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황금의 제국’

SBS ‘황금의 제국’ 13, 14회 8월 12, 13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장태주(고수)와 최서윤(이요원)이 결혼식을 올리면서 성진그룹을 둘러싼 인물들의 역학관계는 더 미묘하고 복잡해진다. 윤설희(장신영)는 장태주 대신 김광세 의원 살인죄를 뒤집어 쓴 채 교도소로 향하고 장태주가 김 의원 살인 사건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안 최민재(손현주)와 한정희(김미숙)는 이를 이용하려 한다. 설희를 면회하러 간 서윤은 직감적으로 김광세 의원을 죽인 범인이 장태주라는 사실을 눈치채지만 태주는 서윤에게 ‘당신이 살려면 나를 구해야 한다’며 한 편이 될 것을 종용한다.

리뷰
자신의 편을 만들어 무리를 짓고, 이를 토대로 적과는 딜(deal)을 한다는 건 오랜 게임의 법칙이다. 태주와 서윤의 결혼으로 주변인물들의 계산은 더욱 치열해지면서 ‘황금의 제국’을 각자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려는 발걸음도 빨라졌다.

특히 한정희의 정체를 알게 된 최동진(정한용)이 “형수 뺨이라도 칠까”라며 분노하는 모습이나 복수를 위해 성진그룹에 입성한 장태주가 장모를 “한정희씨” 서윤의 동생을 “배성재씨”라고 칭하는 장면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제국’을 차지할 생각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처럼 매 장면 인물들의 보이지 않는 두뇌 싸움 속에서 ‘내 안의 불안이 상대를 의심하게 만들죠’ ‘사람이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나갔다’ 같은 남성미 넘치는 시적인 대사에서는 선굵은 힘이 느껴진다.

유일하게 사랑에 올인하는 윤설희의 모습은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장태주의 행복을 기원하며 눈물 짓는 그녀의 행보는 부딪치는 욕망 속에서 홀로 사랑을 지키려는 수호자의 역할을 자청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서윤과 맞닥뜨리는 교도소 장면에서 짧게 내뱉는 듯한 설희의 대사는 꽤 의미심장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각자의 욕망을 향해 움직이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은 별다른 당위성을 잘 찾지 못한 채 붕붕 떠다니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제 중반을 넘어선 작품이 마지막까지 설득력을 지니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게임판에서 각자 움직이는 말이 ‘무엇을 위해’ 질주하는가를 설명해 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막 본격적인 판에 들어서기 시작한 게임이 시작부터 왠지 아무도 승리하지 못하는 게임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수다포인트
- 가장 다정해야 할 ‘에미’라는 단어가 섬뜩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걸 김미숙 씨의 연기를 통해 느꼈습니다.
- 대사에서 종종 ’장아찌’나 ‘인삼절임’같은 음식이 등장하면서 홈 드라마의 느낌을 주는 건 식사도 무겁게 하는 드라마 속 인물들의 분위기 쇄신용인가요?
- 동시간대 SBS 플러스 채널에서 방송하는 ‘모래시계’ 속 손현주 씨의 앳된 얼굴과 십여년 사이 일취월장한 연기력을 비교해보는 것도 우연한 관전 포인트네요.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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