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SNL 코리아’ 조연출 김상배, 김희진, 손용락, 정현빈, 윤인회, 박지혜(왼쪽부터)

조연출의 성향도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걸까.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이하 ‘SNL’)가 그러하듯 그 조연출들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다른 프로그램의 조연출들과의 차별점을 묻는 질문엔 “19금 개그에 능하다는 거죠”라고 능청스레 답하더니, 사진 촬영을 할 땐 부탁하지도 않은 섹시한 포즈를 취하는데 열중해 기자를 당황케 했다. 그뿐인가. ‘SNL’를 책임지는 여섯 명의 조연출들, 박지혜(4년 경력), 김희진(3년), 윤인회(2년), 김상배(2년), 정현빈(1년), 손용락(신입)에게 촬영 일화를 묻자 군대식 무용담을 능가하는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2011년 12월 3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2013년 시즌3에 이르기까지 시사 풍자와 19금 개그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tvN ‘SNL’ 그 화려했던 무대의 뒤편에서 불철주야 달려왔던 조연출들의 이야기를 그간 ‘SNL’를 출연했던 호스트들의 목소리로 옮겨봤다.

tvN ‘SNL 코리아’ 김주혁 편 방송화면 캡쳐
# tvN ‘SNL 코리아 시즌1’ 첫 번째 호스트 - 김주혁
내가 점잖고 반듯한 배역을 주로 맡아왔지만, 사실 나도 꽤 재밌는 사람이거든. 미국에서 37년간 인기를 끌어온 ‘SNL’을 한국에서도 한다고 하기에 나도 마음이 동했지. 미국은 또 19금 개그나 시상풍자의 수준이 우리나라랑 다르니까 제작진도 고심을 거듭했다고 하더라고. 그래도 해보고 싶었던 프로그램이니까 첫 방송에 대한 불안을 안고 달려들었지. 그런데 웬걸? 이게 너무 나와 잘 맞는 거야. 능청스레 콩트도 하고 생전 안하던 슬랩스틱도 해봤는데 생각보다 그림이 잘 나오더라고. 그게 다 장진 감독과 조연출들이 판을 잘 짠 덕분이겠지. 장진 감독은 조연출들에게 이런 말도 했다고 하더라고. “15세 시청가로 시작하는 것도 그렇고 기준이 없으니 우리는 하나씩 실험해보는 마음으로 도전하면 되는 거다”고 말이야. 무대를 마치고 나니 가슴이 벅차오르기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라. 공연 무대가 약간 연극 무대 같은 느낌이 있잖아. 그래서 마지막 무대 끝내고 제작진이랑 다 같이 얼싸안고, 악수하고, 눈물 흘리고 그랬다. 근데 얘기를 들어보니 요즘도 매번 무대 끝날 때마다 그렇게 하고 있다던데?



tvN ‘SNL 코리아’ 크루 스페셜 김민교 편 방송화면 캡쳐

# tvN ‘SNL 코리아 시즌3’ 크루 스페셜 호스트 - 김민교
안녕하십니까. tvN ‘SNL’ 크루 김민교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연극 무대와 인연이 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남 대하듯 ‘~씨’ 하고 부르는 것 보다는 선배, 후배 이렇게 호칭하는데 익숙하지요. 특히 ‘SNL’은 여러모로 연극 무대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그러한 호칭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SNL’ 제작진 중 한 명이 호스트로 참여한 배우뿐만 아니라 크루들도 “~씨”라고 부르는 겁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바꿔나가기로 결심했지요. 서로 남처럼 이름을 부르고 그러기 보다는 선배, 후배 이렇게 부르자고요. 그 후로 우리 ‘SNL’은 좀 더 살가운 가족 같은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누군가는 ‘대학 동아리 같다’는 말도 하더군요.



tvN ‘SNL 코리아’ 박재범 편 방송화면 캡쳐

# tvN ‘SNL 코리아 시즌3’ 호스트 - 박재범
안녕하세요. 박재범이에요. 잘 지냈죠. ‘SNL’은 어느새 제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 돼 버렸네요. 처음 출연할 때만 해도 이런 생각 안했어요, 정말로.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집에서 촬영하는 신이 있었어요. 근데 ‘SNL’ 제작진이 촬영 직전까지 장소를 못 구한 것 같더라고요. 뭐 어떡하겠어요, 기다렸죠. 근데 조연출 한 명이 집 구해온다고 나가는 거예요, 정말로. 조금 기다리다가 연락받고 촬영장 가보니 진짜 가정집이었어요. 나중에 아주머니 얘기 들어보니까 벨 누르고 무작정 “촬영할 수 있게 해주면 안 되겠냐”고 했다더라고요. 어쨌든 촬영은 잘 마쳤죠. 나중에 듣고 보니 그 집 빌려주신 분이 제 팬이셨대요. 아, 그 조연출이 꼭 감사하다는 얘기 전해달라고 했어요. 가양동 XX아파트 사시는 이소연씨, 집 빌려줘서 고맙습니다. 그 다음에도 저 나온다니까 또 빌려주셨다면서요? 다음엔 우리 사진이라도 같이 찍어요, 정말로. 아, 그리고 ‘SNL’ 조연출들 장소 섭외하느라 정말 고생이 많아요. 대단해요, 조연출들. 난 그렇게 얼굴에 철판 깔고 못할 것 같은데.



tvN ‘SNL 코리아’ 홍석천 편 방송화면 캡쳐

# tvN ‘SNL 코리아 시즌4’ 크루 스페셜 - 홍석천
어머, 어머, 어머. 내가 ‘SNL’에 출연했을 때는 이런 일이 있었어. 크루 스페셜 특집에 게스트로 초대 받아서 ‘이상한 병원’이란 코너를 준비하는 중이였지. 병원 세트다 보니 수술용 장갑이 필요했는데 주문한 장갑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었어. 그래서 촬영도 못 들어가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어떤 조연출이 눈썹을 휘날리며 뛰어가더라고. 30분인가 있었나? 돌아온 조연출의 손에는 수술용 장갑이 들려있었지. 근데 나중에 촬영 마치고 얘기를 들어보니, 사실 그게 수술용 장갑이 아니라 청소용 ‘위생 장갑’이었더라고. 장갑을 구하러 병원에 가야하나 고민하던 조연출은 카페 아주머니가 청소하실 때 끼시던 비닐장갑이 떠올랐데. 그게 수술용 장갑과 꽤 비슷했던 거지. 조연출은 촬영장 일대를 샅샅히 뒤져서 카페를 한 군데 발견했고, 거기서 청소 아주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장갑 2~3개를 얻어왔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해주면 나야 고맙지. 알고 보니 조연출들이 ‘SNL’을 소품 준비에 신경을 많이 쓰더라.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선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화면에 잠깐 나오는 소품에도 조연출들의 땀방울이 스며있던 거야.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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