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도 있었고, 기대도 있었다. 과연 로봇에 대한 향수를 지닌 남성관객들이 열광해 줄까? ‘트랜스포머’와의 차별화에 성공할까? ‘헬보이 2: 골든아미’ 이후 5년 만에 연출자로 돌아 온 길예르모 델 토로를 반겨줄까? ‘퍼시픽 림’ 얘기다. 기대가 우려를 앞선 건, 한국이다. 개봉 첫 주 140만 명. 그야말로 선방했다. 문제는 고향 땅 미국이다. 한국 시장보다 훨씬 큰 미국에서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7월 12일부터 14일까지 ‘퍼시픽 림’이 벌어들인 금액은 3,830만 달러. 모조가 예측한 금액을 획득하는 것에는 성공했다. 다만, 모조의 예상수치가 너무 낮았다는 게 함정이다. 순제작비 1억 9,000만 달러를 생각해 봐라. 갈 길이 멀어도 한참 멀다.
관객과 평단의 평가가 나쁘지 않은 건, ‘퍼시픽 림’으로서는 큰 위로다. 영화의 주요배경이 되는 일본 시장이 있다는 건 더욱 큰 위로다. (<론 레인저>보다 오프닝 성적이 좋다는 것도 위로이려나?) 일본 특수촬영물 괴수 장르와 재패니메이션을 오마주 한 ‘퍼시픽 림’은 8월 9일 일본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북미 시장에서의 부진을 일본에서 얼마나 만회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퍼시픽 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5,300만 달러다.
7월 12-14일 북미박스오피스성적(출처:북미박스오피스모조)
개봉 2주 만에 2억 2,923만 달러를 모은 ‘슈퍼배드2’의 흥행파워에 대해 뭐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흥행을 예측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폭발적일 줄은 몰랐다. 아쉽다면 수익 드롭률이 크다는 건데, 46.4%가 빠져나간 4,475만 달러가 2주차 성적이다. 그래도 경쟁작들이 크게 힘을 못 쓴 덕에 2주 연속 1위 사수에 성공했다. 1편의 기록 2억 5,151만 달러 돌파를 코앞에 둔 ‘슈퍼배드2’의 흥행이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 국내에서는 9월 추석 개봉.아담 샌들러의 신작 영화 ‘그로운 업스2’(Grown Ups 2)는 4,25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데뷔했다. 1위 ‘슈퍼배드2’에 수익 차이는 225만 달러. 간발의 차이로 아쉽게 2위다. 아담 샌들러 개인에게는 의미 있는 성적이다. 흥행에 성공한 전편의 개봉 성적보다 200만 달러 높을 뿐 아니라 그의 작품 중 오프닝 성적이 가장 좋다. 아담 샌들러, 셀마 헤이엑, 스티브 부세미 등의 전편 배우들은 물론, ‘트와일라잇’의 늑대인간 테일러 로트너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아담샌들러 출연 영화 오프닝 성적
개봉 3주차에 들어선 여성 콤비 영화 ‘더 히트’가 1억 달러를 돌파하며 내실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조니 뎁의 ‘론 레인저’는 굴욕의 주말을 보냈다. 지난 주 경악스러운 성적을 보이며 2위로 데뷔했던 ‘론 레인저’는 뒷심을 발휘하기는커녕 큰 폭으로 하락하며 또 한 번 자존심을 구겼다. 61.9% 수익 감소한 1,114만 달러에 그치며 4위에 자리했다. 마케팅 포함 제작비 2억 9,000만 달러를 들인 영화의 누적 수익은 7,110만 달러. 당분간 디즈니에겐 잠 못 드는 열대야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6위는 픽사의 ‘몬스터 대학교’다. 같은 기간 1,062만 달러를 더하며 누적 수익 2억 3,776만 달러를 기록했다. 나쁘지 않다. 다만, 유니버셜의 ‘슈퍼배드2’에 곧 추격당할 위기라서 흥행에 성공하고도 살짝 김이 새는 분위기다. ‘맨 오브 스틸’은 10위에 자리하며 순위권 이탈을 대기 중이다. 개봉 초반 흥행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어느새 2억 8,099만 달러나 벌여들였다. 이 정도면 북미에서 3억 달러 돌파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쉽다면, 역시 해외 성적이다. 해외 수익이 받쳐줬다면 후속편 제작에 조금 더 보탬이 됐을텐데, 해외 수익 3억 3,820만 달러에 머무르고 있다.
와 드림웍스의 <터보>" />이번주 개봉하는 이병헌의 <레드 2>와 드림웍스의 <터보>
이번 주에는 이병헌의 출연으로 우리에게 각별한 영화가 돼 버린 ‘레드2’가 찾아온다. 라이온즈게이트/서밋 배급으로 2,900개 극장을 예약한 상태다.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 캐서린 제타 존스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북미에서 그리 기대작으로 꼽히는 영화는 아니다. 일단 1편의 오프닝 성적 2,176만 달러를 얼마나 넘어서는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터보’가 ‘슈퍼배드2’ ‘몬스터 대학교’와의 경쟁에 가세한다. 드림웍스와 픽사와 유니버셜. 쟁쟁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의 격돌이다. 흥미롭다. 이밖에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3D 영화 ‘R.I.P.D.’도 개봉한다. R.I.P.D.는 유령들을 전문으로 체포하는 사후 강력계 형사를 뜻한다고 하니, 영화의 분위기가 살짝 읽힌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의 감독이 ‘레드’ 1편을 연출했던 로베르트 슈벤트케라는 점이다. 친정 집 식구들과 대결하는 기분이려나.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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