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타’의 재록을 연기한 윤종훈

아무리 기분 좋은 일이 있어도 들뜨지 않고, 혹여 나쁜 일이 생겨도 기죽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신인배우 윤종훈의 말은 그의 힘든 무명시절을 짐작케하는 것이었다.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었을 정도의 밝은 톤으로 웃으며 말했지만, 사실은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마음 먹기 힘든 용기로 가득했던 삶이었음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윤종훈의 인생은 다큐보다는 밝은 휴먼 코미디에 가깝다. 그가 전하는 인상 덕분이다.

윤종훈은 비로소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릴 수 있었던 TV 데뷔작 tvN 뮤직드라마 ‘몬스타’에서 왕따 규동(강의식)을 괴롭히던 재록 역을 맡았다. 거의 유일했던 악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스타’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윤종훈을 공을 들여 칭찬했다. “너무 좋은 친구”라는 것이 공통된 표현이었다. 언제나 그러하듯, 현장에서의 소리가 가장 진실과 가깝다. 직접 마주한 윤종훈은 그의 고단한 과거사마저도 한 편의 재미있는 동화처럼 들리게 만들 정도로 긍정적인 에너지로 꽉 찬 그런 류의 사람이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연기를 위해 대학을 자퇴하고 결국은 가출까지 할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무려 5년간을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 못한 이야기를 할 때 “저도 독하지만 아버지도 참 독하셨죠”라며 웃음을 터뜨리는 식. 그러면 듣고 있는 입장에서는 따라 웃을 수밖에 없다. 나중에서야 그 이야기의 무게감을 뒤쫓게 되지만 그 앞에서는 마냥 함께 웃을 뿐이다.

윤종훈

선하게 생긴 인상도 한 몫한다. 그가 출연한 김태용 감독(‘만추’ 김태용 감독과는 동명이인)의 단편영화 ‘얼어붙은 땅’이 칸 영화제에 진출하면서 그를 알게된 어느 프랑스 사람들이 “코리안 프리티보이(Korean Pretty Boy)”라고 말할 정도로 아이돌 멤버처럼 곱상하게 생긴 마스크다. 그런 얼굴이 미소짓고 있으니 따라 웃을 수밖에.

‘몬스타’의 비하인드 스토리인데 현장에서 엑스트라 학생 역을 맡은 배우들이 전부 실제 고등학생이었다. 이들이 꼽은 ‘몬스타’ 최고 인기인이 바로 윤종훈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강의식이 증언(?)한 내용이다.

윤종훈은 “아, 의식이가 그래요?”라며 싱긋 웃더니 “아니에요. 처음에는 좀 그러긴 했지만, 제가 나이가 가장 많았잖아요. 올해 서른이에요(웃음). 그 친구들이랑은 거의 띠동갑이죠. 아이들이 나중에는 아저씨라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한다.

“신기했어요. 학교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책상에 막 ‘오빠’이런 것들이 써있기도 했고. 그 아이들이 다 연기자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라 나중에 꼭 다른 작품에서 만나자 약속도 하고요.”

그가 뿜어내는 긍정의 에너지는 ‘몬스타’의 숨은 최고 인기남에 이제 어느 정도 알아보는 사람들도 생겼지만, “(작품에 출연하려면) 아직은 전 무조건 오디션이죠”라며 현실에 들뜨지 않으려 하는 신중한 성미에서 오는 여유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문득 든다.

“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 자신이 사람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사람과 함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 바람이죠. 배우라서 더 특별한 사람인 것처럼 살고 싶지 않아요”

윤종훈은 tvN ‘응답하라 1994′로 차기작을 확정지은 상태다. 그곳에서도 그가 본연의 태양같은 에너지로 주변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될 것을 확신한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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