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진짜 사나이’ 방송화면

MBC ‘일밤’의 ‘진짜 사나이’ 2013년 7월 22일 오후 6시 20분

다섯 줄 요약
지옥과 같았던 도하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한 진짜 사나이들은 다음 훈련을 기다리는 동안 묵혀두었던 체력다지기와 수다를 떠느라 정신없다. 곧 이어 남은 오후 동안 공격 단정 훈련을 비롯하여 다음 날 진행될 체육대회를 위해 씨름장을 만들고 꼭지점 댄스를 배우기 위해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낸다.

리뷰
‘진짜 사나이’를 보는 시각들은 의외로 단순하여 프로그램 초반의 우려스러운 예상과 달리 첨예하지는 않다. 거기에는 예능을 예능으로 보아야 한다는 어떤 집단적 다짐이 내포되어 있는 듯하다. 실제로 몇몇 평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두고 군사문화의 보편화와 훈육의 이데올로기를 근거삼아 비판했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소위 말하는 ‘각 잡는’ 문화를 실생활에 응용할 시청자들이 있을 리 만무하며, 훈육의 이데올로기는 군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진짜 사나이’는 생활인으로서의 군인에 주목하며 예능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어 냈다.

반면, 우리는 이들 ‘진짜 사나이’들이 스스로를 내던져 체험한 후 느끼게 되는 어떤 배움에 주목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전우와의 동지애나 국가에 대한 고마움이 아닌 소금에 배추 절이듯 스며드는 ‘배제의 논리’일 것이다. 출연진들이 매 회 각 에피소드들을 미션처럼 수행하며 얻는 것은 그것들을 통과해야만 얻는 ‘진짜 남자’라는 상징적 명예이다. 이는 교묘하게 ‘남성-되기’의 컴플렉스를 자극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들이 겪는 훈련들과 이 프로그램(으로 가장된 군대문화)의 논리를 의문시 할 그 어떠한 숨통이 없다는 것이다. ‘1박2일’이나 ‘꽃보다 할배’, ‘무한 도전’이 우리가 언제든지 옮겨갈 수 있는 이입의 대상들을 곳곳에 포진하여 폭넓은 수용반경을 예비해두는 것과 달리, ‘진짜 사나이’에는 군인으로 대표된 단 한 사람으로 이입의 대상이 가장되어 있다. 이 세계에서는 (진짜 남자가) 되느냐, 마느냐의 이분법이 은연 중 걸터앉아 자리잡고 있어 “의례껏 남자라면…”이라는 가정을 내재화 한다.

이들의 이러한 배움은 ‘여왕의 교실’에서 마선생으로 부터 얻는 그것과는 다르다. ‘여왕의 교실’의 위악은 아이들 스스로에게 항체를 가지게 하는 안티테제와 같다면 ‘진짜 사나이’의 군대란 그 공간에서의 공기와 논리를 피와 살이 되도록 섭취해야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딱지와 같이 떼어버리고 말면 되는 안티테제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이 프로그램이 진행의 리더없이 관찰자적 시선으로 시종일관 진행되는 이유에는 제작진의 형식적 판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누구하나 이 세계의 질서를 의문시하고 객관화해서는 프로그램의 성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매끈한 형식적 완결성은 빈틈없이 이 세계와 질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합의점이다.

‘진짜 사나이’는 군대의 일면을 고발하는 다큐프로그램도, 개별성을 위시하여 사회적 부조리를 파해치는 영화도 아니다. 예능은 단순히 예능으로서만 받아들이면 될 문제다. 하지만 굳이 진짜를 내세우며 던지는 이 프로그램의 메시지는 농담같이 소비하게 되면서도 또 한편 씹기 힘든 생쌀같아 불편한 마음이 든다.

수다포인트
-“삽신은 땅과 완전히 교합하여 몰아일체의 경지에서 콩콩콩 해야합니다”(풍수지리학자 장혁)
-꼭지점 댄스 구령소리? 김수로 일병에게 CF 들어오는 소리입니다!
-흑곰부대의 원기옥을 오늘 나의 직장상사에게 바칩니다.

글. 강승민(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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