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시트콩 로얄빌라’ 1회 방송화면 캡쳐

JTBC ‘시트콩 로얄빌라’ 1회 2013년 7월 15일 오후 11시

다섯 줄 요약
이름만 화려한 싸구려 건물 로얄빌라, 이 빌라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사연을 지니고 있다. 빌라 옥탑방에 사는 두 청년 백수는 새로 이사한 집에서 귀신과 마주하게 되고, 1층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선 젖도 못 ‘뗀 아기들이 시사문제로 설전을 벌인다. 소통이 단절된 60대 부부는 비참한 현실에 무덤덤한 태도로 일관하고, 53세 만년과장은 윗세대와 아랫세대 사이에 끼여 허덕대는 슬픈 가장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리뷰
생전 처음 만나는 로얄빌라 속 인물들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로얄빌라’라는 어디선가 한 번은 본 듯한 이름 탓도, 눈에 익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기 때문도 아니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더라”는 말처럼, ‘시트콩 로얄빌라’의 여섯 코너 속 인물들은 힘겨운 나날을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교집합이 있다. 조금 과장되고 약간은 비틀린 그들의 코미디에 웃다가도 이내 가슴이 뭉클해지는 까닭이다.

‘귀신이 산다’ 속 백수 형(이병진)은 10년째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취직’보다는 ‘예쁜 여자’를 꿈꾸고, 백수 형 곁에 선 동생(온유)는 귀신을 봐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신세계’에 등장하는 신생아들은 밤만 되면 태어나 처음 느끼는 것들에 대한 경의를 느끼기보다는, 자신들의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며 시사 문제를 화두로 목소리를 높인다.

‘무덤덤 패밀리’의 노부부는 어떠한가. 군대 간 둘째 아들과 교도소에 갇힌 첫째의 소식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버지(이병진)는 내일 이혼하러 가자는 아내(신봉선)의 말에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하더니 공짜 영화표에 아이와 같은 환한 미소를 짓는다. ‘행복한 올드보이’ 속 안 과장(안내상)은 자신을 무시하는 가족과 직장 사람들의 은근한 따돌림에도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듯한 눈을 글썽거리며 ‘나는 행복해’라고 자신에게 주문을 왼다.

실체 없는 귀신에게 욕정을 느끼는 백수 형, 인생의 험난한 풍파를 겪다 일상에 반응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듯한 노부부, 신(新)세계를 봐야 하지만 자연스레 자본주의 논리에 찌든 구(舊)세계만 보고 있는 아기들, 그리고 자신에게 닥친 모든 고난이 행복하다고 믿어버리는 불행한 올드보이까지. 그들의 콩트를 볼 때는 웃음이 나지만, 막이 내린 후 불현듯 스미는 슬픔에 뒷맛이 텁텁하다. 찰리 채플린이 이런 말을 했던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수다 포인트
- 이병진씨가 몇 번이나 넘어지는지 조심스레 세어봅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 ‘신세계’의 안윤상씨, MB말고 다른 건 없나요? 너무 뒷북이 아닌가 싶은데…
- ‘형사 23시’에서는 김병만, 노우진, 류담이 다시 뭉쳤습니다. 그 묘한 어색함과 현실적인 표정이란…역시 달인팀답네요.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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