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힐링캠프’ 기자간담회 현장 사진 이경규(맨 왼쪽), 한혜진, 김제동

차량조차 드나들기 힘든 길을 따라 걷기를 10분. 초록 수풀이 우거진 한적한 장소에 위치한 캠핑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캠핑장 앞엔 화폭 같은 호수가 펼쳐졌고 장마철 물기를 머금은 호수에는 물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아 있었다. 100회 특집 녹화를 앞둔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촬영장을 찾아가는 길은 그 자체만으로 힐링을 주는 듯했다. 캠핑장 뒤편 공터에선 푸른 융단을 깐 듯한 잔디밭 위에 녹화를 위한 무대 설치가 한창이었다.

여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10일, 경기도 남양주 소재 모 캠핑장에선 녹화에 앞서 100회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한 달간 2주년 기념 축제 기간을 갖기로 한 ‘힐링캠프’는 지난 7일 축구선수 기성용과 결혼식을 올린 MC 한혜진이 24일 녹화를 마지막으로 하차를 결정해 화제를 모았다. 10일 녹화에는 100회 특집을 맞아 법륜스님, 고창석, 윤도현, 백종원, 유준상, 김성령, 홍석천 등 기존 출연자들이 다시금 함께 한다. 100회 이후 새로운 시작을 앞둔 ‘힐링캠프’, 프로그램과 2년을 함께한 세 명의 MC 이경규, 김제동, 한혜진과 프로그램의 기획과 연출을 맡은 최영인 CP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어느덧 ‘힐링캠프’도 100회 방송분 녹화를 앞두고 있다. 첫 회부터 함께한 프로그램이기에 감회가 남다를 듯하다.
이경규: 그 동안 내가 맡았던 프로그램 중에 100회를 넘긴 프로그램은 여럿이 있지만 ‘힐링캠프’만큼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배운 점이 많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혜진이 하차한다는 사실이다. 500회까지만 같이하자고 수차례 얘길 했지만 결국 우리를 버리고 자기 삶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웃음).
한혜진: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 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힐링캠프’는 나에게 있어 첫 예능프로이자 토크쇼였다. 이렇게 장수하고 사회에 화두를 던질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김제동: ‘100’이라는 숫자는 완성이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지나온 길이 뿌듯하지만 앞으로 갈 길에 대한 걱정도 있다. 각 게스트들을 만나면서 ‘사람에겐 누구나 보통의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스트의 사회적 지위, 역할 등을 떠나서 프로그램을 통해 그 분들의 마음을 다룰 수 있었다는 점이 기뻤다.
최영인 CP: 보통 100회는 넘겨야 롱런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더라(웃음). 프로그램을 하며 굴곡도 겪었지만 그만큼 길게 갈 수 있는 경험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 프로그램의 처음 모습을 지금과 비교하면 많이 다르다. 앞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발전하는 프로그램이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이경규 씨가 환갑이 될 때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다(웃음).

SBS ‘힐링캠프’ 김제동 사진

Q. 100회까지 오면서 수많은 게스트가 출연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게스트가 있었다면.
이경규: 많은 분들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배우 최민식 씨를 섭외할 땐 두 달간 공을 들였던 기억도 있고.(웃음) 개인적으로는 미국에서 왔던 닉 부이치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를 보면서 ‘사람이 긍정적으로 살아야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30년 넘게 방송을 해오면서 가장 임팩트가 강했고 존경스러웠던 사람이었다.
한혜진: 아무래도 나의 본업이 연기자다보니 연기자 선배들의 출연이 기억에 남는다. 그들을 보면서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방송을 하며 그 분들이 출연하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결정을 했을지 새삼 실감하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게스트들의 위대함을 깨닫고 많은 것을 배웠다.
김제동: 내가 섭외했던 이승엽, 법륜 스님, 설경구 등이 기억에 남는다(웃음). 많은 분들을 인터뷰하며 느낀 것은 ‘사람들이 모두 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이구나’하는 사실이었다. 촬영을 하며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도 성과였다.

Q. 지난 대선 때는 모든 대선 주자들이 ‘힐링캠프’에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00회 이후에도 그런 파격적인 섭외를 기대할 수 있을까.
최영인 CP: ‘게스트가 좀 세다’는 평가의 기준은 다양하다. 인물 자체의 영향력도 중요하지만 섭외하는 타이밍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누구를 섭외하겠다고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 생각한다. 다만 대한민국은 사건도 많고 변화도 잦기에 적어도 일주일에 한 분 정도는 섭외할 만한 ‘핫’한 분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게스트 섭외에 대한 걱정은 없다.

Q. 지난 2년간 ‘힐링캠프’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가장 고비라고 느꼈던 순간이 언제였나.
이경규: ’힐링캠프’에 특별히 고비는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는데 그건 거의 다 나았다. 녹화를 오래하며 남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목 디스크도 왔다(웃음). 그게 고비라면 고비일까.
한혜진: 회식을 할 때면 늘 ‘일희일비하면서 가자’고 이야기한다. 항상 좋은 반응만 얻을 수는 없다고 본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가는 것이기에 아직도 ‘힐링캠프’는 그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한다.
김제동: 고비는 지금이다. 한혜진이 떠나니까(웃음). 왜 나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다 시집을 가버리는지 모르겠다. 벌써 여덟 명 째다(웃음). ‘힐링캠프’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이경규의 주도하에 잘해나갈 것이다.

SBS ‘힐링캠프’ 한혜진 사진

Q. 한혜진은 2년 동안 함께한 프로그램을 떠나려하니 아쉬움도 크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한혜진: ’힐링캠프’ 녹화가 일주일에 한 번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영국에서 오가기가 어렵다. 비행기 표 값만 해도 어마어마하다(웃음). 첫 예능이고 토크쇼라 아쉬움도 크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내린 결정이다. 앞으로는 좋은 연기자로 찾아뵙기 위해 노력하겠다.

Q.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들이 주로 출연하다보니 최근에는 게스트들을 위한 ‘해명쇼’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경규: 사람마다 다 아픔이 있고 사연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변명을 하는 것인지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녹화를 하면서 우리는 그것이 변명이라고 느끼지 않았다. ‘본인 방송 생활에 도움이 안 될 텐데 저런 얘기까지 해도 되나’하는 순간도 많았다. 대중의 오해를 풀기 위해 출연을 결심한 분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변명을 한다기보다는 대중에게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고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드린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그것이 변명처럼 느껴졌다면 우리가 먼저 중간에 (말을) 잘랐을 거다.

SBS ‘힐링캠프’ 이경규

Q.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섭외해 이야기를 듣다보니 사생활이 다뤄질 때가 많았다. 토크쇼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경규: 예전에는 방송을 하면 제작진이 머리를 짜내서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가 많았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엔 구성 중심의 방송이 주를 이뤘다. 반면 요즘엔 연예인의 사생활을 공개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게 대부분이더라. 본인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 먹고 살기 어려운 희한한 상황이 왔다. 방송에서 사생활을 어디까지 얘기할 것인지는 본인에게 달려있다고 본다. 그걸 방송이나 PD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방송에서 지나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건 썩 좋은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힐링캠프’에선 사생활을 대중들이 공감하고 힐링을 얻을 수 있는 범주 내에서만 다룬다. 대중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정 포인트를 뽑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Q. 100회 특집 녹화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남다를 듯하다.
이경규: 오늘 녹화를 하는 이곳(경기도 남양주 소재 모 캠핑장)은 ‘힐링캠프’의 첫 녹화를 했던 장소다. 2년 전에는 플래카드 하나 걸어두고 멋도 모르고 시작했었는데 어느새 100회 녹화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하지만 김제동과 한혜진은 잘 모르는 듯한데 원래 나는 방송을 시작할 때 1000회를 염두해 두고 시작했다(웃음). 은퇴를 한다면 아마 이 방송에서 하게 될 것이다.

Q. 24일 녹화를 마지막으로 한혜진은 하차하게 된다. 후임자로는 어떤 분이 왔으면 좋겠는가.
한혜진: 내가 ’힐링캠프’에서 한 역할을 이야기를 잘 들어드리는 거였다. 근데 그게 방송을 위해 꾸며낸 이미지가 아니라 평상시에도 그렇다(웃음). 그래서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후임으로는 이러한 역할을 하면서 두 아저씨(이경규, 김제동)을 잘 모실 수 있는, 그리고 밝게 잘 웃을 수 있는 분이 왔으면 좋겠다.
이경규: 방송을 보시는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우리는 나름의 역할 분담이 되어있다. 김제동은 게스트가 오면 맞이해서 접대를 한다. 김제동이 게스트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녹화에 들어가선 한혜진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나는 약간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웃음). 약간의 긴장 속에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오기 때문에 게스트와 일부러 얘기를 나누지 않는 편이다. 한혜진의 후임으로는 떠나간 한혜진이 바로 잊혀질 수 있을 정도의 인물이 왔으면 좋겠다(웃음). 한혜진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잘 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겠다(웃음).

SBS ‘힐링캠프’ 김제동(맨 왼쪽), 한혜진, 이경규 사진

Q. ‘힐링캠프’는 앞으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기대해 봐도 될까.
이경규: 이 시대는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대다. 이럴수록 모두가 서로를 위로하고 힐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웰빙, 힐링을 넘어서 웰다잉까지 담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겠다.
한혜진: “우리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가 두발 뻗고 잘잘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라고 최영인 CP가 얘기했다. 지금까진 잘 왔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힐링을 얻었다는 것이 가장 뿌듯한 일이다. 나는 곧 떠나지만 ’힐링캠프’가 계속해서 지치고 힘든 분들께 많은 위로와 힐링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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