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늘의 시네팝콘≫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겸 영화평론가)가 톡톡(POP)튀는 시선으로 영화 콘텐츠를 들여다봅니다. 이하늘의 팝콘(POP-Con) 챙기고 영화 보세요.
관객들의 선택을 객관적인 수치로 알 수 있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누적 관객 수는 솔직한 성적표다. 물론 관객 수가 작품성과 입지를 판단하는 단일한 지표로만 여기는 것은 섣부를 수 있지만, 막대한 제작비와 흥행을 목표로 한 상업영화인 만큼 중요한 숫자인 건 분명하다. 어찌보면 상업 영화 본질에 더 가깝다. 몇만 명의 관객 수가 들었는지를 연신 보도하는 까닭도 이 때문일 것이다.지난 2일에 함께 개봉한 '더 문'(감독 김용화)과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의 성적표는 다소 부진하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31주차 주말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더 문'은 주말 동안 18만4824명 관객 동원했으며 누적 관객 수 36만944명을 기록했다. '비공식작전'도 비슷한데, 같은 기간 동안 4만357명의 관객이 관람했으며 70만142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했다. 지난 26일 개봉한 '밀수'(감독 류승완)는 개봉 첫날 31만809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위에 진입했고, 현재 누적 관객 수 353만5579명을 돌파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영화와 관객 수의 상관관계는 언제부터 시작됐으며 두 작품의 흥행 성적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금 멀리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영화의 태동기다. 1895년 12월 28일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을 시작으로 영화는 시작됐다. 이를 나눴던 기준은 뭘까. '열차의 도착'을 잘 살펴보면, 그랑 카페에서 1프랑을 내고 관람했다는 기록이 있다. 즉, 관객들에게 돈을 받고 영화를 보여주는 형태로 최초의 상업영화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다. 영화는 순수 예술이라기보다는 산업적인 측면도 함께 발달하면서 관객 수와 같은 지표가 중요해졌다. 단순히 예술작품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돈을 함께 벌어들여야 하는 종합 예술의 형태로 커갔던 것.
그 때문에 280억원의 제작비가 든 '더 문'과 200억원의 제작비가 든 '비공식작전'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미소를 지을 수 없는 상황. 이들의 손익분기점은 각각 약 600만 명과 약 400~500만명으로 초반의 부진했던 러쉬를 만회할 한 방이 필요한 상황이다. '엘리멘탈'(감독 피터 손) 역시 초반의 미비했던 상황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현재까지 631만3805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객 수와 관련해 '더 문'과 '비공식작전'은 영화 자체의 작품성이 힘을 발휘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개봉 전부터 '더 문'은 한국형 SF의 선입견 속에서 구현한 우주라는 것과 '비공식작전'은 배우 하정우, 주지훈, 감독 김성훈의 연이은 만남으로 '아는 맛'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렇다면, '더 문'과 '비공식작전'이 힘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새로운 작전이 필요했던 이야기
'더 문'과 '비공식작전'은 각각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감독이 된 김용화와 '킹덤' 시리즈를 연출하며 호평받았던 김성훈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이전의 흥행 성적과는 무관하게 이번 작품에서는 관객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화 감독의 '더 문'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광활한 우주를 VFX와 CG를 통해 보여줬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SF라고 해서 체험형 영화만을 그려내는 것은 이전에 한국형 SF가 밟아왔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다. 중심에는 익숙하지 않은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더 문'은 우주의 물리적 거리와 인간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과정에서 과한 친절함을 사용한다. 영화는 우주에 홀로 고립된 선우(도경수)를 구하기 위해 지구에서 힘을 쓰는 이들의 구조로 이뤄졌다. 배우들의 열연은 볼거리 중의 하나이지만, 그들의 감정을 지구와 우주 사이의 격차처럼 좁히는 것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신파'가 달라붙어 있다는 것도 큰 문제로 꼽힌다. 또한 기존의 SF와 달리 새로운 스토리를 보여주었느냐고 반문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기술적인 성취에 있어서는 높은 평가를 받겠지만 영화의 구성 요소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아쉬운 결과다.
김성훈 감독의 '비공식작전'은 이전부터 비슷한 장르인 '교섭'(감독 임순례)과 '모가디슈'(감독 류승완) 등을 뛰어넘은 새로운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들어 해외 로케이션을 배경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등장했던 터. '실화'라는 것의 특성상 결말이 정해져 있다는 일종의 한계도 있기에 영화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비공식작전'은 조금은 안전한 선택을 한 것 같다. 파견을 하러 간 외교관 민준-현지에서의 갈등-고난의 해결이라는 단순한 구조 안에서 본질이 조금 흐려진 것 같다는 생각 역시도 든다. 물론 하정우와 주지훈의 코믹과 진지를 오가는 연기가 극을 지탱하는 무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비슷한 공식을 사용했기에 다음이 예상가는 전개를 보여주며, '비공식작전'이 새로운 작전을 펼쳤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 안전한 선택으로 소거된 장르의 재미'더 문'과 '비공식작전'은 각각 SF와 액션 장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장르적인 공식만을 따를 뿐, 장르를 새롭게 확장하려는 시도보다는 안전함을 택했다.
'더 문'의 경우, 2029년이라는 근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다누리호'의 발사 성공과 겹치면서 공감을 얻는다는 면도 있지만, SF가 가진 장르적인 즐거움은 소거됐다. SF는 단순히 우주 영화가 아니라 과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장르로, 단순히 우주 공간을 구현하려는 시도만으로는 장르의 성과를 얻었다고 볼 수만은 없다.
물론 달 위로 떨어지는 운석들을 피해 달리는 액션으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상상력이 소거되면서 장르에서 기대하는 관객들의 기대는 채워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더 문'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우주에 고립된 선우를 구출하는 것. 난파된 우주선 안에서 선우는 수동 모드로 전환하기 위해서 안전장치를 풀지만, 김용화 감독은 익숙한 장치를 사용하며 안전장치에서 내려오지 못한다.
'비공식작전'의 경우, 외교관을 탈출하는 임무가 영화의 본질에 가깝지만, 그보다 이전에 하정우와 주지훈의 버디무비라는 것이 영화의 가장 큰 틀이다. 익숙한 조합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지만, 캐릭터가 아닌 배우가 먼저 보인다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의 견고한 우정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장치들이 곳곳에 배치된다.
카 체이싱 액션의 경우, 계단 아래로 내려가거나 좁은 골목길에서 빠져나오거나 총격전이 지속되는데 그들은 과연 무엇과 싸우고 있는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인다. 애초에 민준(하정우)은 뉴욕으로 근무지를 바꾸고 싶다는 욕망으로, 판수(주지훈)은 돈에 눈이 멀어서 시작한 일이지만 결국에 목적은 외교관을 무사히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일이다. 나라에서 책임지지 않는 의무를 두 사람이 수행하는 과정은 몹시 버거워 보인다. 보통의 시민으로 시작했으나 히어로물처럼 변해버린 상황에 아쉬움이 든다.
사실 영화를 관람하는 형태가 변하면서 관객들은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가는 일에 조금 더 신중해졌다. 굳이 극장이 아니더라도 OTT를 통해 관람할 수 있고, 짧게 요약된 영상을 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비공식작전'의 배우 하정우는 유튜브 채널 '이동진의 파이아키아'를 통해 여름 텐트폴 시장에 관해 "경쟁이 아닌 다 같이 잘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확실한 재미를 원하는 관객들이 늘어난 만큼 상상력을 늘리고 장르를 확장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듯하다. '더 문'과 '비공식작전' 역시 아직 시작하고 있는 단계이니만큼 관객들의 선택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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