 다시 촬영에 들어가는데 아무래도 조금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그때, 특단의 조치로 스태프가 막내 혁을 불렀다. “막내야!” 하는 소리에 거실에 있던 혁이 방 안으로 쪼르르 달려와 침대에 앉았다. “형, 빨리 씻고 와요”라고 혁이 형을 위해 자연스러운 상황을 연출했는데 오히려 홍빈이 막내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에 웃음이 더 크게 터져 버렸다.
# 막내의 연기력, 끝내줘요
막내 혁이 아직 잠이 덜 깬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침대 위에 앉아 기지개를 켰다. 사진 기자가 팔을 너무 옆으로 뻗으면 프레임에 걸린다는 말을 하자 금세 이해하고는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다양한 연기를 해냈다. 베개를 베고 누워 있는 장면에서는 굉장히 많은 표정들이 등장했다. 덕분에 이날 개인컷 촬영 중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해 찍게 되었다.(혁의 화보 촬영 때에는 거실에 있던 레오가 슬며시 방 안으로 들어와 의자에 앉아 혁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혁은 영리하고 똑똑했다. 표정이 구겨지거나 망가지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은 건 물론 자신을 가장 매력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 ‘촉촉’이냐 ‘축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레오의 촬영 콘셉트는 샤워를 막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는 모습. 욕실에서 젖은 머리를 살살 털면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장면을 연출해야 했다. 일단은 헤어분무기로 머리에 물을 뿌린 후 촬영에 들어갔는데 영 느낌이 살지 않았다. 머리에 수분기가 좀 더 필요하다는 사진 기자의 의견에 순간 스태프들이 웅성웅성. ‘축축’말고 ‘촉촉’정도면 된다고 합의를 하고 분무기로 ‘칙칙’ 레오의 머리에 몇 번 더 뿌리고 말려는데 아무 말 없이 촬영에 임하던 레오가 자신의 손바닥으로 앞머리를 슬며시 올리더니 나직하지만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더 뿌려주세요. 괜찮아요.” 후에 사진 기자에게 물으니 가장 기억에 남는 멤버로 레오를 꼽았다. 차갑게 보이는 이미지였는데 의외로 소탈한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 켄, 왜 이렇게 말이 없어요?
유독 이날 켄이 조용했다. 화보 촬영 때 차분하면서도 시크한 남자의 매력 제대로 발산해 아무래도 낯설었다. 그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재기발랄한 모습만 생각하고 있었던지라 인터뷰 때 왜 이렇게 오늘 말이 없느냐 물으니 “멤버들이 너무 잘 얘기해줘서”라는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리더 엔이 평소에는 켄이 그렇지 않다며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인터뷰 때 왼쪽 자리에 켄이 앉아 있었는데 눈을 옆으로 돌릴 때마다 외국 모델 한 명이 앉아있는 느낌이 들어 깜짝깜짝 놀라기도. 오우, 켄.
# 영화 ‘러브레터’의 그 소년처럼
커튼이 흩날리는 창문에 기대어 책을 읽던 소년 후지이 이츠키(영화 ‘러브레터’)를 연상시킨 엔의 촬영 콘셉트. 창가에 걸터앉아 다리 한쪽을 내리고 책을 읽는데 엔이 쑥스럽게 웃으며 “저기…사진에 발은 나오지 않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말했다. 발이 조금 못 생겨서 그렇다고 말해 순간 엔의 발로 눈이 향했는데 웬걸, 춤을 열심히 춘 사람의 발처럼 멋있기만 했다. 그래도 빅스 리더 엔의 요청이니 상반신 컷으로 잘 마무리. 엔에게 소품으로 사용한 책들을 다 가져가도 된다고 말했는데 하나같이 엔의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 로맨틱한 것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판타지 쪽을 좋아한다고 했다.
# 혁의 열아홉 번째 생일파티
혁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1’과 ‘9’ 숫자 초에 불을 붙였다. 성냥 불을 ‘후’ 끄고 자리를 피하는데 갑자기 멤버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입에서 연기 난다!” “우와 공룡같이 연기 나와” “신기해!” “어떻게 입에서 연기가 나지?” 한 명씩 말을 하기 시작하더니 ‘왜 저 사람의 입에서 연기가 나는가’라는 주제로 30초 토론을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성냥 불을 끌 때 연기가 입안으로 들어가 그걸 마시고 내뱉는 과정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구나’라고 끝을 맺었는데 대단한 호기심이 아닐 수 없었다. ‘저기 여러분…저 좀 그만 쳐다보실게요. 흑.’ 아차,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기는데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혁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샴페인을, 열아홉 막내 혁은 망고 주스로 대신해 건배를 했으니 걱정은 노노노!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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