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가 펼치는 ‘마이클 잭슨 임모털’ 공연 모습.
태양의 서커스가 펼치는 ‘마이클 잭슨 임모털’ 공연 모습.
태양의 서커스가 펼치는 ‘마이클 잭슨 임모털’ 공연 모습.

1982년 캐나다 퀘벡 주의 거리공연단에서 출발해 현재 월드투어 단체로까지 발전한 ‘태양의 서커스’. 타이틀이 서커스라고 해서 이 공연단이 단지 숙련된 곡예술을 보여주는 걸로 끝난다는 선입관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이 공연은 어떤 특정 주제를 삼아 서커스의 기예를 바탕으로 현대무용, 특히 뮤지컬적인 요소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극을 구성하고 있다. 게다가 기발한 무대장치와 탄성을 자아낼 정도의 환상적인 조명장치도 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타임지는 이 공연을 두고 ‘서커스와 연극을 넘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놀라운 세계를 펼친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첫 번 내한공연인 ‘퀴담’(2007)을 시작으로 ‘알레그리아’와 ‘바레카이’가 대단한 인기몰이를 했을 뿐만 아니나 이번 네 번째 공연은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까지 했다. 그 이유는 한껏 올라간 관객의 눈높이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도 작용했지만 그와 함께 이번 공연의 주제 때문이다.

비극적인 사실을 환상으로 승화시키다

태양의 서커스가 펼치는 ‘마이클 잭슨 임모털’ 공연 모습.
태양의 서커스가 펼치는 ‘마이클 잭슨 임모털’ 공연 모습.
태양의 서커스가 펼치는 ‘마이클 잭슨 임모털’ 공연 모습.

태양의 서커스가 펼치는 이번 공연 타이틀은 ‘마이클 잭슨 임모털’(Michael Jackson Immortal), 지금은 고인이 된 잭슨이 월드투어에 나설 때면 말 그대로 온 세계가 들썩였다. 그러한 현상은 한국 공연도 예외가 아니었던 바, 단 두 차례 공연으로 어째서 그가 금세기 최고의 팝 아티스트라는 명칭을 얻을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단지 히트곡들을 부르는 여타 가수와는 달리 월드투어에 특정 주제를 부여하고, 자신의 곡들과 댄스를 절묘하게 조화시키고 그와 함께 환상적이고 현란한 무대와 조명장치로 콘서트의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하는 이가 바로 마이클 잭슨이다. 그렇다. 앞서 언급했듯 마이클 잭슨과 ‘태양의 서커스’ 월드투어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건 두 공연 모두 단순한 콘서트와 서커스에 머물지 않고 관객을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고도의 아티스트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는 것. 더욱이 이번 공연 제목에 임모털, 즉 ‘영원하다’라는 단어가 포함된 것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2009년 6월 25일, 잭슨이 자택에서 의문의 심장마비로 사망함으로써 그가 야심차게 준비한 월드투어(This is It)가 무산되었다는 사실을 염두하고 한 말이다. 따라서 ‘마이클 잭슨 임모털’의 의미는 분명하다. 그는 갔지만, 그의 예술세계는 결코 사라지지 않고 태양의 서커스를 통해 환하게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영화 그 이상의 매력

‘마이클 잭슨 문워커’ 포스터.
‘마이클 잭슨 문워커’ 포스터.
‘마이클 잭슨 문워커’ 포스터.

‘마이클 잭슨 임모털’ 공연을 보면서 떠오르는 뮤직비디오와 영화가 있다. 바로 ‘스릴러’(Thriller, 1982)와 ‘문 워커’(Moonwalker, 1988). 두 작품 모두 마이클 잭슨이 주인공으로 나섰지만 그 결과는 마치 하늘과 땅 같다. ‘스릴러’가 역사상 최고의 뮤직비디오로 MTV에서 선정되는 등 온갖 찬사가 도배를 이루는 반면, ‘문 워커’는 ‘결코 만들지 말았어야 할 영화’라는 혹평까지 들었다. 그럼 이와 같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문 워커’가 영화라기 보단 마치 뮤직비디오, 공연실황, 어설픈 스토리의 영화가 뒤죽박죽으로 얽힌 산만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마약을 청소년에게 퍼뜨리려는 악당(조 페시)을 물리친다는 스토리도 엉성하기 그지없고, 잭슨의 일관된(?) 어색한 웃음 연기는 경악할 수준이다. 너무 많이 보여주려다 엉망이 된 영화, ‘문 워커’. 하지만 이 영화가 흥행은 실패했지만 비디오로 출시되고 나선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 그럼 이 정반대의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까? 그건 ‘문 워커’를 영화가 아닌 뮤직비디오라는 관점에서 보면 꽤 괜찮은 작품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영화의 내용을 통해 잭슨의 가치관이 잘 드러나 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피터팬 같은 동심(童心)의 관점에서 기원하는 세계 평화가 그 한 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에 나오는 다양한 뮤직비디오 요소를 그대로 무대에 올린 게 바로 ‘마이클 잭슨 임모털’ 공연이다. 빌리진 리듬에 맞추어 형형색색 조명이 바뀌어지는 댄서들의 옷도 그렇고, 문 워커의 음악에 맞추어 앞으로 기울어지는 댄서들의 손 뒤로 불꽃이 일어나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처럼 ‘마이클 잭슨 임모털’은 나름대로 관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킨 것 같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공연장(올림픽체조경기장)이 너무 컸다는 것. 현란한 조명장치 아래 환상적이고 역동적인 군무가 펼쳐진다 해도, 무대에서 객석이 너무 멀리 떨어지면 재미가 반감된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더욱이 전체 객석 중 중간부터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니 아쉬움이 더욱 커진다. 관객의 기대치를 충족한 공연, 하지만 무대에 비해 공연장이 너무 커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공연, 바로 ‘마이클 잭슨 임모털’을 두고 한 말이다.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글. 문화평론가 연동원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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