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스토리' '뻔한 흐름' 이라는 단어는 영화 '카시오페아'(감독 신연식)와 어울리지 않는다.
안성기의 따뜻한 부성애, 알츠하이머 환자로 캐릭터 변신에 나선 서현진. 영화를 보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지겹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애매하게 슬픈 영화는 많아도 처절하게 슬픈 영화는 많지 않은 법.'카시오페아'는 변호사, 엄마, 딸로 완벽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수진(서현진 분)이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며 아빠 인우(안성기 분)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특별한 동행을 담은 영화다.
변호사인 수진은 한국에서 딸 지나(주예림 분)를 키우며 살아가는 싱글맘이다. 지나의 미국 유학을 위해 열심히 알아보고 준비하는 열혈맘이기도 하다. 하지만 얼마 후 수진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됐고 병원에서 자신이 알츠하이머, 그것도 초로기 치매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버지 인우는 딸 지나를 잊을까 두려워하는 딸 수진을 곁에서 지킨다. 점점 병세가 심해지는 수진과 그런 딸을 돌보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아버지 인우. 수진이 지나를 잊지 않고 영원히 가족과 행복할 수 있을까.그동안 알츠하이머 환자를 다룬 콘텐츠는 많았다. 때문에 스토리가 진부하게 느껴질 수는 있다. 영화를 보기도 전부터 '안 봐도 비디오'라는 느낌의 각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카시오페아'의 슬픔은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스토리가 만들지 않는다. 비극적 상황을 받아들이는 안성기의 덤덤함. 딸이 기억을 잃어가며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과정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덤덤한 따뜻함을 보여준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인우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하지만, 눈물이 없는 그의 응축된 눈은 관객의 슬픔을 배가 시키는 장치가 되곤 한다.
슬픔의 반대편에는 알츠하이머로 고통받는 서현진이 있다. 노메이크업으로 등장해 기억을 잃어버리는 고통과 두려움을 원없이 눈물로 쏟아낸다.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하게 하려 두배의 사랑으로 키워낸 딸. 인생의 결정체인 딸과의 추억이 점진적으로 사라지는 것에 대한 공포. 그녀의 공포는 눈물로 치환된다. 서현진의 눈물 연기는 '또 오해영' '너는 나의 봄' 등으로 이미 입증됐기에 신선함은 없다. 다만 알츠하이머 환자 연기를 위해 노메이크업 촬영을 감행했다는 점은 여배우로서 쉽지 않았을 결정이었을 터.
서현진은 연기보다 수척해 보이는 비주얼이 더 눈에 띄었다. 짙게 내려온 다크서클과 생기 없이 메마른 입술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병세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아름다운 여배우이기를 완전히 포기했다. 서현진의 민낯이 이 영화의 백미다. 그의 노력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여기에 아역배우 주예림의 '단짠단짠'한 연기까지 더해졌다. 영화 초반 엄마 역의 서현진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웃음을 유발한다. 엔딩에서는 주예림이 하드캐리한다. 자신을 잊어버린 엄마를 원망하기보다 오히려 감싸 안아주며 "예쁘네, 우리 엄마"라고 대견하게 말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물을 훔치기에 충분하다.
안성기와 서현진은 부담스럽지 않게 부녀의 따뜻함을 완성했다. "괜찮아. 아빠가 있잖아. 기억을 잊으면 아빠가 내일 또 얘기해줄게"라는 안성기의 말 그대로 마음속 어딘가 눈물 버튼을 건드린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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