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 포스터

영화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의 쌍끌이 흥행, 무시무시하다. 약 650만 관객이 ‘설국열차’에 탑승했고, 400만에 가까운 대중이 잔혹한 ‘테러’의 현장을 생중계로 경험했다. 눈에 띄는 신작이없었던 만큼 두 작품의 인기가 2013년 32주차(8월 9일~11일)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에픽’, ‘명탐정 코난’, ‘터보’, ‘개구쟁이 스머프2′ 등 4편의 애니메이션이 10위권 내에 포진, 여름 방학 시즌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12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설국열차’는 1,066개(상영횟수 1만 6,179회) 상영관에서 159만 9,778명을 동원했다. 이제 겨우 개봉 2주차 주말을 보냈지만 누적 관객수는 벌써 644만 5,400명이다. 벌써부터 1,000만 이야기가 솔솔 흘러 나오고 있다. 약 360만 남은 상황이라 다소 섣부른 판단이지만 ‘감기’, ‘숨바꼭질’ 등 한국영화 두 편이 개봉되는 33주차를 슬기롭게 넘긴다면 결코 무모한 도전은 아니다. 개봉 첫 주에 비해 약 70회 상영횟수 감소에 그쳤고, 관객 감소도 29.2%(66만 378명)에 머물렀다. 주말 이틀 동안 좌석점유율도 50% 중후반대를 찍었다. 10일 59.6%, 11일 55.3%다.

2013년 32주차(8월 9~11일) 박스오피스 차트.

‘설국열차’와 쌍끌이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더 테러 라이브’는 809개(1만 3,156회) 상영관에서 107만 1,493명을 불러 모았다. 누적 관객수는 383만 1,554명으로 400만 돌파는 시간 문제다. ‘믿고 보는’ 하정우의 ‘대세론’이 다시 한 번 통했다. 개봉 첫 주보다 66개 상영관, 약 1,000회 정도 상영횟수가 늘었다. 이에 힘입어 관객 감소는 10.4%(12만 4,104명)에 불과했다. 지난주 ‘설국열차’와 100만 격차를 보였던 ‘더 테러 라이브’, 이번주에는 딱 절반에 해당하는 약 50만 차이다. 좌석점유율은 여전히 ‘설국열차’보다 조금 낮은 수준. 10일 57.8%, 11일 54.0%를 기록했다. 영리한 ’2등 전략’이 탁월했다. 올해 한국영화에서 신통치 않은 성적을 남겼던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간만에 웃음을 짓게 됐다.

물론 두 작품이 국내 전체 영화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개봉 첫 주보다 오히려 더하다.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의 상영횟수 합은 2만 9,335회. 대규모 상업영화가 없었던 탓도 있지만 어쨌든 두 작품의 상영횟수는 지난주보다 증가했다. 9~11일 동안 전체 상영횟수는 4만 6,156회로 두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3.5%에 달한다. 압도적인 흥행에는 압도적인 상영관, 상영횟수, 좌석수 등이 있었다.

애니메이션 ‘에픽’, ‘명탐정 코난’, ‘개구쟁이 스머프2′, ‘터보’ 스틸 이미지.(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두 작품의 독주 속에서도 애니메이션의 선전은 빛이 났다.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의 뒤를 이어 ‘에픽:숲 속의 전설’, ‘명탐정 코난:수평선상의 음모’, ’터보’ 등 애니메이션이 3~5위를 자리했다. 그리고 7위에 오른 ‘개구쟁이 스머프2′까지 10위권 내 애니메이션 4편이 자리했다.

신규 개봉작 ‘에픽’은 471개(4, 119회) 상영관에서 29만 2,440명(누적 41만 3,340명)을 동원했다. 신규 개봉작 중에선 가장 좋은 성적. 이십세기폭스 산하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 작품으로 수석 캐릭터 디자이너 이상준, 라이팅 슈퍼바이저 성지연 등 한국인의 손길이 녹아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이 신규 개봉돼 301개(2,147회) 상영관에서 14만 5,723명(누적 20만 5,118명)을 기록했다. 최신작이 아닌 2005년 작품임에도 만만찮은 흥행 성적을 남겼다. 확실한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입증됐다. 또 올해 애니메이션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터보’는 333개(2,052회) 상영관에서 13만 7,470명을 보태 누적 관객수를 169만 2,614명으로 늘렸다. 지난주(4,506회) 보다 2,450회 가량 상영횟수가 줄어들면서 관객수도 큰 폭(61.4%, 21만 8371명)으로 감소했다. ‘개구쟁이 스머프2′에는 317개(1,999회) 상영관에서 12만 6,073명(누적 72만 4,070명)이 다녀갔다. ‘개구쟁이 스머프2′ 역시 상영횟수가 1,600 정도 줄어들면서 관객수도 57.1%(16만 7,810명) 감소했다.

이들 애니메이션이 놀라운 건 좌석 점유율. 11일의 경우 ‘명탐정 코난’, ‘터보’, ‘에픽’, ‘개구쟁이 스머프2′ 등 4편의 애니메이션이 각각 62.4%, 60.6%, 57.6%, 57.1%을 기록, 2~5위까지 나란히 자리했다.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보다 높은 수준이다. 10일에도 ‘명탐정 코난’ 63.4%, ‘터보’ 62.4%, ‘개구쟁이 스머프2′ 58.4%, ‘에픽’ 57.8% 등으로 50%대 후반~60%대 초반을 기록했다. 애니메이션이 가진 힘이다.

장혁, 수애 주연의 ‘감기’가 순위권에 모습을 드러냈다. ‘감기’는 325개(1,063회) 상영관에서 12만 6,281명(누적 13만 395명)으로 6위에 랭크됐다. 14일 개봉을 앞두고 대규모 ‘변칙’ 유료 상영회 결과다.

‘숨바꼭질’과 ‘감기’,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의 쌍끌이 흥행을 막아라!

영화 ‘숨바꼭질’, ‘감기’ 스틸

33주차는 15일 광복절 연휴가 포함된 ‘황금’ 주말. ’숨바꼭질’과 ‘감기’가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출격한다. 장혁, 수애 주연의 ’감기’는 일단 대규모 ‘변칙’ 유료 상영회로 기선 제압에 나섰다. 하지만 원래 배급을 맡기로 했던 CJ엔터테인먼트가 마케팅은 그대로 진행하지만 배급에서 발을 뺐고, 영화를 제작한 아이러브시네마가 직접 배급에 나선다는 게 변수다. CJ ‘설국’, 롯데 ‘더 테러 라이브’ 그리고 NEW ‘숨바꼭질’과 경쟁에서 얼마나 많은 상영관을 확보할 수 있을진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숨바꼭질’은 ‘믿고 보는’ 배우 손현주의 첫 단독 주연이라는 점이 대중의 발걸음을 움직일 태세다. 특히 문정희의 강렬한 연기가 돋보인다. 영화를 투자 배급한 NEW의 흥행 기운이 이어질지도 지켜볼 일이다. 이 외에 제69회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패션, 위험한 열정’, 한국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한미 동시 개봉되는 ‘렛 미 아웃’ 등이 눈길을 끈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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