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들만의 미운 '우리' 새끼. 반대로 말하면 시청자들에게는 미운 '너희' 새끼다.
방송가는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에게 재기의 장을 마련해주곤 한다. 대중의 반응이 냉담하든 말든 그건 상관없다. 본인들끼리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자숙' 중이었던 스타를 세상 밖으로 꺼내준다. 기적 같은 기회를 얻은 '물의' 연예인들은 스리슬쩍 얼굴을 비추곤 한다.그중에서도 폭행 전과로 과거 벌금 50만원 처분까지 받았던 '불타는 트롯맨' 황영웅은 자숙의 기간도 없이 연이어 방송에 출연한다. 피해자는 황영웅으로 인해 평생 치열이 뒤틀리는 후유증을 앓고 있는데 말이다.
피해자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욕심만 부리는 황영웅도 잘못이지만, 폭행 전과가 있는 출연자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주는 제작진이 더 문제다. 제작진은 황영웅이 반성하고 죄를 뉘우치고 있으니 끝까지 응원해달라는 부탁의 말을 전했다.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도 있다며 억울한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안위를 물어보지는 않은 채 그저 '우리' 황영웅을 감싸기에 바빴다.
'불타는 트롯맨'을 이끌고 있는 수장, 서혜진 PD는 남은 결승전과 스페셜 방송서 황영웅을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내기로 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 황영웅을 향한 남다른 의리를 보여주는 것. 황영웅의 과거 폭행을 그저 철이 덜 든 아이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만 바라보는 듯했다.
'논란 연예인'을 출연시켜주며 복귀의 판을 깔아주는 건 비단 '불타는 트롯맨'뿐이 아니었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한동근은 무명들의 반란을 담아냈던 JTBC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이하 '싱어게인')에 출연했다.
'싱어게인'은 무대가 간절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설 수 있도록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 그러나 이곳에 '유명 가수'이자 자숙 중이었던 한동근이 등장했다.
한동근은 2018년 8월 서울 방배동 인근에서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음주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103으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수많은 히트곡을 가지고 있는 한동근은 무대가 간절한 가수가 아니다. 더욱이 '싱어게인' 역시 논란을 만든 가수에게 복귀 무대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
비슷한 사례는 SBS에서도 발생했다.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 측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된 최진혁에게 방송 복귀 기회를 마련해줬다.
자숙 8개월 만의 갑작스러운 복귀에 여론은 좋지 않은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슈가 잦아들 때까지 방송을 쉬었을 뿐, 진심으로 반성한 것이냐는 의견도 생겨났다.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제작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자숙 연예인으로 어그로를 끌며 의리와 화제성을 동시에 챙겼기 때문.
전과를 가진 연예인의 섣부른 복귀는 불쾌함만 가져온다. 무너진 신뢰 회복과 바뀌어버린 판을 다시 뒤집는 건 스타 당사자의 몫. 그들만의 '의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