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엔하이픈, NCT, 르세라핌 등의 K팝 아이돌 음악이 틱톡 연간 차트를 점령했다. K팝의 깔끔한 퍼포먼스,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틱톡을 사로잡은 것. 가수 지코의 '아무 노래' 이후 곡 홍보에 있어 챌린지가 중요해지면서 K팝이 숏폼에 맞춰 진화했단 분석이 업계서 이뤄지고 있다.
틱톡이 선정 가장 유명한 글로벌 아티스트 10인 리스트('Tiktok's Most Popular Global Artists Of 2024')가 공개된 가운데, K팝 아티스트가 7팀으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다. 해당 리스트 2위부터 차례로 그룹 엔하이픈, NCT, 르세라핌, 스트레이 키즈, 에스파,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줄지어 랭크됐다. 뒤이어 9위에 그룹 트와이스가 올랐다.
국내 아티스트 중 1위를 차지한 엔하이픈의 곡 중, 올 한 해 틱톡에서 가장 사랑받은 곡은 'XO(Only If You Say Yes)'다. 틱톡은 해당 음원이 지난 7월에 공개된 후 차트 공개 시점인 지난 4일까지 약 35만 4천 개의 콘텐츠에 활용됐다고 밝혔다. 엔하이픈은 또한, 2022년에 발매한 'Polaroid Love'(폴라로이드 러브)로도 많은 챌린지를 유도해냈다.
국내 여성 아티스트 중 최고 순위를 찍은 르세라핌은 지난 8월 발매한 'CRAZY'(크레이지) 음원 하나로 약 19만 9천여 개의 틱톡 영상을 끌어냈다. 지난 2월 발매한 'Smart'는 발매 후 10개월 동안 16만 1000개 영상에 쓰였다. 이들 챌린지에는 '쉽고 눈에 띄는 안무', '중독적인 후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엔하이픈은 단순한 손동작을 펼치며 머리 위에서부터 지그재그로 팔을 내리는 단순한 안무를 구성했다. 르세라핌은 'CRAZY' 챌린지에서 어깨와 팔을 활용한 쉬운 안무를 펼쳤다. 전면으로 돌진한다는 점에서 눈에 띄기도 했다. 또, 엔하이픈의 'XO(Only If You Say Yes)'는 '엑스오'라고 외치는 부분이 계속해 반복되며, 르세라핌의 'CRAZY'에서는 'All the girls are girling girling'이라는 가사가 반복된다. 듣기만 해도 곡의 후렴이 자연히 외워지는 구조다.
이렇게 차트 내 K팝 영향력이 크다 보니 틱톡 측에서 직접 연간 리포트를 통해 이 현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은 "K팝 아티스트는 글로벌 톱 10 아티스트 목록을 장악했다"며 "상위 10위 중 7위를 차지했으며, 엔하이픈과 르세라핌 등 그룹은 창의적인 안무와 챌린지로 팬들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K팝은 그 시작부터가 틱톡 특화형 산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틱톡과 마찬가지로 K팝은 '시각적 요소'와 '바이럴'을 중시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틱톡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두 눈과 두 귀를 사로잡는 안무와 음악이 중요하다. K팝은 오랜 시간 이 지점을 고민하며 성장해 온 산업이다.
팝 시장에선 후렴이 중독적인 음악은 많이 나오지만, 칼군무 등 깔끔한 퍼포먼스가 더해진 음원은 거의 없다. 아티스트 간 유대도 적어 끼리끼리 어울리기 때문에 품앗이 챌린지도 잘 없다. 반면, K팝 아티스트들은 품앗이를 통해 타 그룹의 팬들도 챌린지에 참여토록 유도한다. 각종 방송 콘텐츠에서의 만남을 계기로 품앗이 챌린지를 하는 문화가 발달해 있는 것.
업계에선 K팝 정점론은 틱톡 덕분에 점차 해소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미 K팝 업계는 틱톡을 활용한 곡의 홍보에 사활을 걸었다. 오늘날 K팝 신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음악은 챌린지로 만들어진다. 그 곡의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 안무를 짓기 어려운 발라드는 하나의 짧은 드라마처럼 챌린지를 만들어 퍼뜨릴 정도다. 가수 지코가 2020년 챌린지의 홍보 효과가 대단함을 국내선 처음 보여준 뒤 생겨난 대유행이다. 각종 논란 등으로 올해 고초를 겪었던 K팝 산업의 미래가 다시 밝아지고 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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