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인 적도 없고, 섹시 디바였던 적은 더더욱 없고, 호감도 비호감도 아닌, 그것을 넘어선 파격의 아이콘이었던 가수 이정현이 3년 만에 컴백했다.

이정현은 22일 오후 홍대 라이브클럽 브이홀에서 새 싱글 ‘V(브이)’ 발표 기념 쇼케이스를 열었다. 1999년 한국에 테크노 열풍을 몰고 온 ‘와’, ‘바꿔’를 시작으로 ‘줄래’, ‘크레이지’ 등에 이르기까지 센세이셔널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서른 중반에 내놓는 신곡 ‘V’ 역시 독특하다. 곡의 멜로디, 리듬, 가사는 물론이고 안무까지 통통 튄다.

이정현은 그동안 가수보다는 영화배우로 더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갑자기 신곡을 내놓은 것이 반가우면서도 뜻밖이다. 이정현은 “많은 팬 분들이 저의 신곡을 기다려 왔다. 마음 같아서는 1년에 한 번 새 앨범을 내고 싶은데 타이틀곡 받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며 “미니앨범을 하나 내겠다고 하고 3년을 끈 상황이라 서둘러 싱글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싱글 ‘V’의 뮤직비디오에는 박찬욱 감독과 동생 박찬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두 감독은 2011년에 개봉한 단편영화 ‘파란만장’에 이정현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화제가 된 이 작품은 제61회 ‘베를린영화제’에서 단편 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뮤직비디오는 호러영화를 보는 듯하다. 박찬경 감독은 “영화 작업하듯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춤과 노래 외에 극적인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며 “이정현이 워낙에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편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좀비 비너스’로 분해 발랄하면서도 잔혹한 모습을 보여준다. 귀엽지만 마냥 예쁘지만은 않다. 이정현은 “나도 예쁜 치마를 입고 나와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데,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너무 좋다. 이번 좀비 콘셉트도 즐겁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스케줄 때문에 신곡으로 길게 활동을 하지는 못한다. 이정현은 “예능 프로그램은 내가 말주변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이 없다. 8월부터는 바로 해외 스케줄이 있고, 귀국하면 바로 연기를 하게 돼 신곡으로는 아쉽게도 길게 활동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에이바필름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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