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교수, 추자현 중국 SNS서 '김치→파오차이' 자막 표기 지적
"대외적 영향력 있는 사람들, 국가 기본 정서 헤아려야"
추자현, 해명 없이 조용히 영상 삭제
앞서 '친中' 함소원·프리지아도 파오차이로 오기
동북공정에 정당성 실을 수 있는 소지 있어 우려
"대외적 영향력 있는 사람들, 국가 기본 정서 헤아려야"
추자현, 해명 없이 조용히 영상 삭제
앞서 '친中' 함소원·프리지아도 파오차이로 오기
동북공정에 정당성 실을 수 있는 소지 있어 우려
배우 추자현이 중국의 동북공정을 정당화하는 데 힘을 실을 수 있는 '파오차이(泡菜)' 자막을 사용한 영상으로 구설에 올랐다. 논란을 인식한 추자현은 해당 영상을 '조용히' 삭제만 했다. '우리 것이 우리 것'이라고 말하지 못한 채 '중국판 홍길동'이 됐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활발한 연기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추자현 씨가 자신의 샤오홍슈(중국판 인스타그램)에 라면 먹는 모습이 담긴 짧은 영상을 게재했다. 하지만 라면에 김치를 싸 먹는 장면에서 김치를 자막에 '파오차이(泡菜)'로 표기해 논란이 됐다"며 제보 받은 내용을 밝혔다. 서 교수가 캡처해서 함께 게시한 이미지는 추자현의 샤오홍슈에 올라온 영상의 한 장면. 추자현이 야식으로 남편 우효광이 만들어준 라면을 먹는 콘텐츠다. 추자현은 라면을 김치에 싸서 먹는데, 이때 김치의 중국어 자막을 '파오차이'로 두 차례나 오기했다.
서 교수는 "안 그래도 중국 쪽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이 많은데 국위선양도 하고, 외화도 벌어오는 건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이런 실수는 더 이상 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중국의 김치공정, 한복공정 등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특히 대외적인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국가적인 기본적 정서는 헤아릴 줄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중국의 김치공정 이후, 우리 누리꾼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한국의 김치를 파오차이로 잘못 표기한 부분을 고치기 위한 노력들이 꾸준히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그간에 좋은 성과들도 많았다"며 "아무쪼록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김치가 대한민국 대표 음식으로써 전 세계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동북공정의 하나로 김치의 기원이 파오차이라고 우기고 있다. 파오차이는 중국 쓰촨성 음식으로, 무, 오이, 양배추, 배추 등 채소류를 염정한 절임식품을 통칭한다. 한국 고유의 음식 김치가 중국의 절임 식품 파오차이로 오용·오역되는 상황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을 개정했다.김치의 중국어 번역 및 표기 용례로 제시했던 파오차이를 삭제하고 신치(辛奇)를 명시했다. 신치는 김치와 파오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김치의 중국어 표기다. 신치는 중국에서 '기', '김'을 내는 글자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고, '맵고 신기하다'는 의미를 담아 선정한 단어다.
파오차이라는 단어가 방송가에서 논란이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넷플릭스 리얼리티쇼 '솔로지옥'에 출연해 유명세를 탔던 유튜버 프리지아도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중국어 자막에 표기해 입방아에 올랐다. 프리지아는 중국판 유튜브라고 불리는 '빌리빌리'에 중국어 수업을 받고 식사를 하는 내용이 담긴 영상을 올린 바 있다. 영상에서 프리지아가 "저는 집에 와서 이렇게 김치찜을 먹을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김치의 중국어 자막을 파오차이라고 표기해 프리지아는 질타를 받았다.
함소원은 지난해 인스타그램에서 중국인 시어머니와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중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중국어로 칭해 논란을 빚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방송 시청자들은 정정을 요구했지만 함소원은 눈과 귀를 닫고 조용히 문제가 됐던 영상을 삭제했다. 네티즌들이 해명을 요구하자 '#김치'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김치 사진만 올렸다.
중국은 최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을 입은 사람을 등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개막식 식전 행사에서 대형 전광판을 내보낸 영상 속에 김장 문화를 마치 자신들의 문화인 것처럼 소개했다. 모두 동북공정의 일환이다.
추자현, 함소원의 경우 남편이 중국 사람인데다 중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프리지아 역시 중국 플랫폼에서도 활발히 활동한 인플루언서였다. 친중 성향의 한국인 스타들인 만큼 이들의 한 마디가 중국의 잘못된 동북공정에 큰 힘을 실을 수도 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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