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킴 콘서트 현장
로이킴의 단독콘서트가 열린 13일 저녁 연세대학교 대강당. 콘서트 시간이 다가오면서 삼삼오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로이킴 현수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야광 머리띠를 사는 사람들로 저마다 설레는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이상한 점이 눈에 띠었다. 남자가 없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여자들뿐이었다. 겨우 찾은 남자는 애인 손에 이끌려왔거나 어머니 손에 이끌려온 우중충한 분위기의 남자들이었다. 그 가운데 홀로 빛나는 남자를 찾았으니 바로 무대 위에 당당히 서있는 로이킴이었다. 로이킴은 2PM처럼 단단한 근육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샤이니처럼 폭발적으로 고음을 내지르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저 흰 티셔츠 하나 입고 기타를 치며 노래할 뿐인데 고개만 살짝 돌려도 함성이 터져 나온다. 여심을 사로잡은 로이킴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지난 주말 콘서트를 통해 비로소 로이킴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로이킴은 이제 2년 차 가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노련하게 자신의 단독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잔잔함에서 즐거움으로, 그리고 그 속에 적절히 뿌려진 조미료 같은 능청스런 이벤트들로 콘서트의 기승전결을 말끔하게 이뤘다. 버스커버스커와 관련된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아직은 성장할 시간이 더 필요한 새내기 싱어송라이터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콘서트였다. 로이킴 콘서트에서 그의 매력에 빠지는 순간 4장면을 꼽았다.
로이킴 콘서트 현장
# 이 노랠 들어요로이킴은 정규 1집 앨범 수록곡 ‘이 노랠 들어요’로 콘서트 오프닝에 걸맞은 노랫말로 인사했다. 이어 “로이킴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하겠다”며 관객을 위해 ‘Roy Story’라는 영상 앨범을 보였다. 돌잔치 사진, 유치원 졸업식 사진, 캐나다 유학시절의 사진을 통해 로이킴은 자신의 성장스토리를 이야기했다. 사진이 공개될 때마다 관객들은 환호소리로 화답했다. MBC 라디오 ‘정준영, 로이킴의 친한친구’를 통해 DJ를 하고 있는 로이킴은 마치 자신의 라디오를 진행하듯이 차분하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서 ‘스쳐간다’, ‘힐링이 필요해’ 등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슈퍼스타K4’에서 불렀던 노래들로 자신의 성장스토리를 완성했다.
# 서울의 달
로이킴은 공연 시작 30분이 지나도록 계속 한 자리에서 노래와 기타 연주를 했다. 잔잔한 노래와 단조로운 움직임으로 조금씩 무료해질 때쯤 갑자기 로이킴이 기타를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무대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가림막 뒤로 실루엣만 보이는 로이킴의 모습은 자극적이었다. 로이킴은 관객들을 위해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갖가지 포즈를 취하면서 즐거움을 선사했다. 소주병을 마시는 퍼포먼스와 함께 막간 이벤트로 콘서트에 양념을 친 로이킴은 김건모의 ‘서울의 달’을 부르며 술에 취한 듯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항상 부드럽고 감미로울 것만 같았던 로이킴은 능글맞은 표정과 몸짓으로 능수능란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로이킴 콘서트 현장
# 소녀로이킴이 준비한 또 다른 이벤트는 솔로 여자를 위한 노래 선물. 과연 로이킴이 자신만의 ‘솔로 오브 솔로’의 기준을 세웠다. (1단계. 헤어진 지 6개월 이상, 2단계. 뽀뽀 안 한 지 2년 이상, 3단계. 이성과 손을 잡지 않은 지 3년 이상) 그중에서도 고준희 같은 단발머리, 지갑 안에 5만 원 이상이 들어 있어야 한다는 재미있는 조건을 내세웠다. 드디어 발탁된 관객은 로이킴의 손을 잡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그녀를 위한 로이킴의 노래는 이문세의 ‘소녀’. “내 곁에만~ 있어줘요~”라고 부르는 순간 관객들을 무대 위의 여성을 향한 질투심으로 술렁거렸다. 무릎을 꿇기도 하고 어깨에 손을 올리기도 하면서 로이킴은 적극적인 애정표현에 관객도 어쩔 줄 몰랐다. 로이킴의 재치는 계속됐다. 곧이어 김광석의 ‘편지’를 부르며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라는 노랫말로 이벤트를 마무리 지었다.
# Love Love Love
로이킴의 음악에서 기타는 빼놓을 수 없는 악기다. 쉬운 기타 코드와 감미로운 음색은 로이킴의 상징. 로이킴은 콘서트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어쿠스틱 감성을 끌어올렸다. 풀밴드 대신 우쿨렐레와 첼로를 가미한 어쿠스틱 밴드로 앨범 수록곡 ‘할아버지와 카메라’, ‘12o’clock’, 데미안 라이스의 ‘Volcano’등을 부르기도 했으며 후반부에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며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와 데미안 라이스의 ‘Amie’를 부르며 자신의 음악세계를 드러냈다. 콘서트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자신을 싱어송라이터로 자리 잡게 한 히트곡 ‘봄봄봄’과 ‘Love Love Love’였다. ‘슈퍼스타K4’에서 불렀던 ‘청개구리’와 앨범수록곡 ‘도통 모르겠네’로 관객들의 흥을 고취한 로이킴은 히트곡을 부르면서 관객들과 하나 되는 무대를 만들었다. 리듬에 맞춰 응원구호를 외치는 1,500여 명의 관객들의 목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로이킴과 함께 즐거운 2시간을 보낸 관객들은 결국 로이킴의 사랑노래에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에 빠지고 만다. 마지막 앵콜곡으로 로이킴은 ‘그대를 사랑한단 말’을 부르면서 관객들에게 기타 피크를 선물하며 콘서트를 마무리 지었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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