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들 조직적 개입·지시
이성수 SM 당시 대표도 관여
유튜브 렉카도 섭외 정황
SM "제안받았지만, 거절"
법조계 "업무방해죄 성립 가능"
사진 제공=SM 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고자 바이럴 업체를 고용하고 업무를 직접 지시한 과정에는 SM 고위 임직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SM이 고용한 업체는 유튜버 렉카들도 여론 조작에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구제역 수사를 진행중인 검찰은 엔터사들과 유튜버 렉카들과의 관련성을 조사중이다. 법조계에서는 SM의 여론 개입 시도 자체에 불법적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본지 7월 23일 보도 'SM엔터, 하이브와 분쟁 때 비밀리 여론작업팀 운영했다①' 참고

최고 임원들까지 조직적 개입

24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텔레그램 대화 내용에 따르면 2023년 2월 19일 SM 홍보를 총괄하는 A 이사(CRO:최고관계책임자)는 텔레그램을 통해 당시 장재호 SM 브랜드마케팅 담당 이사에게 커뮤니티 '더쿠'에 작성된 게시글을 공유한다. 장 이사는 이성수 당시 SM 공동대표의 측근으로 2021년 5월에 입사했다. A 이사는 "(장)이사님. 이 글이에요. 많이 퍼지면 좋겠다 이대표님께서 별도 말씀 주신 글이기도 하고요"라고 말했다. 여기서 이 대표는 이성수 공동대표를 칭한다. 해당 글은 현재 남아있지 않지만 그 시기를 전후로 커뮤니티 '더쿠'에서는 이 대표의 리더십과 음악성을 칭찬하는 글과 댓글이 다수 포착됐다.


이 글을 받은 장재호 이사는 내용을 그대로 홍보업체 '아스트라페' 박 모 본부장에게 전달한다. 전달받은 박 본부장은 "네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한다. 아스트라페는 SM으로부터 13억8000만원을 받고 다수의 바이럴 업체를 고용해 SM의 여론 개입을 주도한 업체다. 이미 SM과 계약하기 이전 단계부터 이성수 공동대표-A 홍보 담당 이사-장재호 이사-바이럴 업체로 이어지는 소통이 작동하고 있었단 뜻이다.

바이럴 작업의 중심에는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는 장재호 이사가 있었다. 장 이사는 박 아스트라페 본부장으로부터 이성수 대표에 대한 바이럴 내용을 주기적으로 보고받는다. 이 대표가 당시 SM엔터 유튜브를 통해 밝혔던 폭로 내용을 각종 커뮤니티 등에 확산시키는 식이다. 키워드는 '백의종군' 그리고 바이럴 업체 사이에서 자주 등장하는 앵글(Angle, 각)은 '진심, 진정성, 최후의 저항'으로 제시됐다.

SM의 수상한 인수, 여론조작 포상이었나

장 이사는 하이브가 인수를 포기하고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3월 SM 최고전략책임자(SCO)가 되면서 '실세'로 불리기 시작한다. 모든 여론 개입 작업이 끝난 뒤, SM에서 '영전'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SM이 여론 조작에 개입했던 인물들에 대해 확실히 보상한 건 이 뿐 만이 아니다. SM 임직원 2명과 바이럴 업체 4명이 함께 만들었던 6명의 텔레그램 단톡방 '스트'. 이 곳에서 여론 조작을 주도하고 지시했던 SM 임직원 중 한 명은 최모 센터장이다. 그는 현재도 SM자회사에 근무중이다.장재호 이사의 오른팔인 최 센터장은 2020년 창업한 연예기획사 10x엔터의 대표였다. 하이브와의 분쟁이 끝난 뒤 SM이 자회사인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KMR)를 통해 22억원에 사들였던 회사다. 당시 그 회사는 소속 연예인 1명, 부채만 8억이었다. 사실상 회삿돈으로 개인에게 '보상'을 해준 셈이다. 임직원이 이사로 겸직 중인 회사를 사들인 것은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 게다가 여론 조작을 통해 회사의 경영권을 방어한데 따른 '포상'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SM측은 "사업적 판단에 따른 인수일 뿐, 포상적 성격은 아니다"고 본지에 해명했다.

장 이사는 2023년말 SM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 조사를 받던 중 사임했다. SM-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장 이사와 관계가 깊은 아스트라페는 SM-카카오 연합이 하이브를 맞설 수 있게 도왔던 '기타법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튜브 렉카까지 섭외 정황임원들까지 조직적으로 개입됐던 여론 대응 작전은 2023년 2월말 13억8000만원의 계약과 함께 하이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하는 '역바이럴'까지 진화하게 된다. 특히 아스트라페는 커뮤니티, 카페 뿐 아니라 유튜버 렉카들을 직접 섭외했다. 텔레그램 대화에서 바이럴 업체 A 이사는 박 모 아스트라페 본부장에게 "세팅은 끝났습니다. 유튜브는 섭외 돌린 상태이며 페이지는 내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라고 보고한다. 여기서 유튜브는 렉카를 페이지는 인스타 인기페이지를 의미한다. 이는 다른 대화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박 본부장과 아스트라페의 실질적 오너로 알려진 황 모 대표의 대화에서도 황 대표가 "유튜버 렉카들 섭외는?"이라고 묻자, 박 본부장이 "그건 (자신들이 고용한 바이럴 업체가 아닌)내부에서 해요"라고 답한다. 본지가 추가 확보한 바이럴 업체 관계자간 녹취록 내 대화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SM에도 유튜버 렉카 섭외 등에 대한 내용을 보고했다. SM측은 "렉카 섭외와 관련된 제안을 받았지만, 추구했던 온라인 마케팅 방향과 맞지 않아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본지 취재에 따르면 최근 구제역 사건에서 검찰은 엔터사들과 유튜버 렉카들간의 '현금거래'에 대한 내용을 전방위적으로 살펴보며, 관련 피해자 조사를 진행하는 단계다.


법조계 "업무방해죄 성립 가능"

SM엔터테인먼트의 조직적인 여론 조작을 놓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을 알리는 게 문제가 되느냐는 일각의 시각도 있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비판글을 올리는 역바이럴 뿐 아니라 자신들의 입장을 '팬'인 것처럼 올리는 바이럴 역시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법조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분쟁 대상이었던 하이브뿐 아니라 해당 게시글이 올라왔던 포털사이트 또는 커뮤니티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여부다.

검찰 출신 대형로펌 변호사는 "허위사실을 퍼트렸다면 업무방해죄 성립이 가능하고, 허위사실이 아니라해도 바이럴 업체가 작성한 글이 일반인들로 하여금 일반적인 대중의 글이라고 착각하게 했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성립 가능성이 있다"라며 "구체적 내용에 따라 명예훼손 가능성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는 행위자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에 오인·착각·부지를 일으키게 했을 때 적용할 수 있다.

실제 SM 여론 조작 과정에서 생산된 게시글을 확인해보면 '팬의 입장에서'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또 바이럴 업체간의 대화에서도 "팬이 속상해서 쓴 것처럼 하라"는 지시가 나온다. 또 허위사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게 걸그룹 프리스틴이 하이브에 인수된 후 해체당한 것으로 퍼트리라는 내용이다. 실제 프리스틴은 2019년 5월 해체됐고, 소속사인 플레디스가 빅히트엔터에 인수된 건 1년 뒤인 2020년 5월이다. 만일 SM에서 이 사실을 바이럴 했다면, 허위 사실 유포에 해당한다. 대법원에서는 수험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커뮤니티에 마케팅 업체를 동원하여 경쟁 학원과 강사를 비방하는 글을 올리도록 한 행위에 대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성립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고윤상 기자

☞③ 'SM 여론 조작업체 '아스트라페'과 카카오의 수상한 연결고리'로 25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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