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 조연출 김우중, 이민지, 손수정, 조주연, 김선영, 이재석 PD(왼쪽부터)

MBC ‘일밤’의 돌아온 봄은 ‘아빠! 어디가?’(연출 김유곤 강궁)에서 시작됐다.

‘아빠! 어디가?’ 속 등장하는 다섯 가족들은 이제 대한민국 누구나 다 아는 스타가 됐다. 할리우드의 수리나 플린이 부럽지 않은 인기다. 그 자체로 충분히 사랑스러운 아이들(김민국, 성준, 이준수, 윤후, 송지아)이지만, 그래도 이 아이들이 만드는 상황 상황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이유는 형형색색에 아기자기한 그림까지 곁든, 아이와 아빠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 한 자막과 편집 덕분이다.

장면 장면 등장하는 자막을 위해 빡빡한 일주일을 부지런히 반복하는 숨은 주인공이 있다. 바로 6명의 조연출, 이재석(2008년 입사), 김선영(경력 2011년 입사), 조주연(2010년 입사, 이하동일), 손수정, 이민지, 김우중 PD(입사 6개월)다.

이들 대부분은 ‘아빠! 어디가?’ 이전부터 ‘일밤’ 담당 조연출이었다. 이제는 잊혀진 ‘승부의 신’이나 ‘신입사원’을 비롯, 한때 굉장한 열기를 자랑했던 ‘나는 가수다’ 등을 거쳐 왔는데 MBC 입사 이후 ’일밤’의 최전성기는 현재 진행이다.

“(시청률이 낮았던) 그땐 정말이지 ‘일밤’이 잘 되면 눈물이라도 날 것 같았는데 막상 눈물이 나진 않더군요(웃음). 그때나 지금이나 고생의 양은 사실 같아요. 그리고 냉정하게 저희가 해냈다는 느낌은 아직 들지 않고요. 다만 달라진 것은 비로소 시청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거예요. 아무래도 반응이 없으면 자막 하나를 쓰고 편집을 할 때도 흥이 안 나는데,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 좀 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을 다룬 프로그램이라는 점과 또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착하고 따뜻한 예능이라는 점 탓에 신경 쓰게 되는 부분도 있다.

“신조어는 웬만하면 쓰지 않아요. 혹시 우리가 쓰게 되더라도 연출 선배들이 걷어낼 때가 많아요.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시골 어르신들도 이해할 수 있는 자막을 쓰라고 항상 말씀하시죠. 예를 들어, ‘유레카!’라고 썼다가도 ‘심봤다!’라고 고치는 식이죠. 최대한 쉽게 풀어내려고 하고 비속어도 쓰지 않아요. 우리의 감대로 자막을 제작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틀을 바라보는 연출 선배랑 충분히 이야기해 고쳐가면서 완성되는 식이에요.”

최대한 제작진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의 관찰 예능인데다 아이들의 순수함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이 바로 ‘아빠! 어디가?’의 장점이기에, 아이의 시각에서 그 마음을 읽고 어른의 시각은 최소화 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한다. 초반에 강조됐던 후와 지아의 러브라인이 최근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어떻게 보면 어른의 시각이 투영된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란다.

“‘아빠! 어디가?’ 이전에는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버라이어티에 익숙해 있다 보니 아이들을 표현하는 자막에도 센 표현을 써서 선배들에게 혼난 적도 있어요. 최대한 순수하고 순박한 표현을 쓰려고 노력 또 노력하고 있어요.”

‘아빠! 어디가?’ 특유의 서정적인 자막은 연출자 강궁 PD의 영향도 크다고 한다. 강궁 PD는 과거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용서(정용화-서현) 커플의 담당PD였다. 당시에도 오글거리는 자막이 큰 사랑을 받았다.

“강궁 형은 ‘콩닥콩닥’, ‘두근두근’ 이런 표현을 좋아하세요. 아이들의 동작은 구태여 설명하는 것보다 의태어나 의성어만 넣어줘도 귀여운데, 그 점에서 큰 도움을 받았어요.”

프로그램의 이런 특색 탓일까. 바로 옆방에서 편집에 골몰하는 ‘진짜 사나이’ 팀에 비해 밝고 통통 튄다는 이야기를 유독 자주 듣는다는 ‘아빠 어디가?!’ 팀들이다. 이처럼 보기만 해도 미소 짓게 되는 아이들의 소풍을 다루고 있지만, 그래도 가슴 한켠 짠 하는 순간은 이 아이들을 들여다보고 있느라고 정작 내 아이는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고 느낄 때다.

이제 갓 돌을 지난 아이가 있다는 이재석 PD는 “아이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볼 시간도 없어요. 아빠 얼굴도 잘 모르는 것 같아요”라며 씁쓸해하기도 했다. “그나마 아직은 괜찮은데, 연출 김유곤 선배의 아들은 마침 출연하는 친구들과 연령대가 맞아서 매번 ‘나도 아빠랑 놀러가고 싶어’라고 한다고 해요. 마음이 아프죠.”

‘아빠! 어디가?’ 막내 조연출 김우중 PD가 쪽잠을 자다 깨어났다

이들 뿐 아니라 방송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밤낮 구분 없고 휴가도 제대로 챙길 수 없는 스케줄 탓에 주변의 경조사는커녕, 여가생활도 챙기기가 힘들다.

“시간이 남으면 그냥 자요. 잠 잘 시간도 실은 부족하니까요. 아파도 편집은 해야 하니까 몸살 기운이 돈다 싶으면 몸을 사리면서 일을 하죠. 그렇다고 제대로 쉬지는 못하고요. 더 아프지 않도록 최대한 애쓰는 거죠. 주말에 친구들이 결혼한다고 연락이 와도 제대로 챙길 수 없어요. 아무래도 이 직업의 가장 아쉬운 점은 주위 사람들을 못 챙기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표정이 밝은 이유는 뭘까. 높은 시청률 때문? 아니란다.

“시청률을 떠나서 일반 직장인들과는 또 다르게 내가 그 해에 이룬 성과들이 프로그램이라는 형태로 축적이 되잖아요. 다시 되돌아보면서 추억을 곱씹을 수도 있고. 또 일 자체가 재미있어요. 누군가가 보면 비정상적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회의를 해도 장난을 치며 재미있게 해요. 우리끼리 만든 것을 공유하며 낄낄대고, 놀면서 일한다는 느낌이에요. 또 다른 팀과는 달리 우리는 조연출이 한두 명이 아니라 6명이나 되잖아요. 모이면 왁자지껄한 그런 분위기도 한 몫해요. 무엇보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지인들이 프로그램 잘 봤다고 말하는 때죠. 특히나 ‘아빠! 어디가?’의 경우 부모님들이 모니터를 해주면서 재미있다고 말씀해주시는데, 그럴 때 기분이 너무 좋아요.”

글,편집.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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