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도어 시네마 클럽은 올여름 한국에서 열린 록페스티벌 중 단연 기억에 남을만한 순간을 연출해냈다. 광복절인 8월 1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슈퍼소닉’의 소닉 스테이지(핸드볼경기장)에 오른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은 첫 곡 ‘Sleep Alone’부터 마지막 곡 ‘What You Know’까지 멈추지 않고 달리며 관객들을 흥분시켰다. 지난 2010년 한국에 왔을 때에 비하면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의 위상은 상당히 커져 있었다. 2007년 북아일랜드에서 결성된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은 2010년 3월 데뷔앨범 ‘Tourist History’가 영국에서 플래티넘을 기록하고 세계적으로 백만 장 이상 팔려나가며 스타덤에 올랐다. 무섭게 쾌속행진 중인 이들을 ‘슈퍼소닉’ 공연 전에 현장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기타리스트 샘 할리데이와 진행했다.

Q. 2010년 첫 내한 후 두 번째로 한국을 찾는다. 다시 온 소감은?
샘: 첫 방문 보다는 훨씬 좋다. 2010년에 한국에 처음 왔을 때에는 낮에 공연을 했다. 그날 헤드라이너가 카니예 웨스트였다. 타임 테이블도 그랬지만, 아직 신인 때여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보려 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데뷔 초창기 때 한국에 왔던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보러 왔으면 좋겠다.(그의 바람대로 공연장은 관객들이 가득 찼다.)

Q. 최근에는 ‘글래스턴베리’를 비롯해 세계 여러 페스티벌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유가 뭘까?
샘: 페스티벌에는 주로 젊은 관객들이 춤추고 즐기기 위해 오지 않나? 그런 부분이 우리 음악과 잘 맞는 거 같다.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의 음악은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리듬도 흥겹지만 곡들이 멜로디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사운드의 핵심인 기타 연주가 페스티벌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샘 할리데이

Q. 일렉트로 팝과 록을 절묘하게 혼합한 음악을 들려준다. 최근 한국을 다녀간 포올스(Foals)와도 비슷하다. 최근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트렌드 아닌가? 왜 이런 스타일이 인기를 얻는다고 생각하나?
샘: 포올스 친구들도 우리들과 비슷한 음악 스타일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 친구들도 장르 구분 없이 어떤 음악에든 오픈마인드가 되어 있다. 심지어, 포올스의 잭과 에드윈은 DJ 경험도 있더라. 그들이 그루브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실이 음악에서 느껴질 정도다. 일렉트로팝의 매력은 에너지 넘치는 업비트 멜로디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아일랜드, 영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다. 굳이 가사를 몰라도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Q. 전자음악과 록음악을 조합하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게 됐나?
샘: 처음에는 밴드에 드러머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컴퓨터로 비트를 만들게 됐다. 컴퓨터 드럼 킷으로 시작하다가, 차차 일렉트로닉 요소를 추가하게 됐다. 그러다가 키츠네(Kitsune) 레이블 파티에서 컴필레이션 앨범을 선물 받으며 처음으로 인디 일렉트로닉 음악을 접하게 됐는데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 일렉트로닉 음악에 더 눈을 뜨게 됐다.

Q. 키츠네는 프랑스의 애표적인 일렉트로닉 음악 레이블로 꼽힌다. 록밴드로서 어떻게 키츠네에 들어갔는가?
샘: 파리에 살고 있는 친구가 키츠네 레이블의 프로모터여서 소개를 받게 됐다. 그 당시 우리 음악 스타일이 밴드적인 요소보다 전자음악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키츠네와 함께 하게 된 것 같다. 키츠네에서 우리 곡 ‘Something Good Can Work’를 발매 하고 싶어했다. 우리도 마침 싱글을 발표하고 싶던 차라 시기가 잘 맞아 떨어졌다.

케빈 베어드

Q. 2010년에 내놓은 1집 ‘Tourist History’는 영국에서 플래티넘 디스크를 기록했고 세계적으로 100만장 이상 팔려나갔다. 영국 BBC는 2010년 ‘주목할 만한 신인 뮤지션’, 영국 음악잡지 ‘NME’는 스노우 패트럴의 뒤를 이을 유망밴드로 지목했다. 갑작스런 성공이 부담스럽진 않았나? 이런 성공의 배경은 무엇일까?
샘: 솔직히 지금은 그런 인기를 실감하지는 못하겠다. 어느 곳을 가던 프로모션 일정을 소화하고 인터뷰가 끝나면, 바로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게 돼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모습을 TV로 보는 것이 아니다 보니, 아직까지는 인기나 성공을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우리에게 성공이 그렇게 부담스럽지만은 않다. 오랫동안 작은 클럽의 소규모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해왔다. 그런 경험들 때문에 무대 위에서는 항상 자신이 있다. 그런 점을 보면 우리가 첫 시작을 잘 한 것 같다. 하룻밤 사이에 스타가 된 아티스트들이 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Q. 북아일랜드에서 결성됐다. 예전 인터뷰에서 아일랜드 출신인 것을 강조한 것을 봤다. 혹시 치프턴스(The Chieftains), 더블리너스(The Dubliners)와 같은 레전드 급의 아이리시 밴드들의 음악도 들었나?
샘: 그 분들의 음악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 부모님 세대도 그분들의 음악을 잘 듣지 않아서 우리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지 않게 된 것 같다. 아일랜드 밴드로는 우리보다 조금 일찍 시작한 밴드들의 음악을 술집 공연에서 본 정도다.

Q. 아일랜드 민속음악은 상당히 열정적이다. 그런 부분이 투 도어 시네마 클럽과도 통하는 것이 아닐까?
샘: 무대에서 신나고 우발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아일랜드 스타일인 것 같다. 우리는 언제나 라이브 공연을 즐긴다. 어렸을 때 밴드를 결성했을 때부터 직접 만든 음악을 공연하고 기타를 치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걸 즐겨왔다. 그런 열정적이고 즐거운 기운은 우리 음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억지로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알렉스 트림블

Q. 아일랜드에서는 어떤 음악이 유행하고 있나? 아직도 U2가 대세인가?
샘: 난 어렸을 때부터 U2의 음악은 거의 듣지 않았다. 오히려 아버지 차 안에서 브루스 스프링스틴, 밴 모리슨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 U2가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밴드인 것은 맞다. 최근에는 어떤 음악이 벨파스트나 더블린에서 유행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코왈스키(Kowalski)나 ‘And So I Watch You From Afar’와 같은 인디 록 밴드들의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다.

Q. 혹시 케이팝은 들어 봤나?
샘: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어봤을 뿐 자세히 들어본 적은 없다. 싸이의 음악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니깐 어쩌다가 듣게 된 적은 있다. 2010년에 내한했을 때 한국 밴드 칵스를 만나 인사 한 적이 있다. 그 때 받은 칵스의 앨범을 들어봤다.

Q. 콜드플레이가 소속된 팔러폰(Parlophone)에 새 둥지를 틀었다. 새 앨범에 대한 계획은?
샘: 이번 여름이 끝날 무렵에 새 EP가 나올 거다. 그리고 투어가 끝나면 새 앨범 작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지금도 조금씩은 작업을 하고 있지만, 투어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앨범 작업에 몰두할 수 있을 거다. 죽여주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 기대해 달라.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슈퍼소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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