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시픽 림’, ‘감시자들’ 포스터.

‘초 거대 로봇 등장, 사이즈에 전율하라’는 홍보 카피를 내세운 ‘퍼시픽 림’은 기대에 걸맞는 규모로 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감시자들’은 이에 전혀 기죽지 않았다. 사실 ‘감시자들’은 ‘퍼시픽 림’에 비해 예매율에서도 크게 밀렸고, 주말 관객수도 뒤졌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감시자들’의 반응이 더 뜨거웠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28주차(7월 12일~14일) 극장가에서 펼쳐진 팽팽했던 한미 기대작 대결에서 명분은 ‘퍼시픽 림’이 챙기고, 실속은 ‘감시자들’이 가져갔다.

15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퍼시픽 림’은 1,005개(상영횟수 1만 5,919회) 상영관에서 116만 6,36명을 쓸어 담았다. 11일 개봉 후 4일 동안 137만 2,721명이 다녀갔다. 할리우드 영화만의 거대한 규모와 볼거리가 대중의 마음을 흔들었다. 무엇보다 한국 관객들이 사랑하는 로봇, 그것도 ‘초 거대 로봇’이 등장하는 작품 아닌가. 어느 정도 흥행이 예상됐고, 개봉 첫 주 100만을 넘는 위력을 과시했다. 15일 오전 11시 기준, 예매율에서도 32.9%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평범한 미국 흥행 성적을 고려했을 때, 워너브러더스 측은 한국의 흥행을 더욱 반길 수 밖에 없을 듯싶다. 참고로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퍼시픽 림’은 3,275개 상영관에서 3,83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려 개봉 첫 주 3위로 데뷔했다. 1억 9,000만 달러 제작비를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감시자들’의 기세는 대단하다. 2주차 주말을 보낸 ‘감시자들’은 801개(1만 1,929회) 상영관에서 100만 3,049명(누적 354만 435명)을 모았다. 2주 연속 100만 관객을 넘었고, 개봉 2주 만에 누적 3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금 기세로는 누적 500만까지도 거뜬할 것으로 보인다. 또 개봉 첫 주에 비해 순위는 한 계단 하락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감시자들’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전주에 비해 34만 7,516명(25.7%) 감소했다. 개봉 첫 주(949개, 1만 4,293회)에 비해 148개 상영관, 3,000회 가량 줄어든 상영횟 상영횟수를 생각하면 굉장히 안정적인 감소율을 보였다. 특히 놀랄만한 사실은 개봉 첫 주 보다 개봉 2주에 좌석 점유율이 더 높다는 점이다. ‘감시자들’은 58.3%(13일), 54.0%(14일) 등 50% 중후반대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개봉 첫 주 토요일인 6일에는 51.0%, 일요일인 7일에는 47.8%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입소문이 더 퍼지고 있다는 의미다. 1위를 차지한 ‘퍼시픽 림’에 비해서도 상영횟수가 4,000회 가량 적다. 그럼에도 관객수는 16만 명 차이에 불과하다. ‘퍼시픽 림’은 40% 중반(13일 45.9%, 14일 44.2%)의 좌석 점유율에 불과했다. 극장에서 더 뜨거운 건 ‘감시자들’이었다.

개봉 4주차 주말을 보낸 ‘월드워Z’도 꾸준함을 자랑하고 있다. ‘월드워Z’는 383개(5,685회) 상영관에서 34만 5,896명(누적 489만 1,909명)으로 3위에 올랐다. 1, 2위와는 큰 격차를 보였다. 8,924회였던 상영횟수도 큰 폭으로 줄었다. 관객수도 45.2%(28만 5,669명) 감소했다. 하락세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긴 성적은 만족하고 남을 성적. 누적 500만 돌파도 이번주내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포영화 ‘더 웹툰:예고살인’도 아쉬움 없는 성적으로 여름 극장가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더 웹툰’은 244개(2,051회) 상영관에서 10만 7,173명(누적 109만 1,116명)으로 4위에 자리했다. 공포영화로는 5년 만에 100만 돌파다.

조니 뎁 주연의 ’론 레인저’는 229개(1,366회) 상영관에서 3만 4,668명(누적 37만 829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불과 개봉 2주차를 보냈을 뿐이다. 전주보다 83.3%(17만 3,522명) 관객이 빠져나갔다. 상영횟수도 3,500회 가량 줄었다. 순위는 5위. 하지만 다음주에 어디까지 떨어질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누적 700만에 한발 다가섰다. 141개(803회) 상영관에서 3만 4,319명을 더해 누적 693만 2,959명을 기록했다. 상영관수도, 상영횟수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약 7만 남은 누적 700만, 가능할지 지켜보자. 김수현 팬들이 700만을 위해 다시 한 번 극장가를 찾을지.

28주차에는 관심 가는 작은 영화들이 제법 개봉됐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마스터’가 38개(214회) 상영관에서 개봉돼 6,561명(누적 9,282명)을 동원했다. 10위에 이름을 올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올 베를린영화제 특별언급상을 수상한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은 74개(439회) 상영관에서 5,888명(누적 7,300명)을 불러 앉혔다. 누적 1만 돌파를 노린다.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과 이병헌, 누가 더 셀까.

영화 ‘미스터 고’, ‘레드:더 레전드’ 스틸 이미지.

29주차 극장가의 화제는 ‘미스터 고’와 ‘레드:더 레전드’다.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 국내 영화의 기술적 진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3D 구현은 물론 100% 디지털 캐릭터까지, 여느 할리우드 영화 못지 않게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레드:더 레전드’는 이병헌 출연작이란 이유로 국내에서 유독 관심이 높은 작품. 극 중 이병헌의 아이디어로 한국말까지 들어간다고 하니, 할리우드 속 이병헌의 위상을 또 한 번 느껴보시길. ‘퍼시픽 림’과 ‘감시자들’까지, 상위권 쟁탈전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 외에 20년 만에 국내 재개봉되는 ’그랑블루 리마스터링 감독판’을 비롯해 ‘까밀 리와인드’, ‘브로큰’, ‘테르마이 로마이’ 등 작은 영화들이 관객을 만난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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