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울버린’을 들고 네 번째로 한국을 찾은 휴 잭맨.

휴 잭맨을 만났다. 이번이 네 번째다. 그가 한국 대중들에게 소개할 작품은 25일 개봉될 영화 ‘더 울버린’이다. 그는 13년 동안, 총 6편의 영화에서 울버린 역을 맡았다. 누가 뭐래도, 울버린은 곧 휴 잭맨이다. 특히 덥수룩한 구레나룻 때문인지 영화 속 ‘울버린’이 그대로 뛰쳐나온 듯 했다. 마치 손에서는 클로가 나올 것만 같은. 말끔한 수트 차림의 울버린, 제법 이색적인 광경이다.

휴 잭맨의 ‘한국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내한 기자회견에서도 그런 면모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정답’처럼 느껴지는 대답이 아닌 평소 그의 생활상이 엿보일 정도다. 어느 할리우드 스타가, 제 아무리 한국을 사랑한다고 해도 자기 아들 방에 태극기를 걸어 놓겠는가. 이전에 비해 유머와 위트가 더해졌고, 한층 더 여유로워졌다. 한국(문화)을 이야기하면서 농담을 곁들일 수 있는 할리우드 스타가 얼마나 될까. 휴 잭맨이기에 가능했다. 15일 오전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의 한국 사랑을 여실히 드러냈다.

휴 잭맨

휴 잭맨은 인사말부터 ‘한국’을 드러냈다. 그는 “올 때마다 즐겁다. 더 길게 체류했으면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한국에 온 날(14일) 저녁으로 맛있는 한국식당에서 ‘코리안 바비큐’를 먹었다”고 자랑했다. 이어 “세계 어디를 가도 저녁을 먹으러 나갈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며 “슈퍼 히어로가 먹을 음식이 많다. 그만큼 뛰어나고 맛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음식자랑으로 시작한 휴 잭맨은 한국 영화계에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자신을 써달라고. 더 길게 체류했으면 한다는 그의 말에 “한국에서 영화 촬영을 한다면 오래 머물 수 있지 않나”라고 사회자인 방송인 류시현이 질문을 던지자 좋은 방법을 깨달았다는 듯 휴 잭맨은 “좋은 생각이다. 한국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한국 영화를 이야기했다. “비행기에서 ‘도둑들’을 봤는데 인상 깊었다. 그리고 한국 영화팬들이 한국영화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그것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그러니 저에게 관심 있는 감독님이나 영화사 있으면 연락해 달라.”

현장에 참석한 취재기자가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를 휴 잭맨에게 물었다. 그는 “내가 대답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한국 분들에게 각별한 친근감과 가까움을 느낀다. 한국 팬들도 저를 가족처럼 잘 대해준다”고 미소를 보였다. 휴 잭맨 가족들도 한국과 가깝다. “지난번에 딸을 위해 한복하고 인형을 샀고, 아들 방엔 태극기를 걸어 놓았다. 이번엔 집사람 선물을 사야할 것 같다. 아내가 기뻐야 내 생활이 기쁘다”며 웃음이다. 또 그는 “어제(14일) 인터뷰를 했는데 (내가 데리고 다니는) 개에게 입힐 옷을 선물하더라. 만약 파파라치 사진에서 개가 한복을 입고 있다면 이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제 개는 수놈인데 여자 한복을 받은 것 같다. 개한테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유쾌하게 마무리했다.

휴 잭맨.

울버린은 곧 휴 잭맨이다. 2000년 ‘엑스맨’에서 처음 울버린으로 등장한 휴 잭맨은 이후 ‘엑스맨2’, ‘엑스맨-최후의 전쟁’, ‘엑스맨 탄생:울버린’, ‘엑스맨:퍼스트 클래스’(카메오 출연) 그리고 ‘더 울버린’까지. 13년간 6편의 영화에서 울버린을 연기했다. 영화의 등장인물이 바뀌어도 휴 잭맨 만큼은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엔 ‘엑스맨’이란 타이틀이 안 들어가는 첫 작품이다.

휴 잭맨은 “13년간 울버린을 해 왔다고 하니까 나이가 든 것처럼 느껴진다. 오랫동안 울버린을 하면서 나 자신도 즐기게 됐다”며 “평상시 분노와 불만을 세트에서 다 소진하고 집에 갈 수 있다. 절대 울버린을 집에 데리고 오지 않는다. 집에서는 해피한 사람”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울버린의 상징, 클로에 관한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대부분 소품은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엑스맨 2’를 찍고 나서 가방에 클로를 챙겼다. 그런데 그 사실을 잊고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다 걸렸다. ‘엑스맨’을 전혀 보지 않았던지 칼을 왜 6개 가지고 있냐고 물어봐서 길게 설명했던 적이 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더 울버린’은 일본을 주요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게다가 ‘불멸의 존재’였던 울버린이 처음으로 죽음에 직면하게 된다. 휴 잭맨은 “13년 전부터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스토리를 봤고, 그 때부터 영화화하고 싶었다”며 “계속 이야기를 해오다가 결국 지금에서야 영화로 만들 수 있었다”고 오랜 계획을 전했다. 또 그는 “울버린은 초인간적인 인물인데 이번엔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울버린을 훨씬 더 멋진 캐릭터로 묘사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휴 잭맨이 이날 덥수룩한 구레나룻을 한 이유는 후속작 때문이다. ‘엑스맨’ 후속작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촬영 중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물론 이번 작품에서도 휴 잭맨은 울버린이다. 그는 “제목에서 말해주듯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이야기”라며 “울버린은 나이를 먹지 않아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이 같은데 다른 캐릭터들은 그렇지 않다.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다 나오면서 동시에 그 캐릭터들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들도 다 출연한다”고 공개했다. “‘더 울버린’ 엔딩 크레딧 영상이 맛보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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