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전국 축구장에서 선수들을 인터뷰하는 ‘비바 케이리그’와 고교를 직접 찾아가는 ‘도전 골든벨’을 함께 맡고 있어 매주 전국을 돌아다니겠다.정지원 아나운서“아, 늦어서 죄송합니다. 운전하고 오는데 차가 좀 막혔네요” 스튜디오 문을 씩씩하게 열고 들어오는 정지원(28) 아나운서는 통통 튀는 분위기에 다재다능한 ‘신세대 아나운서’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다.
2010년 KBS N 아나운서로 출발, 2011년 KBS에 다시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현재 KBS ‘스타 골든벨’ ‘비바 케이리그’ KBS월드 ‘글로벌 오디션’(방송예정) 등 세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그는 스포츠 아나운서로 시작해 활동 영역을 조금씩 넓혀나가고 있는 중이다.
IQ 156의 멘사 회원이라는 독특한 이력에 영어, 중국어 동시 통역이 가능한 화려한 스펙의 그는 이미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는 인기 아나운서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스스로는 “아직 갈 길이 먼 아나운서국의 막내일 뿐”이라는 그에게서 욕심 많은 아나운서로서의 꿈에 대해 들어보았다.
정지원: 맞다. 여자 송해다.(웃음) 하지만 오히려 일하러 가서 힘을 얻고 오곤 한다. 현장에서 만나는 선수들이나 학생들의 열정을 몸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 놀이터에 가는 기분이랄까. 축구나 교양이나 아직 많이 부족한데 갈 때마다 뭐든 하나씩 배울 수 있어 신나서 일할 때가 더 많다.
Q.방송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 꽤 많나보다.
정지원: 특히 경기장에 가면 톱 클래스인 선수들도 늘 자극받고 경쟁하면서 발전하려는 모습을 보며 감동받을 때가 많다. 그런 분들이 사람들도 잘 챙기면서 주위에 영감을 주는 걸 지켜보며 나도 성장하는 기분이 든다.
Q. 인터뷰한 외국인 선수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
정지원: 우사인 볼트 선수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 당시 200M에서 우승했을 때 인터뷰하면서 함께 ‘섹시 백’(Sexy back)이라는 곡에 맞춰 춤을 췄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장면이 전세계에 생방송됐었다.(웃음) 배구선수 가빈도 기억에 남는데 내가 올 때마다 경기에 이겼다고 해서 친근하게 느끼는 선수다.
정지원 아나운서
Q. 올 초부터 진행을 맡고 있는 ‘도전 골든벨’에서는 이제 안정적인 진행 능력을 보이는 것 같다.정지원: 실수를 안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실제 나는 허술하고 덤벙대는 부분도 많은데 선생님같은 차분함이 필요한 프로그램이라 긴장감이 많았다. 반면 학생들한테 힘을 많이 얻기도 한다. 녹화하러 학교에 가면 남고생들이 가끔씩 “누나, 요구르트 한 잔 해요”라면서 장난을 걸곤 한다.
Q. 영어와 중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부분도 큰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정지원: 외국어 능력때문에 기회를 많이 얻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 진행은 나보다 잘하는 분들이 많은데 영어 인터뷰를 통역 없이 하기 때문에 생생함을 살릴 수 있어 강점이 있는 것 같다. 사실 KBS 면접 당시 “아나운서로서 한류를 알리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했는데 6개월 만에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류 콘서트 무대에 서게 됐었다. 꿈이 이런 식으로도 이뤄지는구나하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던 기억이 있다. 친구들이 일본어까지 하면 ‘아나운서계의 보아’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머리가 굳어서인지 일본어까지는 못하겠더라(웃음).
Q. 아나운서국 막내로서는 어떤가.
정지원: 어제도 사실 두번 출근했다. 새벽 5시에 라디오 뉴스하고 8시에 더빙하고, 우편물도 나눠 드리고 커피도 채워야 한다.(웃음) 또 아나운서로서 해야 할 한국어 연구나 방송에서 보여지지 않는 여러가지 일이 많은데 분위기가 워낙 가족적이라 많이 예쁨받는 편이다.
Q. 얼마 전에는 지나치게 타이트한 의상을 입어 인터넷 상에서 ‘노출’로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
정지원: 사실 그 이후로 일주일 동안 밖에도 잘 못 나갔었다. 방송인이니까 예쁜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있는데 사실 체격이 커서 남들보다 더 야해보이는 맹점(?)이 있다.
정지원 아나운서
Q. ’아나테이너’라는 단어가 이젠 일반화될 정도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아나운서의 모습도 많아지고 있는 시점인 것 같다.정지원: 그런 점과 관련해 ‘아나운서인지 아이돌인지 모르겠다’는 댓글을 봤다. 선배들과도 의견을 나눈 적이 있는데 요즘은 전통적인 아나운서상에서 점점 달라지는 부분이 많아지는 전환적인 시점인 것 같다. 예능이나 다른 분야도 장점으로 생각하고 잘 살려가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많이 듣고 있다.
Q. 이제는 아나운서들도 뉴스 프로그램이 ‘최고’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진로를 선택한다. 스스로는 어떤 그림을 가지고 있나.
정지원: 회사에서는 예능 쪽으로 뒤를 이어주기를 바라는 부분이 있다. 편안하고 친근하면서 똑부러지는 안방마님 같은 역할이랄까. 지금은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거의 없을 정도로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인지 선배님들도 예능 출연을 오히려 격려해주고 밀어주신다. 내 캐릭터도 뉴스보다는 예능이나 다른 분야가 더 맞는 것 같아 그 쪽으로 주력해보려고 한다.
Q. 어떤 방송인이 되고 싶나
정지원: 길게는 박미선, 이영자같은 방송인이 아나운서 중에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방송인은 나이가 들수록 삶에서 묻어나오는 경험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떤 분야든 편안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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