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재즈 밴드 윈터플레이의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팝과 재즈의 엑기스를 섞어내 군더더기 없이 담아낸 음악. 리더 이주한의 말마따나 다른 것 없다. 그저 즐기기에 그만인 음악이다.

약 2년 반 만에 새 앨범 ‘Two Fabulous Fools’로 돌아온 윈터플레이가 17일 오후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쇼케이스를 가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연주자들인 이주한(트럼펫), 혜원(보컬), 최우준(기타), 소은규(베이스) 네 명이 뭉친 윈터플레이는 2008년 정규 1집 ‘Choco Snow Ball’을 내놓고 가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Happy Bubble’이 광고에 삽입되면서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졌으며 유럽과 아시아에 월드와이드 앨범을 발표하고 해외 재즈 페스티벌에 초청되는 등 한류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일본에서는 유니버설 재팬과 계약을 맺고 현지 아이튠즈 재즈차트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2인조 체제로 새 출발해 발표한 3집 ‘Two Fabulous Fools’에서는 한층 다양해진 음악을 들려준다. 이주한은 “2인조가 되면서 외부 연주자들의 비중이 커졌다. 기존 윈터플레이의 색을 지키되 외부 연주자들과 함께 재미있는 시도를 해보려 했다”고 말했다. 악기가 많아지면서 사운드도 풍부해졌다. 이주한은 “이전 곡들과 달리 거의 모든 곡에 드럼이 첨가됐다. 더 신나는 음악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Yoboseyo Baby’는 이주한이 평상시 자주 하는 말 ‘여보세요’를 제목으로 했다. 춤을 추게 하는 경쾌한 리듬의 곡으로 이주한과 혜원이 직접 춤과 연기를 선보이는 뮤직비디오도 매력적이다. 타이틀곡 후보로 올랐던 ‘Shake It Up And Down’에서는 이주한이 기르는 개 심바가 짖는 소리가 들어갔다. 이주한은 “이 세상의 모든 강아지들을 위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남녀사이의 밀고 당기기를 담은 Complicated You and Me’에는 모델 장윤주와 이주한이 연인으로 분해 내레이션을 주고받았다.

앨범에는 ‘노란 샤쓰의 사나이’, ‘Be My Baby’, ‘As Tears Go By’ 등의 리메이크 곡도 수록됐다. 윈터플레이는 편곡의 미학이 담긴 리메이크에 강점을 보여 왔다. 혜원은 “리메이크는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담음으로써 윈터플레이의 색이 나오게 하는데 초점을 둔다”라고 말했다.

앨범 제목인 ‘멋진 두 바보들’은 이주한과 혜원을 가리킨다. 둘은 상당한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호흡을 자랑한다. 혜원은 “이주한이 첫사랑에 실패를 안 했으면 저만한 딸이 있을 것”이라고 눙쳤다. 이주한은 “팀을 할 때에는 나이 차이가 상관이 없다. 내가 선배이지만 음악을 할 때에는 동등하다”며 “내가 매너리즘에 빠질 때 혜원의 젊은 기운이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근 20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트럼펫터로 활약해온 이주한은 자신의 재즈 솔로앨범을 발표하고 굵직한 가요 앨범에 세션 연주자로도 참여해왔다. 그는 “퀸시 존스가 재즈 빅밴드와 팝을 넘나드는 것처럼 재즈만 할 때와 지금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지금은 윈터플레이가 너무나 재밌다”고 말했다.

윈터플레이의 전 세계 24개국에 새 앨범을 발매하고 국내와 해외 공연을 통해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재즈 평론가 남무성 씨는 “일본에는 윈터플레이와 유사한 팀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일본 재즈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짧은 곡 길이 안에서 로맨틱한 멜로디와 화성의 진지함을 보여주는 것이 윈터플레이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라우드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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