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리시움’을 들고 한국을 찾은 샬토 코플리(왼쪽)와 맷 데이먼.

“‘강남스타일’의 나라에 간다고 하니 친구들이 부러워하더라.”(샬토 코플리)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가족과 함께 오고 싶다.”(맷 데이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엘리시움’ 개봉을 앞두고 주연을 맡은 맷 데이먼과 샬토 코플리가 한국을 찾았다. 아시아 국가에선 유일한 방문이다. 또 두 배우 모두 한국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인 샬토 코플리는 “남아공에 있는 친구들이 ‘강남스타일’의 나라에 간다고 하니 부러워하더라. ‘강남스타일’이 남아공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맷 데이먼은 “아직 호텔을 벗어나진 못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이 아름답더라.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가족과 함께 왔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한국 영화 시장 규모가 크고,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29일 개봉될 ‘엘리시움’은 서기 2154년, 버려진 지구에 살고 있는 맥스가 자신의 생존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선택받은 1% 세상 엘리시움에 침입하면서 벌어지는 생존 전쟁을 그린 작품. 2009년 참신한 기획과 발상이 돋보인 ‘디스트릭트9’으로 화제를 모은 닐 블롬캠프 감독의 신작이다. 맷 데이먼이 맥스 역을, 샬토 코플리가 맥스의 행보를 가로 막는 엘리시움의 용벙 크루거 역을 맡았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두 사람을 만났다. 진지하면서도 농담이 더해진, 유쾌한 현장이었다.

Q. ‘엘리시움’은 소재와 배경부터 뭔가 의미심장하다. 담고 있는 주제도 그렇고. 그렇다면 두 배우는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제를 무엇이라 생각하나.
맷 데이먼 : 먼저 ‘엘리시움’은 오락영화다. 이 점에선 감독님과 내 생각이 같다. 그리고 ‘디스트릭트9’과 마찬가지로 여러 면에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알레고리를 담고 있고, 빈부격차라는 메타포를 다루고 있다.
샬토 코플리 : 추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닐 블룸캠프 감독은 풍자를 굉장히 좋아한다. 이번에도 풍자적 요소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극화한 거라 보면 된다. 어떤 사람들은 오마바 대통령의 의료 개혁을 이야기하고, 또 어떤 사람은 국경 개방에 대해 말한다. 보수층에선 국경을 개방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영화라고도 한다.

Q. 둘이 서로 맞붙는 액션 장면이 많다. 함께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이야기 해 달라.
맷 데이먼 : 기억에 남는 일이 많은데 한 가지 말하지만, 극 중 데이터를 훔칠 때 샬토 코플 리와 격투를 펼치는 장면이 있다. 그 장소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쓰레기장이다. 장소도 그렇고, 환경이 좋진 않았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
샬토 코플리 : 같은 장면을 말하고 싶은데 솔직히 맷 데이먼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어떻게 촬영하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혹시라도 ‘스타질’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쓰레기 가짜로 만들어와’ 등처럼. 처음 헬기 타고 내려가는데 흙먼지 날리고, 배설물도 있고. 그래서 처음엔 맷 데이먼의 스턴트맨인지 알았다. 그랬더니 진짜라고 하더라. 그래서 흙먼지를 더 날리려고 헬기를 더 낮게 띄우라고 했다.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연기를 하더라.



맷 데이먼.

“감독님만을 보고 영화를 선택한다.”

맷 데이먼은 말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스타다. ‘본’ 시리즈, ‘오션스’ 시리즈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대중과 만나왔다. 뿐만 아니라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을 맡았던 ‘굿 윌 헌팅’(1998)을 통해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재주를 지녔다. ‘엘리시움’에서 그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다. 그리고 강한 액션도 선보인다.

Q.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맷 데이먼 : 닐 블룸캠프 감독의 전작 ‘디스트릭트9’을 보고 감동했다. 굉장히 연출을 잘했고, 같이 일하고 싶었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오게 된 것이다.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이미지 등이 다 담겨 있는 책을 보여줬다. 이미 머릿속으로 ‘엘리시움’ 세상을 다 그렸던 것이다. 실제 구현을 위해 내 도움이 필요했던 것뿐이다.

Q.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어떻게 되나.
맷 데이먼 : 영화를 선택할 때 감독님만을 보고 선택한다. 훌륭한 감독들은 색다른 영화를 만든다. 그래서 그런 감독들의 영화에 출연하면 그만큼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Q. 감독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한국 감독 중 관심 가는 감독이 혹시 있나.
맷 데이먼 : 박찬욱 감독님이라면 곧바로 일하고 싶다.

Q. ‘굿 윌 헌팅’으로 벤 애플렉과 아카데미 공동 각본상을 수상하지 않았나. 그리고 올해 벤 애플렉은 ‘아르고’로 아카데미를 석권했다. 그걸 보면서 직접 연출해 보고 싶은 생각은 안 들던가.
맷 데이먼 : 오스카를 한 번 더 타고 싶냐는 질문인 줄 알았다. 하하. 감독 해보고 싶다. 작년에 각본을 쓴 영화가 있는데 원래 연출도 맡기로 했다. 하지만 개인적 사정상 제작과 각본, 주연만 했다. 연출에 도전하고 싶지만 딸들이 아직 어려 스케줄이 어떻게 될 진 모르겠다.

Q. 혹시 싸이를 만난 적 있다. 그리고 ‘강남스타일’은 알고 있나.
맷 데이먼 : 당연히 알고 있다. 딸이 네 명인데 모를 리가 있겠나. 하지만 실제 싸이를 만나진 못했다. 다만 싸이 모창가수가 많다. 그래서 행사장에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싸이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샬토 코플리.

“색다르고 독창적인 악역을 만들고자 했다.”

샬토 코플리는 ‘디스트릭트9’에서 주연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작품으로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리고 이번엔 ‘디스트릭트9’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와 정반대의 악역이다.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을 것 같다. 하지만 국내 대중들에게 더 관심 가는 부분은 ‘올드보이’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리메이크한 미국판 ‘올드보이’에 출연했기 때문. 샬토 코플리는 한국판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연기한 이우진 역에 해당하는 아드리안 프라이스를 연기했다.

Q. 닐 블롬캠프 감독과 연달아 두 작품을 했다. 그리고 감독과 같은 국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짝꿍’ 같다는 느낌이다.
샬토 코플리 : 감독이 15세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단편 작업도 많이 했고, 닐이 만든 영화를 프로듀싱하기도 했다. 같은 국가 출신이란 것도 장점이다. 빈부격차, 선진국과 제3세계 격차에 대해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특히 편집, 특수효과, 음악 등 영화 관련 취향이 비슷하다. 그래서 같이 일하기가 편하다.

Q. 이번엔 악랄한 악당 연기를 펼쳤다. 어땠는가.
샬토 코플리 : 많은 배우들이 주인공보다 악당 역할이 재밌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이번엔 각본을 읽고 나서 감독에게 악당 역을 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그렇게 하긴 했어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자라면서 계속적으로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됐던 남아공 상황을 반영해 캐릭터를 설정했다. 심각한 악역으로 만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Q. 동양권 사람이 보는데도 발음의 독특함이 느껴지더라. 크루거만의 장치인건가.
샬토 코플리 : 그래도 한국말보다는 영어 실력이 더 나은 것 같다. 하하하. 악센트를 사용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굉장히 악센트가 독특하고, 실제 남아공 백인에 대한 편견을 이용해 캐릭터 설정을 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Q.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리메이크작에 출연했는데 원래부터 한국영화에 관심이 있었나. (질문이 끝나자 맷 데이먼은 샬토 코플리에게 ‘오리지널 영화만큼 성공할 수 있겠냐’고 농담 섞인 질문을 던졌다.)
샬토 코플리 :
오리지널 ‘올드보이’를 좋아한다. 한국이 남아공과 마찬가지로, 할리우드 밖에서 영화를 만들지만 굉장히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영화를 만들고,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 ‘올드보이’와 ‘강남스타일’이 해낸 일이다. 나 역시 ‘올드보이’를 본 이후 한국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올드보이’가 워낙 잘 만든 영화라 그걸 능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예 색다르고 독창적인 악역을 만들고자 했다. 유지태와 비교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