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뮤직드라마 ‘몬스타’에서 열연한 강하늘

강하늘, 뮤지컬계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아는 배우였다. 데뷔는 2006년. 이후 ‘쓰릴미’, ‘스프링어웨이크닝’, ‘왕세자실종사건’, ‘어쌔신’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유명 뮤지컬 무대에 줄줄이 섰다. 그리고 마침내 2013년 케이블 채널 Mnet의 뮤직 드라마 ‘몬스타’ 주연 정선우 역에 발탁되기에 이른다. 뮤지컬 무대에 서면서 사이사이 영화 ‘너는 펫’이나 ‘평양성’에도 출연했고 몇 편의 드라마에도 등장했었지만, 존재감을 이렇게 널리 알린 적은 없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는 스타덤에 올랐다.

사실 뮤직 드라마라는 장르는, 준비가 돼있지 않고서야 감히 엄두를 못내는 분야의 것이다. 연기도 곧잘 해야 하며 노래도 뒷받침이 돼야한다. 게다가 주연 자리는 아무나 꿰차는 것이 아니다.

강하늘이 이미 갖춰진 것이 많은 배우라는 것을 꽤 길게 설명했다. 이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Q. ‘몬스타’ 촬영은 이미 끝났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뭘 하고 지내나.
강하늘 : 촬영은 7월 5일에 마쳤다. 2주 정도 지났다. 그동안 운동도 하고 여러 가지 배우고 있다. 사실 난 운동 중독이다. 드라마 촬영 기간 동안 운동을 워낙 못해서 요즘은 킥복싱, 웨이트 트레이닝에 수영 등 운동을 닥치는 대로 한다.

Q. 운동은 언제부터 했나. 인터뷰 시작부터 이런 질문을 하려했던 의도는 아닌데, 며칠 전 만난 김원석 PD가 노출신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었다(웃음). 드라마 속 노출신에 대한 만족도도 밝혀주시길.
강하늘 : 하하. 그 노출신! 실은 만족스럽지 않다. 그렇지만 감독님(김원석 PD)께는 너무나 감사드린다. 제가 가진 다른 면을 보여줄 기회를 주신 것이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몸은 강하늘의 것이지, 선우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운동은 고등학교 때부터 했다. 중학교 때 살이 찌기 시작해서 고등학교 때 100kg까지 나간 적이 있었다. 이후에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했고, 한때는 또 너무 비쩍 말라 근육을 키우려고 헬스를 시작했다. 이제는 운동중독이다.

Q. 헉! 100kg? 도무지 상상이 안 가는데, 아니 어떻게 뺀 걸까. 당장 비결을 알려 달라.
강하늘 : 안 먹는 것이 비결이다. 지금도 6시 이후로 물 밖에 안 마신다. 요즘은 가끔 술도 하지만, 웬만해선 저녁엔 섭취를 하지 않는다. 못 먹는 건 고통스럽지만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면 자제할 수 있다.

회장 정선우 역의 강하늘

Q. 지금까지의 정보로만 본다면 강하늘은 정선우와는 전혀 다른 학창시절을 보냈을 것만 같다. 정선우는 속내를 쉽사리 드러내지 않아 차갑게 느껴지는 단정함을 지닌 그런 아이다. 강하늘은 정선우와 얼마나 같고, 또 얼마나 다른 걸까?
강하늘 : 물론 다른 부분은 많지만 그래도 ‘몬스타’ 캐릭터 중에는 선우와 가장 비슷한 것 같다. 실제의 나는 활발한 성격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범생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악기를 좋아했다. 그 부분만큼은 선우와 비슷하다. 어려서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눈칫밥을 먹어서인지 눈치가 빠른 편이기도 했다. 그건 나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또 혼자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다. 나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내 생각대로 결과가 나오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라며 남몰래 즐거워하는 그런 버릇이 있었다. 그렇다고 아웃사이더였던 것은 아니었다(웃음). 다소 4차원적인 기질이 있었다고 해야겠다.

Q. 4차원적인 기질이라.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돌출행동을 해본 적이 있나.
강하늘 : 고2 여름방학 때 갑자기 무전여행을 가고 싶었다. 경주까지 오갈 수 있는 왕복 교통비에 비상금 3,000원을 들고 혼자 떠났다. 경주에 도착하니 조금만 벗어나면 논밭이더라. 일 도와드리고 밥 얻어먹고 버스정류장에서 자고 그렇게 일주일 여행하고 돌아오니 거지가 돼있더라.

Q. 연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도 그렇다면 그 시절의 일이겠다. 대학을 중앙대학교 연극학과로 진학했더라.
강하늘 : 국악예술고등학교 연극과 졸업생이다. 그렇지만 대학은 고2때 까지만해도 갈 생각이 없었다. 대한민국 입시제도에 대한 반항심 때문이었다. ‘나는 똑같은 독백 대본을 읽고 대학입시를 준비하지는 않겠어’라는 치기어린 마음이었다.

Q. 갈수록 정선우랑 멀어지고 있다(웃음). 그런 치기어린 마음이 변하게 된 까닭은 무엇이었나.
강하늘 : 고3 무렵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대학을 가자. 대학생들만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분명 있을 거야!’ 나는 경험주의자다.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고, 그렇게 뒤쳐져서 입시 준비를 시작했다. 매일 밤을 새며 연습했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선생님이 따로 붙어 연습했지만, 나는 늦은 출발 탓에 혼자 할 수 밖에 없었다.

Q. 그런데 한 번에 합격했다.
강하늘 : 운이 좋았다. 그리고 뿌듯했다. 남들보다 뒤쳐졌고 그래서 더 노력한 것이 결실을 맺게 되니까.

Q. 공부는 어느 정도 했나.
강하늘 : 국영수 빼고 잘했다(웃음) . 수능으로 치면 4등급 정도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책 읽는 것을 워낙 좋아했다. 이것도 계기가 있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배우 모건 프리먼이 ‘배우는 책을 읽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라고 한 말을 듣고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책을 싫어했는데 그분의 말 한 마디에 안 읽히는 데도 계속 읽다보니 지금은 습관이 들렸다. 요즘은 심리학 책에 꽂혀 부전공으로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연기에도 도움이 많이 되는 분야다.

Q. 아주 보편적인 질문. 학창 시절 부모님의 반대는 어떻게 극복했나.
강하늘 : 부모님의 반대가 없었다. 그것이 내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실은 부모님이 연극배우 출신이시다. 아버지는 서울예대 연영과를 졸업하셨고 어머니는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나오셔서 패션모델까지 하셨다.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계셔 그분들의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으시지만. 아무튼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 먹은 배우 지망생들은 모두가 부모님의 거센 반대와 부딪혀 진통을 겼는데 나는 그런 적이 없었다. 오히려 응원을 해주셨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런 면에서는 나는 행운아다.

Q. 그렇다면 요즘도 모니터는 확실히 해주시겠다.
강하늘 : 그래서 힘들다(웃음). ‘몬스타’ 본방하는 금요일에는 일부러 집에 늦게 들어간다. 자꾸 날 앉혀두고 코멘트를 해주시는데 너무 쑥스러워서. 그래도 선우 캐릭터를 너무 좋아해주시고, 작가님과 감독님께 늘 감사하라고 말씀해주셨다.

강하늘

Q. 현장에서 많은 배우들이 김원석 PD에게 혼쭐이 났다는 소문을 들었다. 강하늘은 혼이 나는 쪽이었나, 아니면 칭찬을 듣는 쪽이었나.
강하늘 : 내 입으로 말하기 무척 쑥스럽지만 나는 실은 한 번도 혼난 적이 없다. 그렇다고 나만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용)준형이와 (박)규선 형도 감독님께 혼난 적이 없다.

Q. 그래도 아직 드라마 현장에서는 신인이라 그 칭찬은 큰 힘이 됐겠다.
강하늘 : 노력했다는 말 앞에는 늘 겸손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노력했다. 선우 역을 하면서 첼로와 베이스, 콘트라베이스. 자꾸만 해본 적 없는 악기들이 등장했다. 잠을 1시간 혹은 30분 자면서 연습했다. 첼로와 24시간을 붙어살았다. 그렇게 노력했는데 감독님이 많이 믿어주시고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다. 그 때 칭찬 안 해주셨음 그만큼 노력할 힘이 없었을 것이다.

Q. 칭찬에 힘을 받는 편인가, 아니면 꾸중에 자극받아 분투하는 타입인가.
강하늘 : 사실은 무관심 속에 더 잘 하는 편이긴 하다. 관심은 감사하지만 부담이 될 때도 있고, 혼이 나면 힘이 빠진다. 해야 할 것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것이 좌우명인터라, 무관심 속에서도 내가 해야 할 것들을 완수하는 성격이다.

Q. 조금 짓궂은 질문. 실은 말이다. 공식석상에서 여주인공 민세이 역의 하연수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다정해서 의심을 품어 보았다.
강하늘 : 아니다. 진짜 아니다. 그러나 연수 씨와 진짜 친해졌다. 되게 많이 친해졌다. 나도 연기를 오래 해보지 않은 배우인데, 연수 씨가 먼저 다가와서 물어보더라. 내가 연기를 가르쳐줄만한 위치는 아닌 만큼 서로 호흡하면서 맞춰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가까워졌지만 사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Q. 지난 번 기자간담회 때는 하연수의 이상형으로도 꼽혔다. 물론 CF를 같이 했다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강하늘 : 그래도 누군가가 이상형으로 꼽혔다는 건 기분이 좋은 일이긴 하다.

Q. 사랑의 연적이었던 설찬 역의 용준형은 어떤 상대 배우였나.
강하늘 : 준형이 스케줄이 바빠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는 회식도 같이 못했다. 하지만 문자를 보내 진심으로 고마웠다고 말했다. ‘내 파트너여서 고마웠고 내 상대여서 고마웠어. 너로 인해 많이 배웠고 진짜 많이 행복했다’라고 문자 보냈다.

Q. 이런, 알고보면 하연수보다 용준형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웃음).
강하늘 :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콤비가 바로 ‘태양은 없다’의 이정재와 정우성 선배다. 언젠가 새벽 4시에 준형이와 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다들 지쳐있었던 상대였다. 그런데 그때 준형과 찍은 한 신이 한 번에 끝났고, 방송도 잘 나왔다. 교감을 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준형이와 나도 이정재-정우성 콤비처럼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Q. 용준형의 반응은?
강하늘 : ‘어 그래?’ 라던데. (무슨 기분인지) 잘 모르더라(웃음).

Q. 차기작이 결정됐다. 김은숙 작가의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상속자들(가제)’이다. ‘꽃보다 남자’ F4와도 비교될 정도로 성공이 보장된 역할이다.
강하늘 : 하지만 내게는 주조연의 구분이 딱히 중요하지 않다. 좋은 작품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가식이 아니다. 진짜 내 연기관은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역할은 없다는 것. 주연 조연 따지기 시작하면 그때야 작은 배우가 될 뿐이다. 내 첫 드라마에서 나는 보조출연진으로 나왔다. 그 드라마가 어떤 작품인지 기억도 안 난다. 그 때는 이 드라마, 저 드라마 왔다 갔다 하며 했었으니까. 그런데 처음으로 연기한 장면은 뒷모습만 나온다고 가발 쓰고 여고생으로 나왔었다. 그래도 그 때 재미있게 했다.

Q. 김원석 PD는 강하늘의 차기작 소식에 자기 일 처럼 기뻐하더라. 빼앗긴 것 같진 않냐고 물어봤더니 극구 부인하며 오히려 더 잘돼서 다시는 캐스팅할 수 없는 배우가 됐으면 한다고 하더라.
강하늘 : 감독님이 전화 주셔서 축하해주셨다. 감독님께 ‘전 주연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좋은 작품에 들어가는 게 좋아요’라고 했다가, ‘놀구 있네’라는 말을 들었다(웃음). 사실 첫 리딩 때 ‘내가 캐스팅 할 수 없는 배우가 되라’라는 말을 들었다. 그 때는 별로 와닿지 않았는데, 최근에 감독님과 통화할 때, 또 그 말씀을 해주셨다. 코끝이 찡했다. 감격스러웠다.

Q. 배우로서의 꿈을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마쳐야 하겠다. 강하늘의 목표는?
강하늘 : 배우 강하늘이라고 스스로를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내가 되는 것. 아직은 나를 배우라고 말한 적이 없다. 늘 연기를 배우는 지망생이었다. 배우고 배우고 배워서 배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내 좌우명인데, 아직까지는 배우는 입장이다. 그리고 늘 불가능한 꿈을 꾸고 싶다. 그러면 언젠가는 가능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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