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령 76세, 넷이 합쳐 302세.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는 어르신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며 순항 중이다. ‘꽃할배’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복불복 게임이나 신변잡기성 토크 하나 없이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과를 거뒀다. ‘유럽 여행’이라는 다소 식상할 수 있는 주제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데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절묘한 편집과 적절한 타이밍에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이 한몫했다. ‘꽃할배’에는 어떤 음악이 등장 했을까. 맏형 이순재, 둘째 형 신구, 셋째 형 박근형, 막내 백일섭과 젊은 짐꾼 이서진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음악으로 옮겨봤다. 꽃보다 아름다운 H4와 서지니를 위해 제작한 헌정앨범을 통해 ‘꽃할배’의 업적을 기려본다.
1번 트랙 // ‘파라다이스’ – 티맥스(T-MAX) ‘꽃보다 남자 OST’
“Almost paradise/아침보다 더 눈부신 날 향한 너의 사랑이/온 세상 다 가진 듯 해/In my life 내 지친 삶에 꿈처럼 다가와 준/니 모습을 언제까지나 사랑할 수 있다면…밤하늘 별빛 같은 우리 둘만의 아름다운 꿈 Paradise/너와 함께 한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 To the my paradise”
10. ‘꽃할배’ 타이틀 곡. “꽃보다 남자? 이제는 꽃보다 할배!”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다시피 KBS2 ‘꽃보다 남자’의 OST로 사용된 이 곡은 이제 H4의 전유물이 될 듯하다. 직진하는 큰 형, 둘째 구야형, 센 형, 투덜이 막내까지 캐릭터도 F4 못지않다. 그들이 꿈꾸는 파라다이스가 ‘유럽’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꽃할배’가 어르신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2번 트랙 // ‘소원을 말해봐’ – 소녀시대 2집 ‘OH!’
“소원을 말해봐/니 마음속에 있는 작은 꿈을 말해봐/니 머리에 있는 이상형을 그려봐/그리고 나를 봐/난 너의 Genie야, 꿈이야, Genie야…그래요 난 널 사랑해/언제나 믿어/꿈도 열정도 다 주고 싶어/난 그대 소원을 이뤄주고 싶은(싶은) 행운의 여신/소원을 말해봐! (I’m Genie for you, boy!)”
10. 이서진 솔로곡. 걸그룹 소녀시대 써니, 포미닛 현아와 함께 우아한 파리 미술여행을 꿈꿨던 불혹의 배우는 공항에서 ‘꽃할배’를 만나고 멘붕에 빠진다. 연기 대선배 어르신들에 의해 ‘서진’이라는 이름은 부르기 좋은 ‘서지니’로 바뀌었고, 하고 싶은 일들보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 서지니는 진짜 지니(Genie)로 거듭나게 됐다.
3번 트랙 // ‘내 사랑 송이’ – 클론(CLON) 5집 ‘VICTORY’
“널 보면 내 맘이 아파/항상 나를 보며 웃어주는 너/내 사랑 다 줘도 모자란데/때론 널 힘들게 하고/언제나 내 곁에 있어/오직 나를 위해 살아가는 너/사랑이 너무도 힘들까봐/고맙다는 말도 못해”
10. 서지니 솔로곡. 이지적인 외모의 왕 전문 배우는 ‘꽃할배’에 출연하며 다양한 이미지를 얻게 됐다. 몰카 당한 배우, 짐꾼, 통역사, 내비게이터, 스프린터, 선생님 매니저. 모두 방송 2회 만에 얻은 수식이다. 언제나 H4 곁에 머물며 어르신을 모시는 서지니를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는 슬픈 현실.
4번 트랙 // ‘럭셔리 버스’ – 원 모어 찬스(One More Chance) 1집 ‘First Album’
“우리는 기다리며 살지 멋진 순간들만/하지만 우릴 기다린 건 황당한 순간들/하지만 먼 훗날 뒤돌아보면/모두 력셔리한 무용담/걱정할 필요 없어 모두 추억이 될테니/럭셔리 버스 럭셔리 버스 부우웅~/우리가 함께 타고 가는 멋진 순간들/럭셔리 버스 럭셔리 버스 부우웅~~/힘든 인생은 없어 럭셔리 한 경험만 있을 뿐”
10. ‘꽃할배’ 여행 주제곡. 비행기에서 내린 ‘꽃할배’는 길을 잃었고, 무릎이 아팠던 막내 일섭은 아내가 정성껏 싸준 장조림 통을 발로 차버렸다. 여행은 힘든 만큼 기억에 남는 법일까. ‘꽃할배’ 첫 여행길을 순탄치 않았지만, 화면에는 여행의 설렘이 가득했다.
5번 트랙 // ‘내 안의 그대’ – 서영은 4집 ‘Gift’
“어떡하죠/내 심장이 고장났나봐/그대만 생각하면/터질 것만 같아요/어떡하죠/나는 그대 뒷모습에도/자꾸만 눈물이 나요/그대가 이름을 부를 때/나는 내가 나인 게 너무 행복하죠/그대가 날 보고 웃을 땐/난 모든 세상에 감사해요”
10. 서지니 솔로곡. 네 분의 어르신과 함께하는 여행길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잠시도 혼자 있을 틈을 주지 않는 H4 덕분에 네비게이터 서진은 결국 회로 결함을 일으킨다. 심장이 고장난 듯 어찌할 바를 모르는 서지니를 보며 눈물지은 건 나뿐일까.
6번 트랙 // ‘해피엔딩(Happy Ending)’ – 미카(MIKA) 1집 ‘Life in Cartoon Motion’
“No hope, no love, no glory(희망도 없고, 사랑도 없고, 영광도 없고)/No happy ending
(행복한 결말도 없어요)…Wake up in the morning(아침에 일어나서)/Stumble on my life(내 삶에 괴로워해요)/Can’t get no love without sacrifice(희생없이 어떤 사랑도 얻을 수 없어요)/If anything should happen(무슨 일이든 일어나야 한다면)/I guess I wish you well(난 당신이 잘 되길 바래요)“
10. 신구 솔로곡. ‘꽃할배’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연륜에서 묻어나는 인생의 지혜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는 데 있다. 파리의 에펠탑을 마주한 신구는 감회에 젖은 듯 인생에 대한 얘기를 꺼내 놓았다.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할지라도 새로움에 도전하라”는 구야형의 조언은 때마침 흐른 노래 속 가사처럼 따뜻한 힐링을 전했다.
7번 트랙 // ‘Non, Je Ne Regrette Rien’ – 에디스 피아프(Edith Piaf)
“Non, Rien De Rien(아니예요! 그 무엇도 아무 것도), Non, Je Ne Regrette Rien(아니예요! 난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Car Ma Vie, Car Mes Joies(왜냐하면 나의 삶, 나의 기쁨이) Aujourd’hui Ca Commence Avec Toi(오늘, 그대와 함께 시작되거든요)”
10. 일섭 솔로곡. 모두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베르사유 궁전의 아름다움이 투덜이 일섭에겐 그 무엇도 아닌 걸까. 300년을 훌쩍 넘긴 세계적 문화유산은 일섭에 의해 ‘마석 가구거리’라는 새로운 수식을 얻었다. 일섭의 기쁨은 출구를 찾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듯하다.
8번 트랙 // ‘궁금이’(mbc 창작동요제 2001년) – 동요천사
“새벽달님 쳐다 보면은 왜 슬퍼지는 걸까/푸른 바다 바라보면 왜 가슴이 넓어질까/이 세상은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 이 세상은 온통 알고픈 것 투성이/이 세상은 온통 궁금한 것 투성이 그래서 내 별명은 궁금이”
10. 순재 솔로. 서울대 철학과 출신은 뭔가 달라도 달랐다. 예술 작품에 대한 비상한 관심은 대성당에 이르러 최고치에 다다랐다. 읽은 수 있는 것은 모두 읽고, 디테일한 모양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며, 새로운 지식을 해석해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이순재. ‘꽃할배’의 맏형은 그날 그렇게 ‘궁금이(80세)’가 됐다.
9번 트랙 //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 김광석 5집 ‘Classic’
“큰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가네/모두다 떠난다고 여보 내손을 꼭 잡았소/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10. 근형 솔로곡. 서지니의 엉덩이를 주저 없이 발로 찼던 ‘센 형’은 아내 앞에서 가정적인 남자로 되돌아갔다. 아내를 위해 무릎까지 꿇어가며 사진을 찍고, 가족의 건강을 위해 경건히 기도를 올리는 그의 모습은 때마침 흐르던 배경음악과 만나 시청자를 울렸다.
10번 트랙 // ‘VIVA청춘’ – 딕펑스 미니앨범 ‘VIVA PRIMAVERA’
“꽤 오래된 스니커즈 그 허름한 편안함/널 만나러 가는 길은 설렘 자꾸 걸음이 빨라져/음 너와둘이서 걸으면 말야/왠지 좋은 데로 가는 기분이야 어디라도 난 좋은걸…늘 거닐던 이 거리 그 익숙한 다정함/고개 돌려보면 니 옆얼굴 나도 모르게 웃곤해/음 너의 얘기를 들으면 말이야/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져 언제라도 난 좋은걸”
10. ‘꽃할배’ 여행 주제곡. 쁘띠 프랑스에 도착한 ‘꽃할배’는 서서히 여행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동할 때마다 속도가 달라 마찰이 잦았던 순재와 일섭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보조를 맞추게 됐고, 듣기만 해도 신이 나는 음악처럼 그들의 여행길엔 즐거움이 가득했다.
11번 트랙 // ‘Desperado’ – 이글스(Eagles) 2집 ‘Desperado’
“It’s hard to tell the night time from the day(좋은 시절에 어려운 때를 얘기하긴 쉽지않지요)/…Come down from your fences, open the gate(당신만 울타리에서 나와 문을 열어봐요)/It may be rainin’, but there’s a rainbow above you(비가 내리겠지만 당신 머리위엔 무지개가 있다구요)/You better let somebody love you(누군가 당신을 사랑하게 놔두세요)”
10. ‘꽃할배’ 이별 주제곡. 좋은 시절에 어려운 때를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촬영 일정 때문에 먼저 떠나야 하는 신구의 마음 또한 그러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젊은 기분을 갖고 여행했다”고 전한 신구는 형과 동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서운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짧은 여정이었지만 동고동락하며 쌓은 유대감이 애틋하게 표현된 순간이었다.
12번 트랙 // ‘2013 대지의 항구’ – 주현미 ‘꽃보다 할배 OST 제1탄’
“쉬지 말고 쉬지를 말고/달빛에 길을 물어/꿈에 어리는 꿈에 어리는/항구 찾아 가거라…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먼 길을 떠나려고 나설 때/기대 반 두려움 반/인생사 새옹지마”
10. ‘꽃할배’ 여행 주제곡. 스위스에 도착한 H4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만나기로 약속했던 한지민은 베른에 없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위치한 호텔에 묵게 되었지만, 무릎이 아픈 일섭은 걷는 것도 모자라 산행까지 해야 했다. 바람 잘 날 없는 ‘꽃할배’의 스위스 여행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노랫말이 심상치 않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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