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인 감독이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 중반부 광한궁 소재 비중을 늘리며 혹평을 받은 것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옷소매'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 조선 왕조 최고의 러브스토리로 꼽히는 '정조-의빈'의 서사를 기반으로 동명의 원작 소설이 가진 '왕은 궁녀를 사랑했지만, 궁녀도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흥미로운 관점을 더해 만든 작품이다. '옷소매'는 방송 중반부인 8~10회에서 원작에 없던 '광한궁' 소재가 극 분량을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준호와 이세영의 로맨스가 뒤로 밀려나며 지루해졌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에 정지인 감독은 "초반 기획 단계에서부터 있던 설정이었고, 극 전개상 필요한 장면이라고 판단했다. 편성 전 대본 평가 회의 때는 가장 반응이 좋은 설정 중 하나였다"며 "'대장금'에서 궁녀가 문을 열어주고 수라상의 음식에 약을 타는 사소한 행동으로 중종반정이 이어지는 설정이 기억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궁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궁녀들이 따로 사조직을 관할하여 결국 '택군'도 가능케 한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광한궁의 일원인 조씨의 조카 월혜는 실존인물인 강월혜가 정조의 암살 시도에 가담했다는 기록을 참고해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호불호가 갈리는 설정이라고 하더라도 드라마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 무리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런 설정들이 더욱 많은 시청자들에게 납득이 가게끔 전개를 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연출을 했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또한 로맨스가 줄어 아쉽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조상궁 조씨(박지영 분) 캐릭터에 대해 "산에게 있어 영조가 최대의 정적이라면, 덕임의 입장에서 그런 사람은 제조상궁 조씨라고 생각한다. 궁녀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절대 닮고 싶지 않은 사람. 조씨는 궁녀들을 위한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의 목표와 방향이 왜곡된 것을 깨닫지 못하고 남들을 올바르지 않은 길로 인도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사소한 선택이라도 동무들과 자신의 삶의 방향을 선의에 놓는 덕임과는 전혀 다르다. 박지영 배우님의 아우라가 조씨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더하며 덕임과 산에게 정적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생각한다. 광한궁의 수장 조씨는 불에 탄 곤룡포를 즈려 밟으며 왕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왕실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궁녀 조직의 양면성을 함께 안고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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