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병헌" /><레드:더 레전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병헌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안소니 홉킨스, 캐서린 제타 존스, 헬렌 미렌… ‘레드 : 더 레전드’의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 ‘이병헌’은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한다. 3월 개봉한 ‘지아이조2’에 이어 올해만 벌써 두 번째 할리우드 출연작. 본인은 ‘이제 겨우 영화 세 편 찍은 신인배우’라고 낮춰 말하지만 신인배우치고 존재감의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7월 18일 개봉을 앞둔 ‘레드 : 더 레전드’에서 집요한 킬러 한조배 역을 맡은 그는 주인공 프랭크(브루스 윌리스)와 맞서면서도 밉지 않은 매력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15일 서울 자양동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레드 : 더 레전드’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병헌은 “꿈꾸는 듯한 기분”이었다는 말로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소감을 표현했다. 그는 함께 출연한 배우들 대부분을 어릴 적부터 존경해왔다. 하지만 그가 촬영장에서 본 그들의 모습은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최근에 어디 여행을 다녀왔는데 참 좋더라’, ‘아까 간식으로 피자가 나왔는데 맛있더라’는 등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 중에서도 가장 친하게 지냈던 배우로 헬렌 미렌을 꼽았다. 영화에서 주로 보여줬던 차갑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 대신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한 것. 출연 배우들과 감독이 몰래 케이크를 준비해 이병헌의 생일을 축하해줬다는 말에서는 가족 같은 촬영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 한조배의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딘 패리소트 감독은 처음 이병헌을 만난 자리에서,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의 나쁜 놈 박창이처럼 색다른 악역을 주문했다. 이에 이병헌은 말을 타고 다니던 박창이가 현대에서 스포츠카를 몰고 다닌다는 느낌으로 캐릭터를 표현하려 했고, 딘 감독은 그 결과물에 만족했다. 한조배라는 캐릭터 이름의 기원도 공개했는데, 한조배는 한국 사람들의 성 3개를 붙여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이병헌은 바꿔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아 그냥 연기했다고.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 상반신 노출 신에 대한 고충도 털어놨다. 시나리오에 적힌 ‘한이 벗었다. 그의 몸은 완벽했다’는 문장을 보고 이병헌은 한숨부터 쉬었다고 한다.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야 뭐든 하겠다는 마음가짐이지만, 이젠 몸보다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싶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병헌의 말대로라면, 이미 ‘레드’ 세 번째 시리즈의 시나리오가 집필되고 있다. 그는 “출연 제의가 온다면 너무 기쁘게 참여할 것이다. 촬영하면서도 이런 기회가 다시 올까 싶었는데 그 기회가 2번 주어진다면 두 배의 행운 아닌가”라고 말하며 차기작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직 자신의 얼굴도 모르는 관객이 많다며 ‘신인배우’임을 강조하는 이병헌. 그는 앞으로 보여줄 게 많아서 좋다고 한다. 벌써부터 욕심을 내지는 말자고 스스로를 달랜다는 그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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