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주연·제작 '밤낚시', 현대차와 협업작
러닝타임 13분, 티켓값 단돈 1000원
박찬욱 감독-애플 협업 '일장춘몽'
스낵 무비, 상품 홍보+재미 '일거양득'
사진=텐아시아DB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유튜브 쇼츠, 틱톡 숏폼 등 짧게 즐길 수 있는 스낵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영화계에서도 스낵 무비 시도가 늘어가고 있다. 접근성이 좋고 단기간 널리 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스낵 무비가 기업들의 홍보 수단으로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에 기업과 협업해 진행되는 스낵 무비도 늘어나고 있다.오는 14일에는 러닝타임 12분 59초짜리 영화 '밤낚시'가 개봉한다. '밤낚시'는 어두운 밤 전기차 충전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휴머니즘 스릴러. 한 남자의 낚시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것이 걸리면서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진다. 주인공은 손석구로, 손석구는 원맨액션을 펼친다.

'밤낚시' 스틸. / 사진제공=스태넘


독특한 점은 현대자동차가 기획했고, 손석구가 설립한 1인 기획사 스태넘이 공동 제작으로 참여했다는 것. 사실 이번 작품은 현대자동차가 자사 전기차를 홍보하기 위한 일환으로 만든 영화다.하지만 오직 홍보만을 위한 작품이라고 보긴 어렵다. 2013년 한국인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문병곤 감독에게 연출을 맡겨 작품성을 챙겼다. 또한자동차에 장착된 7개의 카메라로 촬영해 예술적 창의성을 더했다. 손석구가 출연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참여해 화제성도 챙겼다. 기업과 영화 제작사는 실험적인 시도로 혁신적인 상품 및 기업, 신선한 영화라는 두 가지 이점을 모두 챙겼다.

'일장춘몽' 스틸. / 사진제공=애플


이러한 스낵 무비의 시도는 앞서도 있었다. 거장으로 꼽히는 박찬욱 감독은 애플 아이폰으로 촬영한 영화를 선보인 바 있다. 2011년에는 아이폰4를 활용해 단편 영화 '파란만장'을 촬영,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 단편영화상을 받았다. 2022년에는 아이폰13 프로로 촬영한 영화 '일장춘몽'도 선보였다.'일장춘몽'은 약 22분 분량의 무협 로맨스. 장의사(유해진 분)가 비명에 스러진 고을의 은인인 여협 흰담비(김옥빈 분)를 묻어줄 관을 만들 나무를 구하기 위해 버려진 무덤을 파헤치던 중 무덤 주인인 검객의 혼백(박정민 분)이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일장춘몽'은 당시 애플의 '숏 인 아이폰'(Shot on iPhone, 아이폰으로 찍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작품. 애플은 아이폰의 촬영 성능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세계 각국의 영화감독과 협업해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 박찬욱 감독은 "진보된 테크놀로지가 탑재된 기계로 새 단편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장춘몽' 스틸. / 사진제공=애플
'일장춘몽' 역시 '밤낚시'와 마찬가지로 홍보만을 위한 콘텐츠로 보긴 어렵다. 박찬욱 감독이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유해진, 김옥빈, 박정민 등 주연 라인업도 유명 배우들로 이뤄졌다. 영화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재치 있는 연출, 대본과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연기로 유쾌하게 담았다. 동서양의 세계관과 문화가 혼재돼 있다는 점도 독창적이었다. 과감한 색상의 다양한 한복, 마당극을 연상시키는 장면, 모던 판소리 등 한국적 색채를 담았다는 점도 흥미로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스낵 무비는 혁신적이고 신선하다는 이미지를 소구하려는 기업과 이색적 도전을 원하는 창작자의 취지가 서로 잘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상품의 디자인, 성능 등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킬 수 있다는 점도 기업이 스낵 무비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길고 복잡한 이야기 대신 간결하고 독특한 이야기로 영화 창작자와 기업은 콘텐츠적 재미, 상품의 홍보 등 두 가지 이점을 모두 챙길 수 있었다. 영화계 관계자는 "홍보 수단으로서 스낵 무비는 아직까진 실험적이지만, 대중이 짧은 시간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 그만큼 바이럴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