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꽃보다 할배’ 2회 2013년 7월 12일 오후 8시 50분
다섯 줄 요약
파리에서의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됐다.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집을 나설 채비를 하는 네 할배들의 분주함에 이서진은 뒤늦게 잠이 깬다. 오랜 기다림 끝에 루브르 박물관에 들어서지만, 작품을 열심히 감상하는 이순재와 달리, 백일섭은 박물관에서 빨리 나갈 궁리만 한다. 에펠탑을 구경하고 ‘삼겹살에 김치찌개’를 먹기 위해 한국식당을 찾아가는 길은 멀기만 하고, 우여곡절 끝에 저녁식사를 마치고 샹젤리제를 걷자는 이순재와 이만 일정을 끝마치자는 백일섭은 갈등을 빚는다.
리뷰
‘짧지만 굵은’ 스포일러와 그에 상응하는 ‘버즈(buzz)’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꽃보다 할배’. ‘1박 2일’로 잘 알려진 나영석 PD가 케이블 채널에 둥지를 트고 난 후 첫 번째 작품이기도 했고, 중년을 넘어 황혼기에 접어든 네 명의 굵직한 배우들을 한 데 모았다는 점에서 프로그램 방영 전부터 기대와 함께 우려가 섞인 반응들이 있었다. 여행 시작 전 과정과 이서진의 ‘몰카’로 채워졌던 지난 회가 일종의 ‘맛보기’에 그쳤다면 이번 회부터는 본격적인 ‘파리 여행’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장면들과 그를 만들어가는 네 명의 확실한 캐릭터들이 전면에 내세워졌다. 그럼으로써 이전의 우려-가 있었다면-는 말끔히 사라졌다.
여기서 잠시 ‘꽃보다 할배’의 콘셉트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유럽여행을 간다’는 사실이나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오랫동안 이끌어갈 수 있을까. 이 두 가지 재료(?)만으로 ‘엄청난 그림이 나올 것 같다’고 장담할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2회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과 인물스케치를 보면서 느끼게 되는 건 결국 제작진의 ‘조리 감각’이 프로그램의 재료들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네 명의 ‘할배’들이 가진 각자의 특성을 포착해 ‘캐릭터화’하고 이 캐릭터들이 서로 보완되거나 때때로 충돌하는 순간들을 여행 이면의 이야기 축으로 삼는 솜씨는 시청자가 ‘꽃보다 할배’의 다음 회를 기대하게끔 하는 힘을 발휘한다.
이번 회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우연히도 신구와 관련이 있다. 민박집에서 아침을 먹으며 만난 손녀 뻘의 여행자에게 그는 “참 용감하다”며 자신도 젊은 시절 그런 기회가 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회한을 이야기했다. 다른 장면에서 그는 에펠탑을 바라보며 당대에 인정받지 못한 것(에펠탑)도 후대에 인정받을 수 있음을 이야기하면서 지금의 젊은이들이 가진 삶을 응원했다. 말 뿐 아니라, 다리가 불편한 동생 백일섭을 배려하고 무작정 앞서가고 보는 형 이순재를 중재하는 신구의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가 가지지 못한 삶의 여유와 지혜를 배운다. 흰 머리에 맑은 성품을 가진 그들은 ‘착한 예능’이 비단 채식을 하거나 물을 아끼는 것이 아님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수다포인트
-근형 옵하의 골드 패디큐어! 참 훔치고 싶네요.
-섭섭 옵하의 백팩, 벌써 완판 예감!
-신구 옵하, 개선문 위에서의 춤사위 너무 귀여우신 거 아녜요?
글. 톨리(TV리뷰어)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