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마말레이드’ 석우 작가.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 꿨던 한 대학생. 하지만 현실과 꿈 사이의 간극은 항상 존재하는 법. 그러나 때론 그 간극이 또 다른 기회를 만들기도 하고, 또 다른 재능을 찾아내기도 한다. 감성을 달달하게 자극하며 매주 일요일을 기다리게 만드는 웹툰 ‘오렌지 마말레이드’의 석우 작가도 이런 케이스다. 애니메이션을 꿈꿨지만 현실이 녹록치 못했고, 뭘 해야 할지 막막하던 찰나에 ‘웹툰’이란 기회를 만났다. 대학 졸업 작품으로 그렸던 ‘향수’가 운 좋게 포털사이트에 연재되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웹툰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용돈이나 벌어볼까 해서 시작한 웹툰 작가의 길, 지금은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됐다.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 이야기. 맞다. 흔해빠진 이야기다. 그럼에도 순정 장르 웹툰에서 인기 톱이다. 뭔가 이 작품만의 매력이 분명하다. 오글거리면서도 과하지 않게, 순정 만화 특유의 감성도 일품이다. 정작 석우 작가는 ‘순정’과 아주 거리가 먼 사람이라며 호탕한 웃음이다. 잠시만 이야기를 나눠 봐도 ‘순정과 거리가 멀다’는 말이 사실이구나 싶다. 그런 그가 만들어낸 ‘오렌지 마말레이드’, 그 탄생 과정을 파헤쳤다.

Q. ‘오렌지 마말레이드’란 제목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 사전적 의미는 오렌지 껍질로 만든 잼인데.
석우 작가 : 음. 이런 말하기 좀 그런데, 사실은 큰 의미가 없다. 하하하. 연재 시작하기 일주일 전까지 제목을 못 정했다. 뱀파이어 소재지만 어둡거나 잔혹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피가 들어간 제목을 짓기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단순히 사랑이야기도 아니고. 참 어렵더라. 그래서 연재 들어가기 일주일 전에 노래 제목에서 찾아볼까 싶어서 노래를 듣는데 그 중 한 곡이 자우림의 ‘오렌지 마말레이드’였다. 노래가 가사도 마음에 들었고, 단어 느낌도 달달하더라. 그래서 딱 어울리겠다 싶었다. 하하.

Q. 이야기를 듣고 보니 웃기다. 사실 제목의 탄생 이야기를 듣기 전엔 뭔가 의미가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조금은 실망이다.
석우 작가 : 물론 그 후에 생각해 놓은 게 있다. ‘피 맛이 달달해서 오렌지 마말레이드 맛이 나지 않을까’라고 얘기해야지, 뭐 그런 거 말이다. 하하. 너무 적나라하게 이야기 하는 것 같다.

Q. 백마리, 백요셉, 정수리, 도우미, 오로라 등 이름도 참 재밌더라. 남자 주인공인 정재민만 보통의 이름 같고. 이름 구상은 어떻게 했나.
석우 작가 : 진짜 큰 의미는 없는데. 이거 말하면 너무 신비감이 떨어질 것 같은데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하하. 여자 주인공 이름인 백마리의 탄생 비화를 말하자면, ‘철권’이란 게임이 있는데 ‘철권’ 프로게이머 중 ‘양백마리’란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있다. 친한 형이 좋아하는 ‘철권’ 프로게이머였다. 그래서 이름을 생각하다가 ‘양’만 빼고, ‘백마리’ 하니까 좋아보이는 거다. 그리고 뱀파이어와 어울리지 않는 성경의 느낌도 나고. 그래서 동생 이름까지 요셉으로 하면 좋겠다 싶더라. 그렇게 지어졌다. 남자주인공도 처음엔 오해성이라고 지었다. 오해를 많이 한다는 뜻에서. 그런데 주위의 반발이 많더라. 그래서 무난하게 갔다. 그대로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하하하.

Q. 원래 순정 만화를 좋아했었나.
석우 작가 : 원래 순정 장르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사실 그쪽과 그다지 어울리는 감성도 아니다. 그리고 뱀파이어 장르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엔 소재가 맘에 들었고, 표현해 보고 싶었다. 뱀파이어를 힘없고, 일반사람처럼 표현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피만 먹을 뿐이지 우리와 같은 사람처럼. 그리고 차별당하는 그런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Q. 소재가 마음에 들었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기획부터 본인 스스로 한 거 아닌가.
석우 작가 : 처음 기획했을 땐 할리우드 영화 ‘아담스 패밀리’ 같은 이야기를 생각했다. 변종들이 있는 가족 이야기 정도. 그런 식으로 각각의 이야기를 쓰는데 뱀파이어인 딸이 정체를 숨기고 학교를 다니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공감이 가더라. 우리 사회의 약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당초 기획했던 스토리를 지우고, 다시 시놉시스를 짰다. 또 이때만 해도 순정 만화가 아니었다. 기괴한 코미디 쪽이 더 가까웠다. 그러다가 점차 컨셉트를 만들고, 이야기를 짜다 보니까 순정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더라. 그래서 찌질했던 남자 주인공을 재정비 하고, 스토리도 갈아 업고 다시 썼다.

Q. 맞다.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보면서 처음엔 단순히 순정만화라고만 생각했다. 요즘 ‘이종’(異種) 간의 사랑이 유행이기도 하고.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사회적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더라. 소외된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나 왕따 문제 등이 보이던데.
석우 작가 : 그게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냐는 차별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말이다. 이 작품은 애초에 순정이 아니었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만약 순정으로만 그리려고 했으면 40화로 끝났을 거다. 순정 부문이 부각되면서 남녀 간 감정을 쌓아가다 보니 길어졌다. 물론 그에 따른 독자들의 반응들도 있었고. 하하.

석우 작가의 작업실.

Q. ‘트와일라잇’ 시리즈 등 뱀파이어 사랑은 꽤 있었다. ‘이종’ 간의 사랑 이야기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여자 뱀파이어를 내세워 일반 남성과 사랑을 만들어간다는 게 꽤나 흥미롭더라.
석우 작가 :
앞서 이야기했지만 뱀파이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적인 것도 나중에 알았다. 백마리를 표현할 땐 정말 인간으로 그리고 싶었다. 인간인데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그런 존재로. 특이하게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피가 끌려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같이 지내다 보니 자꾸 마음이 쓰이고, 그러다가 사랑하게 빠지게 되는 것 말이다. 보통 우리들도 그렇게 사랑하지 않나.

Q. 하긴. ‘향수’가 데뷔작인 것 같던데 그 작품은 ‘오렌지 마말레이드’와는 정반대 장르다. 스릴러 구성을 취하고 있을뿐더러 그 내용이 꽤나 살벌하다. 왕따 문제도 있고. 혹시 본인의 학창시절을 그린 건가.
석우 작가 : 만화처럼 왕따를 당한 건 아닌데 학창시절의 경험이 들어가 있긴 하다. 사춘기 때 친구 만드는 법을 몰랐다. 스스로 벽을 쌓아뒀던 것 같다. 중학교 입학 후 적응을 못했다. 이사까지 해서 동네 친구도 없었고. 1~2년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친구가 없더라. 얘기할 상대도 없고. 학교에서 단체로 어딜 가는데 같이 앉을 친구가 없다 보니 내 자리는 선생님 옆자리였다. 그 때 심각성을 깨달았다. 혼자 있던 아이가 그들 세계에 다가가려면 아무래도 상처가 많기 마련이다. 그때 경험이나 느낌들이 투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향수’도 그걸 살리고 싶었고.

Q. 그러고 보니 ‘오렌지 마말레이드’도 마찬가지다. 백마리를 보면, 뱀파이어란 특수성도 있지만 어찌됐던 친구가 없는, 혼자 아니냐. 또 스스로 주변을 닫으려고 하는 인물이다.
석우 작가 :
그런 경험들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걸 쓸려고 그때 그랬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중학교 때 그런 일이 없었다면 전혀 몰랐을 테니까.

Q. 웹툰은 보통 1주일에 1회 연재된다.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100회에 이르렀다. 그럼 거의 100주라고 봐야 하는데. 이처럼 한 번 웹툰 연재를 시작하면 여유시간이라곤 전혀 없겠다.
석우 작가 : 일주일에 3~4일은 작업실에만 있다. 여유 있을 땐 집에 가기도 하지만 그런 일은 드물다. 그리고 순정만화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대사 하나도 허투루 쓸 수 없는 것 같고.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

Q. 잠깐. 말을 좀 끊고, 순정만화뿐만 아니라 다른 만화들도 허투루 대사를 쓰는 건 아닐 텐데. 다 똑같지 않나.
석우 작가 : 느낌을 살려야 하는 게 있다. 간질간질하게 터치해줘야 할 때도 있고, 뭉클하게 만들어줄 필요도 있다. 그래서 대사가 엄청 중요하더라. 내 생각에는 다른 장르보다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깨끗하고, 예쁜 그림을 좀 만질 줄 안다는 거다. 뒤로 갈수록 많이 죽었지만 작품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빛 같은 것도 노력을 많이 했다. 하하.

Q. 다시 이전 질문을 이어가 보자. 매주 방송되는 드라마는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 경우도 많이 봐 왔고. 웹툰도 매주 연재되는데 독자의 반응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이 달라지기도 하나.
석우 작가 : 시청자 또는 독자의 반응을 보면서 매주 해야 하는 콘텐츠는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독자의 반응을 안 볼 수 없다.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하다가 분량이 늘어나기도 한다. 가령 사실은 남자 주인공과의 관계를 심플하게 가려고 했는데 연재를 하다 보니 그쪽에 기대를 많이 하더라. 그래서 그 부분이 늘어나게 됐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만 전달하는 건 아닌 것 같더라. 그리고 시놉시스를 쓸 때 생각하지 않았던 아이디어가 연재하면서 나오기도 한다.

Q. 한 가지 궁금한 게 분량이 늘어나고, 연재 횟수가 증가해도 별 다른 문제는 없는 건가. 그래도 계약이란 게 있고, 웹툰이 연재되는 포털 사이트 측의 입장도 있을 것 아니냐.
석우 작가 : 애초 시놉시스 공유를 한다. 그리고 작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자유롭게 해주는 편이다. 그리고 모든 작가가 아무생각 없이 늘리는 건 아니다. 필요에 의해 늘어나는 거다. 그러면서 내용도 더 풍부해지기도 한다.

석우 작가.

Q. 또 매주 연재를 하다 보면 완성도가 흔들릴 것 같기도 하다. 분명 스스로 마음에 안들 때도 있을 텐데 시간에 쫓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이 정도면 됐지’ 하는 마음이 생길 것 같다. 그러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완성도의 기준치도 낮아질 것 같고.
석우 작가 : 그렇죠. 연재를 시작할 때는 100%로 보낸다. 아무래도 여유가 있으니까. 그런데 점점 뒤로 갈수록 체력도 떨어지고, 스토리도 잘 안 써지기도 하고. 나 역시 매번 100%를 보내고 싶다.

Q. 매주 웹툰을 보는 독자들은 그 완성도에 대해 충분히 느끼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도 무리하게 연장하면 늘어지는 게 딱 보이지 않나.
석우 작가 : 알겠죠. 그런데 이런 적도 있다. 하다 보면 한 회가 100컷이 넘어갈 때가 있다. 그럴 경우엔 두 회로 나누게 된다. 그럴 때에는 뒷부분에 더 힘을 실어서 보여주기 위해 앞 회를 40~50컷에서 일부로 자른다. 그러면 앞 회에는 안 좋은 댓글이 달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뒷부분이 나오면 스스로 ‘어때 만족하지’란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하.

Q. 아버지가 직접 웹툰에 댓글을 다는 것으로 들었다. 아버지 세대면 아무래도 웹툰이란 자체를 잘 모를 텐데 참 신기하다.
석우 작가 : 맞다. 전혀 몰랐고, 컴퓨터도 안 하셨다. 애초 만화하는 것도 반대하셨다. 그러다가 4년 전부터 컴퓨터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웹툰을 알게 되고, 댓글을 알게 되셨다. 나에 대한 검색도 많이 하나 보더라. 그런 것들이 신기하게 느껴진 것 같다. 약간 부담이긴 한데 아버지는 항상 댓글을 달아준다. 그런데 웃긴 게 ‘왔다감’이란 댓글이 가장 많다. 하하. 그리고 친구분에게 하는 대화를 댓글에 달기도 하신다. 지금 웹툰뿐만 아니라 예전 웹툰에도 똑같은 댓글이 다 있다.

Q. 매주 연재하는 웹툰이 아니라 단행본에 대한 욕심이 분명 있을 것 같다.

석우 작가 : 해보고 싶은, 도전해보고 싶다. 만족할 만한 스토리가 완성된 상태에서 그림을 그려 공개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영화처럼. 아무래도 매주 연재하는 건 마감이란 게 있기 때문에 만족을 못 할 때가 있다. 때문에 누구한테 공개해도 창피하지 않을 정도로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

Q. 단행본 만화책과 웹툰, 분명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웹툰 작가로서 생각하는 각기 다련 매력은 무엇인가.

석우 작가 : 요즘엔 웹툰이 책으로 많이 나온다. 하지만 웹툰과 책은 완전히 다르고, 각각만의 매력이 있다. 웹툰과 달리 책은 책장을 넘기는 거라 그에 맞게 구성돼야 한다. 이번에 책을 낼 때도(‘오렌지 마말레이드’는 최근 단행본 출간됐다.) 책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편집한 부분도 있다. 자른 장면도 있고. 그래서 뒤로 갈수록 출판 식으로 바꿔가면서 하는데 어렵더라. 괜히 그렇게 하고 있나 싶기도 하면서도 매력을 느낀다. 확실히 다른 것 같다.

Q. 또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제안이 왔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석우 작가 : 사실 조심성이 많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제작사, 제작자인지. 그래서 여러 제작사와 미팅을 많이 가졌다. 그런데 많은 제작사들이 ‘거저먹기’ 식으로 가져가려고만 하더라. 지금 계약 맺은 곳은 이 작품을 쓰고 싶어 하는 작가분이 내가 하고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고, 그 방향으로 쓰고 싶어 하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드라마라는 게 쉽지 않은가 보더라. 하하. 빨리 진행하면 좋은데 언제 나올진 확실히 모르겠다.

Q. 여하튼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주인공으로 누가 어울릴까 생각 해봤을 것 같은데. 원작자로서 어떤 배우가 하길 바라나.
석우 작가 : 아이유.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하지만 만화 속 백마리는 기타도 쳐야 하고, 노래도 잘해야 한다. 또 고등학생다워야 하고. 이걸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누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아이유밖에 없더라. 하하하. ‘우리’ 아이유가 해주면 좋겠다. (석우 작가는 아주 환한 얼굴로 ‘사심’을 가득 담아 ‘우리’라는 표현을 동원하며 아이유를 응원했다.)

Q. 남자 주인공은?
석우 작가 :
남자 배우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하.

Q.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마치고 나선 무엇을 하고 싶나. 또 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석우 작가 : 연재가 끝나면 아무 일도 안하고 무조건 쉴 거다. 내 스스로 방학을 주고 싶다. 군 제대 후 쉬지 않고 일을 해 왔다. 작품 마치고 6~7개월 쉬는 기간이 있긴 했지만 작품 준비 기간 빼면 쉰 게 아니다. 이제는 비울 시간이 간절한 것 같다. 작품 활동을 더 오해 하려면 필요한 시간이다. 그리고 착하고, 순수한 감정을 그린 작품을 연달아 하다 보니 그 반대되는 장르에 갈증이 느껴진다. 그래서 호러를 해보고 싶다. 피 흘리는 것도 그리고. 하하.

Q. 아 참. 가장 기본적인 걸 안 물어봤다. 웹툰 작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와 이유를 듣고 싶다.
석우 작가 : 부모님이 중국집을 운영하시는데 군 제대 후 뭐라도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배달을 잠깐 했는데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이걸로 도와주는 것보다 내 일로 돈을 벌어서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그리고 당시 졸업 작품을 내야했다.(참고로 석우 작가는 조선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했다.) 애니메이션 전공이었는데 앞길이 안 보였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 때 즈음에 강도하 작가가 스크롤로 애니메이션 효과를 내더라. 웹툰 초창기였는데 그걸 처음 접하고 졸업 작품을 웹툰으로 선회했다. 그런데 졸업을 위해서는 단지 그리기만 하면 안됐고, 어딘가에 올려야만 했다. 약간은 강요에 의해서 시작했는데 운 좋게 네이버에서 연락이 왔다. 그게 ‘향수’다. 고료를 약했지만 용돈벌이도 할 겸해서 시작하게 됐다. 물론 네이버도 웹툰을 시작할 때 즈음이라 작품수도 적었고, 그래서 (내 작품이 선택)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하.

석우 작가.

Q. 시작은 우연이었다는 거네. 여하튼 ‘향수’ 이후 지금까지 계속 웹툰 작가로 해 오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웹툰이 내 길이다’ 또는 ‘웹툰을 제대로 해 보자’ 등의 생각을 언제 하게 됐나.
석우 작가 : 솔직히 이번 작품 하면서 느꼈다. 작품 시작부터 힘주고 한 것도 처음이고, 인물관계나 시놉시스를 전체적으로 짜놓고 한 것도 처음이었다. 뭔가 제대로 갖춰서 한 게 처음이라고 보면 된다. 하면서도 엄청 공들여 하고 있더라. 대사 하나하나부터 연출까지 엄청 신경 쓰고 있더라. 예전엔 딱히 ‘작가관’도 없었고, ‘작가와 어울리지 않는건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밤을 지새우고, 정성들여 열심히 하는 나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내 나름의 지켜야 할 게 있고, 책을 내고, 편집에 신경 쓰고. 또 독자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등 이런 게 내 딴에 생긴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 ‘작가관’이 뭐냐고 물으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하하.

Q. 애니메이션 감독이 꿈이었다고 하던데. 자신의 작품으로 직접 애니메이션 감독을 해볼 생각은 없나.
석우 작가 : 많다. 움직이는 영상 자체에 대한 로망이 있다. 내가 만든 캐릭터가 움직인다면 쾌감이 클 것 같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현실을 생각하게 된다. 실현 가능성부터 성공 여부, 또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Q. 좋아했던 만화책을 꼽아줄 수 있나. 그리고 애니메이션도 뽑아달라.
석우 작가 : 솔직히 만화책을 많이 안 본 작가 중 한 명이다. ‘슬램덩크’, ‘베르세르크’ 등 대중적으로 유명했던 만화들을 봤을 뿐이다. 순정 만화는 ‘아이즈’ 정도. 다른 작가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생판 처음 듣는 만화를 말하곤 하더라. 하하하. 애니메이션은 영항을 많이 받았다. 성향도 그쪽이다. 그림체만 놓고 보면 ‘에반게리온’, 애니메이션 풍은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을 좋아한다.

Q. 최근 일본에 가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직접 만나고 왔다. 신작 ‘바람이 분다’도 있고, 이런 저런 논란도 있어서. 그리고 ‘바람이 분다’ 주인공 목소리를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했다.
석우 작가 : 아. 부럽다. 뭐라고 하던가요. (석우 작가는 정말 부러운 눈빛으로 기자를 바라 봤다. 그리고 그때 나눴던 이야기는 기사로 확인하라는 말을 건넸다.)

Q. 마지막으로 ‘오렌지 마말레이드’가 거의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데. 결말이 궁금하다. 어떻게 결말을 내려고 하는지 살짝 귀띔해 줄 수있나.
석우 작가 : 순정 만화 장르지만 하고자하는 메시지가 있다. 소외받고 사는 뱀파이어의 성장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결말이 지어질 것 같다. 물론 사랑이야기도 마무리되겠지만 결말의 가장 큰 초점은 성장이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제공. 세미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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