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넷추리》
리플리 증후군 소재 '안나'로 단독 주연 맡은 수지
"욕심난 작품, 뺏기기 싫었다"
캐릭터 소화력에 쏟아진 호평
리플리 증후군 소재 '안나'로 단독 주연 맡은 수지
"욕심난 작품, 뺏기기 싫었다"
캐릭터 소화력에 쏟아진 호평
《김지원의 넷추리》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수많은 콘텐츠로 가득한 넷플릭스, 티빙 등 OTT 속 알맹이만 골라드립니다. 꼭 봐야 할 명작부터 기대되는 신작까지 방구석 1열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추천합니다.'예쁜 얼굴'에 가려졌던 출중한 연기력이 빛을 발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로 복잡다단한 서사를 안정감 있게 이끌어간 수지의 이야기다. 흔히 쓰이게 된 '인생 캐릭터'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아쉬운 감이 있을 정도다.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 수지가 연기한 안나의 원래 이름은 유미로, 아름다운 외모와 밝은 성격, 명석한 두뇌를 지녔지만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절망을 겪게 되는 인물이다.수지가 단독 주연을 맡은 것은 이번 작품이 처음이다. 수지는 최근 인터뷰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며 "누가 봐도 욕심을 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뺏기지 말아야지, 내가 해야지 싶었다"고 밝혔다.
수지의 입체적인 연기는 시청자들이 안나를 탐욕스럽고 영악하면서도, 안쓰럽고 안타깝게 느끼게 만든다. 구차한 삶을 살던 유미가 칭송받는 삶을 살게 된 안나로 변모하는 과정, 또한 10대부터 30대까지 변화를 수지는 이질감 없이 표현해냈다. 감정의 진폭을 세밀히 오가는 수지의 연기는 이야기의 여운을 길게 남긴다.
수지가 이러한 연기를 보여준 '안나'의 소재는 리플리 증후군.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 행동을 상습적으로 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뜻한다. 극 중 안나가 거짓말로 꾸며진 삶을 살게 되는 것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 사이에서 절망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대학에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재학생인 척 교지편집부 활동을 하고, 이름, 가족, 학력, 과거까지 본래의 자신을 숨긴다. 습관처럼 하던 거짓말은 어느새 자기 자신조차 진짜라고 믿게 될 만큼 '진실'이 되고 만다. 거짓말, 사기, 그리고 리플리 증후군이 소재가 된 흥미로운 작품들을 살펴봤다. '안나'(2022) | 쿠팡플레이'안나'는 상대적 박탈감과 질투로 인해 시작한 거짓말로 인해 '가짜 인생'을 스스로조차 진짜로 믿고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 지방 소도시, 가난한 아버지와 장애가 있는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유미는 사람들의 칭찬과 관심 속에 자라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이라는 현실에 부딪히고 좌절하게 된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한 충동적 거짓말은 평범한 삶조차 버겁던 유미를 화려하지만 거짓된 삶을 누리는 안나로 바꿔놓는 계기가 된다.
수지는 솔직하고 자신감 넘치는 고등학생 유미부터 거짓으로 쌓아 올린 사회적 지위와 명망으로 주목받는 30대 안나까지 유려하게 소화해냈다. 표정과 말투의 차이, 그리고 약 150벌의 의상, 다양한 헤어스타일과 화장으로 시점마다 다른 인물의 모습을 표현했다. '애나 만들기'(2022) | 넷플릭스
'애나 만들기'는 2017년 백만장자 상속녀 행세를 하며 뉴욕 사교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기 사건에서 영감 받은 넷플릭스 시리즈. 독일 출생 상속녀 신분으로 사교계 인사들에게 접근한 애나 델비는 사람들의 마음뿐만 아니라 수백만 달러의 돈까지 갈취한다. 하지만 한 기자에 의해 그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애나 만들기'의 실제 모델이 된 인물의 본명은 애나 소로킨. 2017년 검거될 때까지 약 4년간 사기 피해액이 27만 5000달러. 대중은 사기 피해액보다 고고한 상류층이 한 여자의 거짓말에 쉽게 속아 넘어갔다는 대목에 열광했다. '애나 만들기'에서 애나 역을 맡은 줄리아 가너는 거짓말을 하는 애나의 양면적 면모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해냈다. '리플리'(1999) | 넷플릭스
'리플리'는 남의 말투, 필체를 기막히게 흉내내고 거짓말을 감쪽같이 할 수 잇는 재주를 지닌 청년 토마스 리플리가 우연히 경험한 호화로운 삶을 이어가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이야기. 낮에는 호텔 보이,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로 별 볼일 없이 살던 리플리는 어느 날 한 파티에서 피아니스트 흉내를 내다 선박 부호 그린리프의 눈에 띄고, 그에게 아들 디키를 이탈리아에서 찾아와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마치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 리플리는 사기 행각에 이어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이 영화는 1955년 집필된 범죄 소설이 원작이다.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용어도 이 주인공의 이름에도 따왔다. 사소한 거짓말이 가져오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리플리의 모습이 경악을 자아낸다. 멧 데이먼, 기네스 팰트로, 주드 로, 케이트 블란쳇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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