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여자 혐오 논란
집단 강간에 여성 성적 대상화까지
유관순 열사 언급하며 조롱 '눈살'

'오징어게임' 포스터./사진제공=넷플릭스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여성의 나체가 장식품이야? '오징어게임' 여혐 논란 이유'

욕설부터 폭력, 신파, 약자혐오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요소들로 가득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는 장면들과 대사들의 남발로 '여자 혐오 논란'까지 휩싸였다. 지난 17일 공개된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이 2008년부터 구상한 작품이다.

'오징어게임'은 공개 뒤 '오늘 한국의 TOP10' 1위를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홍콩,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모로코, 오만, 필리핀 등 14개 국가에서 1위로 집계됐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9개 국가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 이어 전 세계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오징어게임'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이러한 인기에 '오징어게임'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뜨겁다. 뜨거운 화제성 만큼이나 한계도 분명하다. 호불호가 굉장히 강하다는 것. 특히 일부 누리꾼들은 '오징어게임'이 여성을 그리는 방식이 시대착오적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권력에 빌붙기 위해 몸을 성적으로 활용하는 여성 캐릭터의 설정은 물론 남자들끼리 "넣는 건 내가 잘하지"하며 손가락 욕을 하는 장면은 불쾌함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여기에 '오징어게임'은 장기밀매를 목적으로 여성의 신체를 훼손하는 장면과 함께 "그년 배 가르기 전에 우리가 돌아가면서 그짓까지 했는데 설마 남자한테 그랬겠어?"라며 집단 강간에 대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무엇보다 VIP 연회장에 나체에 호피 무늬로 바디페인팅을 한 여성들을 장식품처럼 배치한 건 충격 그 자체. 백인 남성은 여성의 가슴을 쿠션 대용으로 쓰고, 웅크려 엎드려 있는 여자의 등에 발을 올려 발 받침대로 사용한다. VIP 중 여자고객은 없고 죄다 백인 남자로만 이뤄져 있는 것 또한 실망스럽다.
'오징어게임'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이러한 여혐 요소 외에도 '오징어게임'은 굳이 유관순 열사를 언급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도망이 아니라 독립하고 싶다는 여성에게 남성이 무자비하게 폭행을 가하면서 "독립을 해? 네가 유관순이냐? 그럼 나가서 태극기라도 흔들던가. 아 맞다. 너 북한년이니까 인공기 흔들어야지"라는 발언을 한 것. 아무리 폭행을 가하는 남성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들 '유관순', '태극기' 단어를 조롱하는 상황에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지 않는다.

여기에 노인부터 외국인 노동자 등 약자들을 조심성 없이 다루는 모습은 현실 사회를 풍자하고,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기보단 그저 '혐오'의 느낌이 더욱 짙다.

풍자는 권력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약자에 대한 풍자는 폭력이자 조롱일 뿐이다.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들을 표현하기 위해 여성을 도구로 사용하는 장면들을 꼭 넣어야만 했을까.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퇴행하는 모습을 보인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에 한국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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