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 방송화면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11~12회 7월10, 11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수하(이종석)는 증거부족으로 무죄판결을 받는다. 장혜성(이보영)은 수하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일부러 차갑게 대하고, 이를 지켜보는 차관우(윤상현)는 힘들다. 왼손 살인사건으로 재판에서 증언을 한 황달중(김병욱)은 뇌종양으로 인해 출소한다. 서도연(이다희)은 경찰에 수하를 신고한 과일가게 주인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민준국(정웅인)의 생존을 확신하고, 지명수배를 내린다. 마침내 수하는 낚시터에서 잊고 싶었던 사실을 기억해낸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도 다시 찾는다.

리뷰
예상했던 대로 민준국의 자작극이었고, 수하는 당연히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제 뻔하게 흘러가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장혜성의 수하에 대한 마음이 드러나고, 위트있는 장면들이 양념처럼 뿌려지고, 11년 전 재판에서 감춰진 진실을 마주하면서 어느 순간 드라마의 동굴 깊숙이 빨려 들어간다. 기억상실로 인해 로맨스는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고, 미스터리의 퍼즐 조각은 하나 둘 실체를 보인다. 로맨스의 두근거림과 미스터리의 두뇌 회전을 적절히 교차시켜,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와 조화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로맨스에서 기억상실은 기대 이상의 큰 역할을 했다. 기억을 잃고, 초능력도 사라진 채 나타난 수하. 그동안 수하가 장혜성을 지키기 위해 항상 곁에 있었다면, 이제 수하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장혜성이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자꾸 수하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미치겠다며 피하려고 애쓰지만, 거부할수록, 부정할수록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게 사람의 감정. 작정하고 모질게 쓴소리 던지고 가지만, 다시 돌아와 “널 어떡하면 좋으니”라며 수하 곁을 떠나지 못한다. 기억상실로 백지상태가 된 수하 앞에서 장혜성은 애틋한 감정의 실체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기억을 되찾은 수하는 장혜성을 바라보며 말한다. “당신을 어떡하면 좋을까”. 서로 상대방만 보이고, 신경 쓰인다. 서로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장혜성과 수하. 이들의 로맨스는 기억상실을 계기로 윤곽이 제대로 드러났다.

드라마에서 우연한 설정은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신변호사는 우연은 신의 뜻이라고, 이유가 있을 거라고 말한다. 장혜성과 서도연이 11년 전 민준국 사건을 우연히 목격하고, 10년 뒤 법원에서 변호사와 검사로 다시 만나고, 민준국은 우연을 가장해서 장혜성의 엄마를 살해하고, 서변호사가 변호했던 황달중은 우연히 민준국과 같은 교도소에서 생활하는 등 갖가지 우연으로 이미 실타래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뇌종양으로 인해 출소한 황달중이 병원에서 우연히 아는 여자를 만난다. 왼손살해사건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부인의 등장과 만남은 짧지만 다양한 추측이 가능한 미끼를 던져주었다.

이제 우연의 이유를 하나씩 드러낼 차례가 되었다. 결정적인 증인의 사망 앞에서 서도연이 “이게 다 우연일까요?”라며 반문한다. 이는 제작진이 시청자에게 의미심장하게 던지는 한마디다. 수하의 기억을 통해 민준국의 살해 동기의 퍼즐 조각이 나왔고, 앞으로 미스터리 퍼즐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나갈 것이다. 이로써 하나의 그림을 완성할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신의 뜻도 멋지게 풀어내주길 기대해 본다.

수다 포인트
- 치아 모양 메모장을 나열하니, 이것도 그림 된다. 로맨틱한 연애를 꿈꾸는 이에게 강추!
- 기억상실 수하 VS 초능력 수하. 인기투표 결과는?
- 로맨스의 정석은 역시 백허그. 이 순간 여심의 지진 강도는 9, 심장이 바운스바운스~

글. 박혜영(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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