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를 받은 부모를 둔 연예인은 두 부류로 나뉜다. 유명인 자녀의 이름을 빌려 사기를 치거나 자녀가 연예인인 것과 별개로 사기를 일삼거나. 전자는 자녀도 피해를 보지만, 후자의 경우 민망하긴 해도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거액이건 소액이건 사기를 당한 입장에선 자녀들의 피해를 알 바가 아니다. 내 일상이 무너지고 소송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며 삶이 피폐해지니까.
그렇다고 부모의 죄를 자녀가 연대책임을 지는 것이 맞냐고 물었을 때 답을 내놓긴 어렵다. 채무와 사기 행각이 드러난 순간 가족사가 드러나면 무작정 부모의 책임을 나누라고 할 수 없기 때문.전 축구선수 안정환이나 배우 한소희는 오래 전 연을 끊은 어머니가 자녀가 유명해진 뒤 이름을 팔아 큰 돈을 빌린 경우다. 한소희는 부모의 이혼 뒤 할머니 손에 자라 어머니와 왕래가 없었다. 그는 2020년 어머니의 채무 소식을 한 차례 알게 된 뒤 힘닿는 곳까지 변제했으나, 2022년 또 다시 채무 문제가 불거지자 "책임질 계획이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안정환 역시 축구선수로 성공한 뒤 어머니가 안정환의 이름을 팔아 훈련과 양육 명목으로 여러 사람에게 돈을 빌렸다. 안정환은 어머니에게 금전적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 안정환은 자괴감에 빠진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사기 사건에 휘말린 부모를 둔 자녀에게 '훔친 수저'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사기·횡령한 돈으로 호의호식하니까. 부모의 일이니 '난 모른다'고 발뺌하면 그만, 남의 피눈물로 누린 부유한 생활인 걸 알면서도 무책임한 태도도 일관하기 때문이다.
강민경의 아버지는 그가 데뷔한 뒤 2번이나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2016년엔 종교재단을 기만해 실제로는 세금을 내지 않고 자신의 회사자금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재단은 강민경의 부친이 매도인과 종교재단 사이에서 세금을 핑계로 돈을 가로채 그를 사기·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종교재단의 법무법인 금성은 "강 씨(강민경의 부친)이 종교 용지를 구입하려던 A재단에 접근해 매도인을 소개해줬다. 계약이 해제돼 재단이 위약금을 지급받게 되자 강 씨는 '4억 이상의 세금을 내야한다. 나에게 지급하면 세금을 대신 내주겠다'고 속여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 자금으로 소비했다"고 주장했다.당시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은 1차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서울 고등검찰청에서 다시 사건을 조사하라는 취지로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2016년 10월 13일 무죄를 선고받았고 2018년 검찰의 항소는 기각됐다.
강민경의 아버지와 친오빠는 최근에도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부동산 개발 회사를 운영하며 개발 계획이 뚜렷하게 없는 경기도 파주 문지리 소재 임야를 2년 안에 개발을 할 것이라며 속여 총 12억 원의 부동산 개발 계약을 체결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는 혐의다.
강민경의 아버지와 오빠 측은 텐아시아에 "부산 관련 일도 저희는 현재 문제가되고 있는 분들에게 직접 돈을 받거나 투자 받은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강민경의 아버지는 강민경의 유튜브에 댓글을 적거나 쇼핑몰에 전화를 건 고소인 5명을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한 상태다. 강민경은 "데뷔한 뒤 차례 부친의 불미스러운 금전 문제를 경험했다. 이로 인해 크게 고통을 받아 부친과 왕래를 끊었고, 단 한 번도 부친의 사업에 대해 관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민경도 과거가 있다. 강민경은 뒷광고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강민경은 일부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고도 영상에선 자신이 직접 구매한 것처럼 콘텐츠를 만든 정황이 발각돼 도마에 올랐다.
특히 강민경은 "유튜브는 아예 돈을 생각을 안하고 있다"며 수익에는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말해왔다. 하지만 실상은 유튜브를 브랜드 협찬 광고 수단으로 사용해왔다는 것. 앞에선 유튜브 수익금을 기부하고 뒤로는 수 천 만원의 광고료를 받아 잇속을 챙겼던 강민경이었다.래퍼 마이크로닷의 부모도 1990년 친척과 이웃 주민에게 수 억을 빌린 뒤 갚지 않고 뉴질랜드로 도주했다. 마이크로닷과 형 산체스는 뉴질랜드에서 부족하지 않게 자랐으나 사기 피해를 당한 일부 가정은 파탄이 났다.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징역형을 선고받고 추방당했다. 마이크로닷은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취했으나 여론은 그의 복귀를 거부했다.
마약 혐의로 아이콘에서 탈퇴한 비아이의 아버지도 경제사범. 비아이의 아버지 김 씨는 2014년 주식시장에 지분정보를 허위 보고해 투자금을 유치하고 회삿돈 24억 원을 유용한 혐의로 구속된 전과가 있다. 피해자의 증언에 따르면 직원들은 월급도 받지 못하고 연체가 됐고 피해자만 수 만명. 비아이가 아이콘으로 데뷔한 뒤 아버지의 이야기나 나왔으나 YG의 비호 아래 탈 없이 활동을 해왔다.
현대는 '돈' 때문에 죽고 죽이는 세상. 부모가 사기로 불린 돈, 횡령으로 가져온 돈은 결국엔 남의 등쳐먹고 얻은 고약한 돈이다. 사기 분쟁에 휘말린 자의 자녀가 TV에 나와 돈을 벌고 호의호식한다는 것 자체로 피해자에겐 2차 가해가 된다.
연좌제가 금지된 대한민국에서 부모의 죄를 잇는 건 가혹하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부모의 혐의에 직접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고 해도 '나몰라라'하며 활동을 이어가는 건 정말 괜찮은 건지 생각하게 된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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