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션, 위험한 열정’ 포스터.

유능한 광고회사직원 이사벨(누미 라파스)은 자신을 인정해주고, 특별한 관계로 대하는 보스 크리스틴(레이첼 맥아담스)에게 매혹된다. 하지만 믿었던 그녀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빼앗고, 자존심까지 짓밟히자 이사벨은 큰 상처를 받고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이사벨과 크리스틴은 으르렁대며 점점 파국으로 향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틴이 처참하게 살해되고, 이사벨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14일 개봉.

10. 식상하고 예상 가능한 이야기, 배우들의 매력은 볼거리. ∥ 관람지수 6 / 질투지수 6 / 열정지수 6

영화 ‘패션, 위험한 열정’ 스틸 이미지.

‘패션, 위험한 열정’은 제목 그대로 ’열정’이 부른 ‘위험’을 그린 영화다. 영문 제목도 열정을 뜻하는 ‘PASSION’, 패션이다. 크리스틴은 모든 사람을 성공을 위한 ‘조건과 수단’으로 바라본다. 오로지 성공만을 향해 달리는 크리스틴이다. 성공으로 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거나 방해된다면 가차없다. 탁월한 업무 능력을 자랑하는 이사벨도 크리스틴에겐 ‘수단’일 뿐이다. 그걸 뒤늦게 알아차린 이사벨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역공을 취한다. 이렇듯 이야기 자체는 평이하다. 이 평이함을 배우들의 매력과 형식적인 면으로 돌파한다.

‘패션’의 시작은 식상하다. 뛰어난 부하직원과 그 능력을 가로채는 상사, 이 같은 구도는 국내 드라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앞에서는 서로를 위하는 척 하지만 뒤에서는 어떻게든 상대를 깎아내린다. 이런 모습들 역시 흔한 수법이다. 크리스틴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사벨을 아끼고, 특별한 사람처럼 대하면서도 또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 이사벨은 크리스틴의 모든 것을 부러워하지만 점차 그녀의 위선에 치를 떤다. 그러면서도 크리스틴을 닮아 간다. ‘악한’ 상대를 이기기 위해 ‘더’ 악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

평이한 인물구도와 설정 속에서도 크리스틴과 이사벨이 서로 물고 물리는 과정이 펼쳐지는 중반 부분은 상당히 흥미롭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서로를 난처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다. 뭐든 상대의 것을 뺏고, 빼앗는 두 사람의 싸움은 꽤나 볼 만하다. 예상 가능한 이야기를 돋보이게 만드는 힘은 레이첼 맥아담스와 누미 라파스의 매력이 절대적이다. 두 배우의 상반된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맞대결이 시선을 묶어 둔다. 이 싸움은 크리스틴의 죽음으로 끝이 난다. 그리고 크리스틴 살해의 ’진범’ 찾기로 결말을 만든다. 약간의 반전도 숨겨져 있고, 보여지는 측면에서도 전혀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놀랍기도 하지만 이질적이고, 낯설기도 하다. 다소 황당한 엔딩은 헛웃음을 만들기도.

이 작품은 2010년작 ‘러브 크라임’ 리메이크 버전이다. 스릴러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연출했다. 원작이 국내에선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기에 몰라도 영화를 보기엔 전혀 상관없다. 다만 브라이언 드 팔마의 ‘패션’은 원작과는 분명 다른 느낌을 전한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명성에 걸맞는 작품이라 판단하는 대중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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