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2′ 포스터
거 참 희한한 일이다. 분명 화면 속 요리를 보고 있는데 입에는 침이 고이고, 생전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의 맛을 상상하려 애쓰게 된다. 인터넷상에는 참가자들이 만든 요리의 레시피가 공개되고, 취미로 요리를 시작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모두 ‘요리’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 하나가 만들어낸 변화다. 3억 원의 우승 상금을 걸고 단 한 명의 우승자가 될 아마추어 요리사를 찾는 요리 서바이벌인 케이블채널 올리브의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2’(이하 ‘마셰코2’)는 작년에 화제를 모았던 시즌1의 바통을 이어받아 순항 중이다. 최근 방송된 9회는 전국평균시청률 2.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시즌1의 최고 시청률 2.6%을 넘보고 있다.시즌1과 비교해보면 프로그램의 성향도 조금 바뀌었다. 전 시즌에서는 개성 강한 참가자들의 캐릭터가 눈길을 끌었다면 이번 시즌에서는 두드러지는 캐릭터는 없지만 요리수준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 탈북 새터민, 만화 요리 애호가, 딸 바보 격투기 선수, 요리하는 가수 등 참가자들의 독특한 이력도 인기를 끄는 요인 중 하나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는 ‘마셰코2’ TOP8 중 4명(김태형, 김하나, 최강록, 최석원)과 김경수 CP, 하정석 PD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TOP8에 들며 자신의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참가자들의 표정엔 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인기를 직접 느껴본 적이 없어서 실감이 안 난다”는 김하나의 말처럼 참가자들은 ‘마셰코2’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아직은 어색하다. 3인조 밴드 에덴의 보컬로 가수데뷔를 앞둔 김태형은 “합숙을 하며 핸드폰을 뺏겼고 숙소에는 TV도 없고 인터넷도 안 돼 숙소 밖의 상황을 전혀 몰랐다”며 “뉴스에서 이슈가 됐다는 얘기는 나중에 들었고 우리는 (숙소) 안에서 온통 요리생각만 했던 것 같다(웃음)”고 말했다. 반면 ‘딸 바보 격투기 선수’로 유명세를 탄 최석원은 “(대중의 시선에 대한) 부담은 없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정석 PD는 ‘마셰코2’의 인기비결을 묻는 질문에 “‘진짜를 보여주자’는 생각뿐이다. 미션과 프로그램 구성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다 리얼이다”라고 전했다. 하정석 PD는 “음식을 화면으로 표현하는 것은 오히려 쉽다”며 “실제로 제일 고민하는 건 ‘음식이 맛이 없으면 어떡하지’하는 거다. 심사위원들도 처음엔 고민을 많이 했는데 TOP8이 뽑힐 쯤에는 심사위원 세 분 다 ‘어떻게 하든 결국 맛은 나더라, 그냥 지켜보자’고 하더라”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즌1의 인기를 이어 받는 것이 제작진으로서는 마음 편한 일만은 아니다. ‘마셰코2’에도 위기는 있었다. 김경수 CP는 “처음에 3~4회까지 지켜본 뒤론 의도적인 연출이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러나 ‘마셰코’는 요리에 대한 진정성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요리에는 개입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결과적으론 그런 부분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2′ TOP8 기자간담회 현장사진 김태형(맨 왼쪽부터), 김하나, 최강록, 최석원
세 명의 심사위원인 강레오·김소희·노희영의 독설은 ‘마셰코2’의 또 다른 볼거리다. 이에 최석원은 “사실 기분 나쁜 게 몇 가지 있다”며 조심스레 운을 띄우더니 “얼마 전에 소고기 미션을 할 때는 베이컨을 갖다놓은 것을 본 심사위원 세 분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잔소리를 하시더라. 나중에는 조금 요령이 생겨서 트집잡힐 만한 것들은 미리 감췄다(웃음). 지난번에 푸딩을 만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트집잡으시는 것에 대해 대답하기가 애매해서 가만히 있던 것뿐인데 화면에는 멍청한 표정으로 서 있는 것으로만 비춰졌다(웃음)”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또 최석원은 “최강록이 맥적을 할 때 강레오 셰프가 와서 ‘소스를 발라야 할 것 아니냐’고 강하게 얘기를 하자 숙소에 돌아와서 내게 ‘형, 강레오 셰프가 나한테 말 놨어’라고 털어 놓기도 했다”며 “강록을 위해 강레오 셰프와 이야기 할 자리를 만들어주자 강록이 ‘셰프님 존경합니다’라고 말하고 말더라(웃음)”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최강록은 “4회 때 만들었던 아구요리가 가장 자신 있는 요리였다면 맥적은 그 반대였다”며 “한국요리인데도 맥적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해 벽돌을 구워놓은 듯한 음식을 만들고 말았다(웃음)”고 전했다.
요리 이야기가 나오자 다른 참가자들도 말문이 트였다. 최석원은 “1등을 했던 새우 신선로가 기억에 남는다”며 “요리하는 내내 팀원들과 함께 한다는 느낌이 있었다. ‘마셰코2’에 출연하면서 요리할 때 맛을 많이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고 전했다. 김하나는 “5회 방송 때 ‘서로 메뉴 바꾸기’를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사프란을 잘 모르는데 김태형의 사프란 마리네라를 맡게 돼 무척 당황했다. 나중에 꼭 제대로 만들어서 SNS에 올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열여섯 살에 탈북해 소식이 끊긴 아버지를 찾기 위해 ‘마셰코2’에 출연한 김하나의 근황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김하나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마셰코2’에 지원했다”며 “북한에 있는 친척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더라. 아직 확실한 건 아니기에 계속해서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마셰코2’는 잦은 PPL(간접광고) 노출로 지나치게 홍보성이 짙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김경수 CP는 “프로그램 자체가 굉장히 많은 브랜드의 지원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 김경수 CP는 “이미 ‘마셰코3’를 염두해 두고 있다”며 “시즌3의 포맷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올해 ‘셀러브리티’ 편을 한 것처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키즈(Kids) 편 등으로 좀 더 시청자들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포맷을 확장시키려고 한다”고 전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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