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시움’(왼쪽), ‘퍼시픽 림’

박스오피스차트가 오랜만에 신선하다. 대규모 스크린을 거느린 개봉작들이 줄줄이 상위권을 꿰차서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새로운 얼굴들로 대거 교체된 것 치고는, 차트의 수익 변화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TOP12 영화들의 극장가 수익이 전주대비 15.5%밖에 오르지 못한 게 이를 증명한다.

‘엘리시움’ 오프닝, ‘디스트릭트9’ 보다 저조했다

신작영화들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건 ‘역시나’, ‘엘리시움’. ‘어쩌다’를 외치게 한 것도 ‘엘리시움’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엘리시움’은 ‘디스트릭트9’의 닐 블롬캠프 감독과 주연 배우 샬토 코플리가 맷 데이먼이라는 스타를 영입해 만든 SF 블록버스터다. 2154년을 배경으로 엘리시움이라 불리는 우주 거주지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엔 ‘디스트릭트9’의 그림자가 여럿 엿보인다. 우리가 이 영화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프닝 성적이 의외다. 13일 북미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엘리시움’은 9일부터 11일까지 3,284개관에서 2,98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쳤다. 2,980만 달러? 1억 1,500만 달러로 제작된 영화의 위용치고는 아쉬워도 한참 아쉽다. ‘엘리시움’의 4배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진 ‘디스트릭트9’의 오프닝이 3,735만 달러였음을 감안하면,(아래표 참고) 충격은 더욱 크다. 평단의 평가가 나쁘지 않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인데, 뒷심을 얼마나 발휘할지 궁금하다.

‘디스트릭트9′ VS ‘엘리시움’ 오프닝

‘엘리시움’에 순위는 뒤졌으나, 내실 면에선 앞선 게 ‘위 아 더 밀러스’다. 순제작비는 ‘엘리시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지만, 개봉 수익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 같은 기간 ‘위 아 더 밀러스’가 챙긴 수익은 2,641만 달러. 수,목요일 수익까지 더한 누적수익은 3,790만 달러로 개봉 첫 주에 순제작비를 모두 회수했다. 이제 통장을 불리는 일만 남았으니, 워너로서는 쾌재를 부를 일이다. 마약을 운반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제니퍼 애니스톤이 출연한다.

디즈니 ‘비행기, 목표는 극장이 아닌 완구시장!

8월 9~11일. 북미박스오피스성적.

3위는 디즈니의 ‘비행기’다. 캐릭터가 어디선가 본 것 같다고? 픽사의 ‘카’를 떠올린다면, 맞다. ‘카’의 스핀오픈 격인 작품이라 낯설지 않다. ‘비행기’가 같은 기간 벌어들인 수익은 2,223만 달러.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왜 이리 저조한 오프닝을!’하며 경악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애초부터 ‘비행기’가 노린 건 극장이 아니라, 완구시장이다. 극장에서 그리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도, 캐릭터 사업에서 대박을 기록했던 ‘카’의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게 디즈니의 속셈인 셈이다. 디즈니의 사업수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작 영화중에서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건 ‘퍼시잭슨과 번개도둑’의 속편인 ‘퍼시잭슨과 괴물의 바다’다. 순제작비 9,000만 달러로 만들어진 영화의 오프닝 성적은 1,440만 달러. 전작의 오프닝 3,123만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아래표 참조) 사실, 이러한 상황이 어느 정도 예상되기는 했다. ‘퍼시잭슨과 번개도둑’이 어떤 작품인가. 북미성적 8,876만 달러에 그치며 제작비도 회수하지 못한 흥행실패작 아닌가. 폭스는 속편에 대한 욕심을 부리면 안 됐다.

‘퍼시잭슨’ 1, 2편 오프닝

지난주 1위로 데뷔했던 ‘2 건스’는 58.4%가 빠져나간 1,124만 달러로 5위로 내려앉았다. 누적수익 4,863만 달러로, 순제작비 6,100만 달러까지 갈 길이 멀다. ‘개구쟁이 스머프 2’의 상황은 더 안 좋다. 1억 500만 달러를 들였지만 제작비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스머프의 험난한 여름이 예상된다. 북미에서 힘을 못 쓰고 있는 ‘더 울버린’은 해외 관객들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분위기다. 북미누적수익은 1억 1,201만 달러로 다소 저조하지만 해외에서 1억 9,47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월드와이드 3억 달러를 돌파했다. 8위는 무섭다는 소문이 국내에까지 퍼진 ‘컨저링’이다. 주말 662만 달러를 더한 누적 1억 2,067만 달러로 순제작비 2,0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아, 흥행도 놀라워라.

‘퍼시픽 림’, 일본을 믿었건만

순위권 밖이지만, 16위에 오른 ‘퍼시픽 림’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일본에서 승승장구 하리라는 예상이 처참하게 깨졌다. 영화가 일본에서 벌어들인 주말수익은 고작 300만 달러. 한국에서의 오프닝 성적에도 못 미친다. 이런 걸 두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한다고 하는 걸까. 중국에서의 흥행으로 고무됐던 ‘퍼시픽 림’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의 현재 월드와이드는 3억 4,417만 달러다. 4억 달러 돌파가 일본에서의 흥행실패로 난항을 겪을 예정이다.

이번주 개봉영화는?

‘잡스’, ‘킥애스2′, ‘파라노이아’, ‘버틀러’ (왼쪽부터)

돌아오는 주말에도 4편의 영화가 와이드 릴리즈 개봉한다. 먼저 애쉬튼 커처가 스티브 잡스로 분한 전기 영화 ‘잡스’가 2,000여개 극장에서 개봉되고, 클로이 모레츠와 아론 존슨 주연의 ‘킥 애스 2: 겁없는 녀석들’이 유니버셜을 통해 찾아온다. 리암 헴스워스, 게리 올드만, 해리슨 포드 등 노장 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스릴러 영화 ‘파라노이아’와 9명의 미국 대통령을 모셨던 집사의 이야기를 그린 ‘버틀러’도 가세한다. 장르별로 골라보는 재미가 가득한 주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편집.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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