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2'-'범죄도시3' 포스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힘 못 쓰며 흥행 참패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통쾌하고 속 시원한 가상의 스토리의 영화나, 최고 수준 그래픽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 볼거리가 풍성한 영화들이 관객들의 선택을 받으며 대세를 이끌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선보인 영화들 중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는 '교섭'(감독 임순례)과 '리바운드'(감독 장항준), '드림'(감독 이병헌) 등을 꼽을 수 있다.

'교섭'은 2007년 7월 벌어진 분당샘물교회 선교단의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다뤘다. 논란의 소지가 여전하고 많은 이들이 공감하기 어려웠던 실화를 담은 '교섭'은 소재 선정부터 단추를 잘 못 끼웠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탓에 '교섭'은 황정민, 현빈이라는 배우를 기용하고도 손익분기점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172만 명 관객을 기록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부산 중앙고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 '리바운드'도 성적이 아쉽다. '리바운드'는 6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역시 손익분기점의 50%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리바운드'의 경우 철저한 고증을 통해 실제 경기 당시를 똑같이 구현하는데 공을 들였지만, 이와는 별개로 예견된 결말과 단순 나열식의 경기 연출이 스포츠적 카타르시스를 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드림'은 2010년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휴먼 코미디 드라마. 112만명 관객이 관람하며 역시 반토막 성적을 기록했다. '극한직업'으로 1626만 관객을 동원한 이병헌 감독의 작품이라 큰 기대를 받았지만, 사회적 약자인 홈리스를 소재로 다룬 탓에 이 감독 특유의 말맛이 마음껏 발현되지 못하고 밍밍하고 단조로웠단 반응이다.

실화 영화는 모든 사람들이 결말을 아는 상황 속에서 '실화가 주는 감동'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위 세 작품 모두 이 같은 목적에 이르지 못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실화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은 결말을 안다는 것이다. 그 뻔한 결말을 뻔하지 않게 연출해 관객들에게 영화적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 완성도를 판가름하지 않겠나"라고 귀띔했다.
이에 반해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일으키며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작품은 미국 블록버스터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 이하 '아바타2')을 비롯해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와 '스즈메의 문단속'(감독 신카이 마코토), 영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감독 루이스 리터리어, 이하 '분노의 질주10'),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이 있다.

올해 유일한 천만 영화인 '아바타2'(1080만 명 누적)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나비족과 바다의 세계를 놀라운 기술력으로 구현하며 영화를 통한 궁극의 시각적 경험을 선사했다는 평이다. 시각적 그래픽의 완성도에 비해 스토리 라인이 얕다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아바타2'는 시각적 만족감이 크다는 장점 덕에 코로나 시기 영화관을 찾아야 할 이유를 충족했다.

46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550만 명을 누적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전례 없는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에 성공하며,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은 만화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촘촘한 서사와 감동적인 스토리라인 구축으로 한국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분노의 질주10' 역시 162만 명의 관객의 선택을 받으며 통쾌하게 질주하는 중이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 팬들을 비롯해 더워진 날씨에 짜릿한 레이싱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원하는 관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는 작품이다. 워낙 많은 시리즈 팬들이 기다리기도 했지만, 이번 '분노의 질주10'은 액션 스케일 면에서 특별히 호평받고 있다.

'범죄도시3'은 '변칙 개봉'이라는 아쉬운 지점이 있지만, 이를 차치하고 개봉 첫날 76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들이며 한국 영화 오프닝 스코어 1위였던 '명량'(68만2701명)을 제치고 신기록을 경신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 동안 침체에 허덕이던 한국영화를 일으킬 작품으로 꼽혔던 '범죄도시3'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 속 팍팍한 현실을 담은 실화영화보다 통쾌하고 짜릿한 전율을 선사하거나, 최고 기술력이 집약된 기술력으로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작품들이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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