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킴 인터뷰는 지난 7월 10일 수요일에 텐아시아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로이킴은 정규 1집 ‘Love Love Love’에 담긴 동명의 타이틀곡으로 TV 순위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고 생애 첫 단독공연을 가진 부산에서 1등 공약으로 내건 ‘개다리 춤’을 춘 직후다. 즉, 인기 면에서 정상에 있을 때였다. 지금은 어떠한가? ‘봄봄봄’의 어쿠스틱 레인의 ‘Love is Canon’에 대한 표절시비가 인터넷을 달구면서 로이킴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사실 로이킴은 고작 ‘슈퍼스타K’ 출신인 풋내기 뮤지션이다. 매스컴 덕분에 인기가 많아지고 언론에서 많이 다뤄지는 것은 그저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이 ‘현상’은 진짜 뮤지션이 되는 것보다 쉬울 수 있다. 지금의 로이킴 사태는 미성숙한 가수의 과도한 아티스트 만들기에서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표절 논란이 일어나기 전, 김광석을 좋아한다는 신인 가수 로이킴과 나눈 인터뷰를 정리했다.Q. 부산에서 생애 첫 단독공연을 가졌다.
로이킴: 그날이 MBC ‘음악중심’에서 1위를 해서 참 운이 좋은 날이었다. 첫 콘서트를 하게 돼 너무 설레고 행복했지만 무대 위에서 떨리지는 않았다. ‘봄봄봄’으로는 1위를 기대했지만, ‘Love Love Love’로는 후보에 있는 지도 몰랐다. 리허설 중에 어머니한테 투표하라고 문자가 왔다. 그래서 내가 내 이름을 투표했다.
Q. 공연에서 김광석, 유재하의 노래를 부른다고 하던데.
로이킴: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노래했다. 유재하 노래는 부르지 않았다. 김광진의 ‘편지’, 이문세 노래를 불렀다. 앨범에 담긴 자작곡은 다 했다.
Q. 자작곡을 라이브로 하니 어땠나?
로이킴: 너무 재밌다. 내 곡들을 너무 잘 하는 베테랑 연주자분들과 함께 하니 시너지도 셌고 소리가 너무 좋아 흥분하게 됐다.
Q. 앨범의 곡들이 감상하기에 참 편안하다. ‘이 노랠 들어요’가 로이킴이 노래하는 자세를 담은 것 같다.
로이킴: 그렇다. 사랑이라는 감정뿐만이 아닌 수많은 이유로 사람들이 힘들어할 수 있는데, 요새는 사랑노래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사랑이 아닌 다른 것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노래가 많지 않다고 느꼈다. 이 노래는 포괄적으로 일 때문일수도 있고, 부모님 때문일 수도 있고, 다양한 이유로 고개를 떨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쓴 곡이다.
Q. 앨범에 전반적으로 예스러운 느낌의 포크, 컨트리가 담겼다. 이런 사운드를 원했나?
로이킴: 그렇다. 그런 노래를 좋아해왔으니까. 그런데 완전히 예전의 스타일은 아니다. 요즘 세대들이 공감할만한 팝적인 요소들을 넣어 짬뽕이 돼 나온 노래들이라 많이 사랑받는 것이 아닌가 한다.
Q. 프로듀서를 맡은 정지찬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다. 가장 중점적으로 나눈 의견은? 관철시키고 싶었던 점이 있다면?
로이킴: 지찬이 형이 중점적으로 해주신 이야기는 음악은 놀이라고 하셨다. 네가 재미있게 해야 그 즐거움이 음악으로 표출된다고 하셨다. 스트레스 쌓일 때나 힘들 때는 아예 작업을 쉬라고 하셨다. 본인이 직접 제 음악을 편곡하실 때에도 절대적으로 기분이 좋을 때만 했다고 그러시더라.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기분이 좋지 않다면 절대로 작업을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만 넣어서 음악이 잘 나온 것 같다.
Q. 가사에 특색이 있다. ‘Love Love Love’의 ‘바랬소’라든지, ‘할아버지와 카메라’의 하오체 등이 그렇다. 김광진의 ‘편지’ 이후로 하오체는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 같다.
로이킴: 내 나이대의 가수들이 부르기에는 좀 어려운, 시도도 잘 하지 않는 가사이다. 나에게는 그런 존댓말이 것이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내 애틋한 추억을 노래하는데, 그것이 내가 좋아했던 사람을 대중에게 알리는 걸 수도 있다. 존댓말을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런 말투가 더 예쁘고 내 입에 맞는 것 같다.
Q. 경험담을 통해서 노래를 만든다고 했다. ‘도통 모르겠네’와 같은 가사도 경험, 추억에서 나온 것인가?
로이킴: 그것은 진짜 첫사랑이랑 영화를 보러갔을 때 이 사람 손을 어떻게 잡아야 될지 도통 모르겠을 때 설렘을 그대로 담아놨던 곡이다.
Q. 기타를 배울 때 초반에 어떤 곡들을 주로 연습했나?
로이킴: 중2 때 처음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김광석의 ‘사랑했지만’,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와 같은 곡들을 연습했다. 코드가 쉬워서 처음에 연습하기 좋았다.
Q. 쉬운 코드로 곡을 잘 만드는 것 같다.
로이킴: 다 코드들이 쉽다. 내가 칠 수 있는 코드도 한계가 있다. 기타를 더 열심히 배워야지.
Q. ‘Love Love Love’가 첫 정규앨범이다. 뮤지션을 꿈꾸고 자신의 첫 앨범을 그려봤을 것이다. 거기에 부응하는 앨범인가?
로이킴: 정말 만족스럽다. 음악에 대한 부분을 작업하면서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부터 모든 부분에 대해 내 의견이 반영될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음악방송, 음원차트에서의 경쟁에 대해서 너무 강박관념을 갖게 되지 않게 된 이유도 이미 앨범 자체가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Q. 앨범에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 장수하세요”라고 써 있더라. 무슨 의미인가?
로이킴: 감사할 사람이 너무 많은데 ‘땡스 투(Thanks to)’에 전부 담기 힘들지 않나? 혹시라도 누구를 까먹으면 섭섭해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이름을 적는 것보다는 정말 내 앨범을 보고 계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 ‘장수하세요’는 제가 항상 하는 말이고, 그것이 홍보 아닌 홍보 효과가 났다면 ‘땡큐’다.
Q. 김광석, 이문세, 김현식, 유재하 등이 활동하던 시절에 본인이 살았으면 어땠을까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왜 그 시절로 가고 싶나?
로이킴: 그 시절 음악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때 노래들을 들으면 감성들이 나와 비슷한 점이 많다. 그 시절에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들이 주류였기 때문에 내가 그때 살아있었다면 어땠을지 궁금하다. 그런 음악이 나온 이유는 그 시대에 살아야만 알 수 있지 않을까?
Q. 이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인가? 좋아하는 앨범으로 꼽은 김광석 ‘다시 부르기’와 같은 앨범은 로이킴 나이에 찾아듣기 힘든 앨범이다.
로이킴: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들이다. 저희 어머니, 외삼촌이 그 선배님들을 정말 좋아하셨다. 차 안에 ‘다시 부르기’ 테이프가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차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고 외우고 하다보니 제 귀에 익숙한 음악이 됐다.
Q. 주류 음악계에서는 댄스뮤직이 대세인데 버스커버스커를 기점으로 그런 유행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 로이킴의 히트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과거 한국의 80~90년대 포크음악의 감성이 지금도 여전히 대중들, 젊은이들에게 통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로이킴: 내 음악이 댄스 음악에 익숙한 젊은 층에게는 새로워 보일 수도 있지만 아예 낯선 것은 아니다. 이 음악들이 그 시대에 사랑받았던 이유가 있다. 그 음악들이 그 시대에만 들려진 것이 아니라 지금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오래 가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포크, 컨트리의 경우 목소리와 악기들이 가지는 본연의 소리들이 자연스럽게 들리는 음악이라서 더 오래 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이 음악을 했을 때에도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
Q. 팝송도 좋아하나?
로이킴: 너무 좋아한다. 주로 기타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다. 제이슨 므라즈, 존 메이어, 데미안 라이스, 제임스 모리슨, 제임스 블런트, 레이 라몬테인 등 기타가 주가 되는 싱어송라이터들을 좋아한다.
Q. 이들 아티스트들의 내한공연은 혹시 봤나?
로이킴: 얼마 전에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 나온 데미안 라이스를 봤다. 우산도 안 쓰고 비 홀딱 맞으면서 봤다. 기타 하나만 들고 두 시간을 책임진다는 것이 너무 멋있더라. 그 와인을 다 마시더라.(웃음)
Q. 제이슨 므라즈의 내한공연에 게스트로 참가했다. 로이킴은 제이슨 므라즈에 비교되기도 한다.
로이킴: 비교된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그냥 같은 무대에 서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무대에 선다는 것보다 그와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 더 설?다.
Q. 자신의 노래가 한쪽 귀로 들어가서 한쪽 귀로 흘리는 것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의 음악이 어떻게 남길 바라나?
로이킴: 흘러가서 없어지는 음악이 아니라 나중에 들어도, 10년 뒤에 들어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 너무 자극적인 음악들은 처음 그 자극 때문에 듣게 되지만, 계속 듣게 되면 그 자극이 없어져서 질릴 수 있다. 그런데 처음 들을 때부터 편안하고 자극을 주지 않는 음악들이 오래 갈 수 있다고 느꼈다. 내 음악도 그랬으면 한다.
Q. 최근 영미 권에서 인기 있는 새로운 포크 록, 얼터 컨트리 장르도 듣나?
로이킴: 멈포드 앤 선즈 너무 좋아한다. 너무 멋지다. 음악만이 아니라 비주얼이 멋지게 다가왔다. 그런 음악도 시도해보고 싶다. 그런데 한국에서 그런 음악이 많은 분들께 사랑받기에는 이른 것 같다. 멋있어지고 싶은 사람의 한 명으로서 그런 음악 너무 좋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멈포드 앤 선즈 음악은 앨범을 들으면 한 가지 스타일로 통일돼 있어서 조금 질리는 느낌이다. 나는 그런 한 가지로 통일된 앨범을 내고 싶지는 않다.
Q.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 나간다. 생애 첫 록페스티벌이다. 록페스티벌에는 가본 적 있나?
로이킴: 한 번 가봤다. 작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 처음 가 봤다. 거기서 버스커버스커를 보고 ‘슈퍼스타K’에 참여한 계기도 없지 않아 있다. 너무 더운데도 냄새가 나는데도 공연을 보게 되더라. 그게 록페스티벌 매력이 아닐까?
Q. 이제 세상에 알려진 지 8개월 정도 된 것 같다. 벌써 가수로서 겪을 일을 미리 많이 겪었다. 표절부터 열애설까지 말이다.
로이킴: 정신이 없지만 그게 다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아예 관심이 없었다면 그게 더 서러웠을 것이다. 그냥 음악을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나의 음악적인 중심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Q. 학교로 돌아간다고 하던데?
로이킴: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다. 휴학을 할 수 있으면 더 할 수도 있다. 만약 휴학이 허락되지 않으면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학교로 돌아간다고 해서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음악공부도 더 하고 틈틈이 곡을 쓸 것이다. 방학에라도 돌아와 활동할 수 있으니까.
Q.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음악은?
로이킴: 래퍼들과 함께 힙합 콜라보레이션도 해보고 싶다. 밴드와 함께 포크 록도 해보고 싶고, 하고 싶은 음악이 너무 많다.
Q. 앨범에 쓴 ‘당신의 옛 추억들로 가슴이 따뜻해지길 바라며’는 무슨 의미인가?
로이킴: 제 음악은 제 경험을 담은 노래들인데, 듣는 본인들의 추억도 함께 생각난다면 제 음악은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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