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의 각 화에는 다른 드라마와는 조금 다른 소제목이 달려있다. ‘너목들’의 소제목은 모두 노랫말과 노래제목이다. 이 정도면 소제목 콘셉트가 음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음악은 백 마디 말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도 있고, 어떤 노래들은 손때 묻은 오래된 필름사진처럼 아릿한 추억으로 가슴 속에 자리하기도 한다. ‘너목들’의 소제목에 사용된 음악들은 곡의 분위기나 노랫말이 극의 내용과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각 화의 소제목으로 달린 음악 12곡으로 ‘너목들’ 소제목 앨범을 만들어봤다. 음악으로 본 ‘너목들’은 어떤 느낌일까.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1화 방송화면 캡쳐

1번 트랙 //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하는데도” - 델리스파이스 1집‘챠우챠우’ 중에서


10. “나의 세상에는 두 가지 소리가 존재한다. 하나는 남들에게도 들리는 소리. 그리고 하나는 나에게만 들리는 소리.” 박수하(이종석)는 여심을 흔드는 교복차림으로 나타나 시청자를 새로운 판타지세계로 초대한다. 민준국(정웅인)의 협박에도 목격자 진술을 위해 법정에 나선 장혜성(이보영)에게 어린 수하는 말한다. “내가 지켜주겠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모든 여성들이 듣고 싶은 목소리가 아닐까.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2화 방송화면 캡쳐

2번 트랙 // BAD GIRL GOOD GIRL
“앞에선 한마디도 못하더니/ 뒤에선 내 얘길 안 좋게 해/ 어이가 없어 … 겉으론 bad girl/ 속으론 good girl/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 겉모습만 보면서/ 한심한 여자로 보는/ 너의 시선이 난 너무나 웃겨” – 미스(miss) A 1집 ‘Bad Girl Good Girl’ 중에서

10. 혜성네 통닭가게 외동딸 혜성은 2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선전담변호사에 합격했다. 핑크빛 미래를 꿈꾸던 혜성의 삶은 수하를 만난 후부터 변화의 급물살을 타게 된다. 겉으론 나쁜 여자인 이들도 속으론 착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 건 “나, 너 믿어도 돼?”라는 혜성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던 수하의 우직함 덕분이다. 혜성의 내면 변화가 시작됨과 함께 민준국의 등장을 알린 시점이다.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3화 방송화면 캡쳐

3번 트랙 // I’ll be there
“I′ll be there/ 나에겐/ 그대 하나뿐이야/ 항상 너만 꿈꾸며/ 살아가는 나에게로/ What a Feeling/ I Feel Love/ 너도 알고 있잖아/ 많은 날이 지나도/ I′ll be there/ When I′ll be there wait for you” – 이브(EVE) 4집 ‘I’ll be there’ 중에서
10. 혜성이 불량배를 만나고, 민준국이 핸드폰으로 ‘I’ll be there’라는 정체불명의 문자를 보내도 수하는 항상 혜성의 곁에 있었다. 연하남 수하에 여성들이 빠져든 이유도 그의 한결같은 ‘내가 거기에 있을게(I’ll be there)’ 정신 때문이 아닐까. 수하와 혜성은 손 뽀뽀, 백 허그로 본격적인 로맨스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4화 방송화면 캡쳐

4번 트랙 // 흐린 기억 속의 그대
“흐린 기억 속의 그대 그대 그대 모습을 사랑하고 싶지만/ 돌아서 버린 너였기에/ 멀어져버린 너였기에/ 소중한 기억속으로/ 접어들고 싶어” – 현진영 2집 ‘흐린 기억 속의 그대’ 중에서

10. 분명 수하는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혜성의 흐린 기억 속에 머물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은 조금 더 가까워지지만, 혜성은 여전히 수하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흐린 기억 속의 인물이 등장한다. 수하의 앞에 나타난 민준국은 ‘혜성을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수하를 괴롭히고, 준국을 폭행하다 경찰서에 잡힌 수하를 바라보던 혜성의 기억 속엔 안개가 걷힌다.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5화 방송화면 캡쳐

5번 트랙 // 믿어선 안될 말
“널 사랑해 사랑해/ 널 언제나 생각해/ 널 언제나 기억해/ 널 언제나 기다려 … 까맣게 타버린 난/ 그어진 내 진실과/ 그만큼 더 아팠던/ 믿음 속에 있어/ 믿어선 안될 말” – 넬 1집 ‘믿어선 안될 말’ 중에서

10. 분노와 복수심으로 까맣게 타버린 민준국은 수하와 혜성의 일상에 침입해 ‘믿어선 안될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경찰에게 멀리 짐을 싸서 떠난다는 말도, 길동이란 이름으로 혜성네 통닭가게를 찾은 그의 말도 모두 다 거짓이었다. 그의 등장이 폭풍전야로 느껴졌던 순간.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6화 방송화면 캡쳐

6번 트랙 // 세상 끝에 홀로 버려진 나를
“세상 끝에 홀로 버려진 나를 어느새/ 넌 다독거렸지 헤아려주고/ 그래 나 살고픈 이유는 바로 너” – 이승철 3집 ‘넌 또 다른 나’ 중에서
10. 사소한 오해들로 서로에게 상처가 될 말들을 뱉기도 했지만, 결국 수하와 혜성의 관계는 점점 깊어져만 간다. 혼자가 된 수하는 혜성과 함께 하며 살아야하는 이유를 찾게 된다. 하지만 민준국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수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람을 죽여선 안된다”는 혜성의 말에도 복수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7화 방송화면 캡쳐

7번 트랙 //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힘들게 보낸 나의 하루에/ 짧은 입맞춤을 해주던 사람/ 언젠가 서로가 더 먼 곳을 보며/ 결국엔 헤어질 것을 알았지만/ 너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 나를 어렵게 만드는 얘기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 이오공감 ‘한사람을 위한 마음’ 중에서


10. 항상 꿈이 맞아 떨어진다는 혜성의 엄마가 꾼 혜성이 물에 빠지는 꿈과, 수하가 민준국의 위치를 확인한 뒤 울린 전화벨 소리에도 슬픔 예감이 담겨있었다. 점차 가까워지는 수하와 혜성을 보며 행복의 끝이 보이는 것에 대한 불안은 기우가 아니었다. 왜 슬픔 예감을 틀린 적이 없나.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8화 방송화면 캡쳐

8번 트랙 // 누구를 위한 삶인가
“사랑 한 순간 기쁨 한 순간/ 모든건 다 영원할 수가 없다는 걸/ 잠시 뿐인걸 이제야 알았어 모든 게 떠나버리고/ 누구를 위한 삶인가/ 소리쳐 보아도” – 리쌍 4집 ‘누구를 위한 삶인가’ 중에서


10. 유독 삶의 방향성을 잃은 이들이 많이 등장했던 한 회였다. 혜성은 어머니를 잃었고, 차관우 변호사(윤상현)는 민준국을 변호하며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낀다. “만약 내가 여기서 무죄로 나가면 말이다 다음은 너와 저 기집애 차례다”라는 민준국의 마음을 읽은 수하는 혜성과 자신의 삶을 위해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수족관에서 눈물을 흘리며 혜성에게 키스하는 수하의 모습이 더욱 슬퍼 보였던 순간.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9화 방송화면 캡쳐

9번 트랙 //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당신의 그 웃음 뒤에서/ 함께 하는데 …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 김현식 6집 ‘내 사랑 내 곁에’ 중에서
10. 복수는 부메랑이 되어 혜성을 찔렀고 극에 달한 분노는 수하를 떠나게 만들었다. “당신이 걱정하는 일 절대로 안 할 거야. 약속 꼭 지킬 테니까. 나, 믿어줘”라는 말을 남긴 채 홀연히 떠난 수하는 1년 뒤 기억을 잃은 채로 혜성과 재회하게 된다. 힘겨움에 비틀거리던 혜성은 이제 수하까지 품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10화 방송화면 캡쳐

10번 트랙 // 아픈 기억 찾아 헤메이는 건 왜일까
“지난옛일 모두 기쁨이라고 하면서도/ 아픈 기억 찾아 헤메이는 건 왜일까/ 가슴깊이 남은 건 때늦은 후회 덧없는 듯/ 쓴 웃음으로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네” - 아스노바(Arsnova) ‘지난날’ 중에서

10. 아프고 힘든 기억은 지우면 좋으련만 수하는 그럴 수가 없다. 혜성은 민준국 살인 혐의를 쓴 수하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고 결국 무죄를 입증해냈다. 혜성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수하는 어두웠던 과거의 기억들을 서서히 떠올리기 시작한다.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11화 방송화면 캡쳐

11번 트랙 // 미안해 널 미워해
“기억나지 않아 어젯밤 꿈조차/ 지우려고 했던 게 아닌데/ 잠들지 않도록 널 부르며 눈 감았지/ 사무쳐 그리지는 않았지/ 미안해 널 미워해 이대로 인걸/ 이해해 넌 그렇게 그대로 인걸/ 꿈꾸지 않기를 눈 감으며 기도 했지/ 사무쳐 그립지는 않았지” 자우림 2집 ‘미안해 널 미워해’ 중에서


10. 아무리 미워하려고 애써 봐도 잘 안 되는 사람이 있다. 혜성은 지난날의 아픔을 다시 겪기가 두려워서 수하를 밀어내지만, 끝내 수하를 미워할 수는 없었다. “내가 정말 말도 안 되게, 정말 어이없게 두요, 그 애가 자꾸 신경 쓰여요. 정말 말도 안 되게 내가 그 애를 좋아하나 봐요” 혜성은 점차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12화 방송화면 캡쳐

12번 트랙 // 기억의 습작
“이젠 버틸 순 없다고/ 휑한 웃음으로 내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지만 … 너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만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속으로 쓰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 전람회 1집 ‘기억의 습작’ 중에서

10.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던 혜성은 수하를 통해 살아갈 의지를 얻는다. 우연히 자신의 어깨에 혜성과 비슷한 흉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수하는 불현 듯 잃었던 기억이 모두 되돌아온다. 기억과 함께 돌아온 사랑은 수하를 눈물 흘리게 했다. 한결같이 자신을 지켜온 혜성을 와락 껴안은 수하에겐 기억을 잃고 살았던 지난 시간이 훗날 아릿한 슬픔을 안길 ‘기억의 습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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