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령' 언론배급시사회 기자간담회 현장
역도산과 여자 마동석의 싸움 보는 재미에 이어 배우와 감독들의 눈물바다가 펼쳐졌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아이파크몰 용산 CGV에서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배우 설경구, 이하늬, 이해영 감독이 참석했다.

'유령'에는 쥰지 역의 설경구와 박차경 역의 이하늬의 싸움 신이 크게 2번 등장하는데, 그 중 첫 번째는 총기나 칼 없이 맨몸으로 싸우는 신이다. 설경구와 이하늬는 분명한 체급차에도 불구하고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시선을 훔쳤다. 이하늬와 싸움신에 대해 설경구는 "전혀 불편함 없었다. 오히려 제가 힘에 겨웠다. 팔다리가 긴 이하늬 배우 때문에 힘에 부쳐서 많이 버거웠던 거 같다. 기술 없이 힘으로 하는 싸움이다 보니까"라며 "이하늬씨가 참 대단했다"고 말했다.

이하늬는 "첫 액션신을 후반에 찍었다. 그 신을 머리에 달고 6개월을 살았다. 이것을 위해서 체력을 준비해 놔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합을 맞춰서 멋있게 찍는 액션과 다르게 힘의 실랑이가 있어야 되고, 감정이 들어있는 액션신이다 보니까 테이크 할 때 힘이 많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하늬는 이어 "역도산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결승전에서 역도산을 그리면서 연기했다"며 "설경구 선배님께 주먹이 들어갔는데 안 빠지더라. '와 진짜 역도산이다' 했다. '네가 죽거나 내가 죽거나, 네가 살거나 내가 살거나'였다"고 전했다.

이해영 감독은 "처음에 액션신을 구상할 때 가장 첫번째로 원했던 건 성별의 대결로 절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녀가 싸우는 느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동등한 캐릭터의 대결. 각자의 입장이 있고 계급장 떼고 붙는다는 말처럼 성별 떼고 정말 기세로 붙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설경구의 피지컬이 우월한데 딱 찍는 순간 두 컷 정도 찍으면서 설경구 선배님 괜찮으신가 했다. 이하늬 배우가 너무 셌다"며 "이하늬 배우는 설경구를 역도산이라고 표현했는데 이하늬는 마동석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유령'의 시작점이었던 이하늬는 "차경이라는 역할은 제가 너무 애정하는 캐릭터였던 거 같다. 연기하는 내내 너무 행복하게 연기했다"며 "삶을 위해서 사는 캐릭터가 아니라 죽기 위해서 사는 캐릭터. '생즉사 사즉생'이었다. 그런 삶은 어떤 것일까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리코 역의 박소담과 호흡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박소담과 처음 만났는데 살아 있는 기백이 너무 좋았다. 단단한 배우다. 누구를 만나도 단단하다"며 "살가웠던 친구가 연기에 들어갔을 때 정말 달랐다. 동생이지만 존경스러운 부분이 많았던 친구였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박소담은 "제가 이상하게 하늬 선배님의 목소님을 들으면 위안이 된다. 차경과 유리코로 만났을 때도 그렇지만 이하늬와 박소담이 만났을 때도 그렇다"며 "차경이가 '살아'라는 대사를 하는데, 그때 저에겐 굉장히 필요했던 말이었다. 정말 혼자 많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너무 좋은 사람을 만난 거 같다. 제가 촬영하는 내내 선배님한테 받았던 에너지가 너무 컸다"고 돌아봤다. 당시 박소담은 갑상선 유두암으로 투병 중이었다.박소담은 눈물을 흘리며 이하늬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했고, 이하늬 역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를 듣던 이해영 감독까지 덩달아 눈물을 쏟으며 간담회장은 눈물 바다가 됐다.

이해영 감독은 "후반작업 하면서 영화를 10만 번쯤 봤는데, 이 영화에서 빛나는 모든 순간을 이 배우 분들이 다 감사하게 해주셨다"며 "다들 어려운 걸 많이 찍어주셨는데 특히 박소담 배우는 몸 컨디션이 아주 좋을 때가 아니었고, 제가 그걸 몰랐으니까 제가 극한까지 요구해서 너무 많은 걸 시킨 건 아닌가 해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설경구 역시 "소담이가 영화 촬영 끝나자마자 평생 못 겪을 수술을 했다"며 "장하다"고 격려했다.
쥰지 역의 설경구는 조선인들을 모아 두고 강당에서 '일본에 빼앗긴 조선을 버려라'며 연설하는 신에 대해 "부담되는 신이었다. 혼자 신을 끌고 가야 했으니. 지금 돌아보면 이 악랄한 대사를 자기연민의 마음으로 했다"며 "내뱉는 말 하나 하나가 아팠다. 잔인한 대사인데 저 말을 하면서 얼마나 정체성에 혼란을 느꼈을까. 컴플렉스 지우려고, 이기려고 성공하려고 권력에 집착했던 쥰지의 모습을 나타낸 거 같았다"고 밝혔다.

또, 카이토 역의 박해수는 일본인 역할을 맡아 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어마어마한 양의 일본어를 소화해야 했다. 이와 관련 박해수는 "도전적으로 열심히, 올림픽 준비하듯이 했다. 일본어 선생님과 밤낮없이 숙박하면서 만들었다"며 "안에서는 감독님과 경구 선배님, 배우분들께서 굉장히 자신감을 주셨다. 그래서 현장에서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아마 많은 배우들이 그런 초인적인 힘이 나올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천계장 역의 서현우는 "모두가 진중한 임무와 전사를 가지고 있으니, 저도 그래야 했다"며 "항일 운동 속에서도 굉장히 평범한 인물, 굉장히 이기적이고 그 당시삶을 살아내기 바쁜 인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임했다. 이 장르의 분위기와 극의 흐름에 방해가 안되게끔 하지만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는 정도를 찾아내는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이야기.

1월 18일 개봉.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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