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역대급 학폭 논란
'달이 뜨는 강' 제작사·키이스트, 손해배상 분쟁
'달이 뜨는 강' 제작사·키이스트, 손해배상 분쟁
≪우빈의 조짐≫
월요일 아침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여과없이 짚어드립니다. 논란에 민심을 읽고 기자의 시선을 더해 입체적인 분석과 과감한 비판을 쏟아냅니다.양심이 없어도 너무 없다. 배우 지수와 그의 전 소속사 키이스트의 행보를 보고 있자니 정말 (다른 의미로) 대단하다는 말만 나온다. 지수는 본인이 저지른 과거 행위들로 셀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피해보상은커녕 '성범죄는 사실이 아니므로 고소하겠다'며 앉아있고, 키이스트는 소속 배우의 잘못으로 큰 피해를 입은 제작사에 대한 피해보상을 입으로만 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떠날 때 떠나더라도 책임은 지고, 손절했더라도 배상은 하자.
고구려 설화 속 평강 공주와 온달의 이야기를 그려 올해 상반기 기대작이었던 KBS2 '달이 뜨는 강'. 신선한 배경과 로맨틱한 설화, 생동감 넘치는 CG로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10% 돌파했던 이 드라마는 온달 역이었던 지수의 학폭으로 추락했다. 제작진이 밀고 김소현, 이지훈, 긴급 투입된 나인우가 열심히 끌었지만 이미 흠이 난 '달이 뜨는 강'은 반등하지 못했다. 드라마 팬들의 아픈 손가락이 된 '달이 뜨는 강'의 실패 요인은 딱 하나, 지수 때문이다. 지수만 아니었다면 '달이 뜨는 강'은 20%까지 바라봤을 가능성이 컸고 2021년 최고의 드라마가 됐을 것이다. 이후엔 해외로 수출되면서 우리의 역사와 K-드라마의 위상을 널리 알렸을 수도 있다. 제작사과 제작진, 배우들이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호소할 일도 없었겠지.
지수가 학폭 가해자였다는 사실은 '달이 뜨는 강'이 한창 방송되던 3월 알려졌다. "폭력배, 양아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던 지수의 과거는 학폭 연예인 중 가히 최고였다. 폭력, 조직적 구타, 조롱, 음식 던지기, 금품 갈취, 고수위의 성희롱과 성추행 등 상상을 초월하는 폭로들이 나왔다. 지수가 과거 저지른 끔찍한 짓의 피해자는 한두명이 아니었고, 피해자의 부모들의인터뷰가 쏟아질만큼 큰 사건이었다.
KBS는 지수의 하차를 결정했다. 방영 중인 드라마에서 주연배우가 하차하는 것은 드라마 제작에 있어 매우 큰 위협. 특히나 '달뜨강'은 반사전제작이라 20회 중 18회 촬영을 완료한 상태였다. 제작사와 제작진, 배우들은 지수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떠안아야했다. 윤상호 감독과 제작사는 고구려인의 용맹함과 박진감 넘치는 전쟁신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비용의 기술을 투입했다. 고퀄리티 작품이라는 평을 들으며 에미상의 출품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촬영분은 모두 폐기해야했다. 재촬영을 하면서 비용과 시간에 쫓겨 완성도는 떨어졌고 재촬영으로 인한 출연료, 스태프 비용과 장소 대여료, 장비 사용료, 미술비 등 금전적 손해와 시청률 저하, 기대매출 감소, 회사 이미지 손상 등 미래가치까지 엉망이 됐다.
그래서 제작사 빅토리콘텐츠는 키이스트를 상대로 3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키이스트는 "분량 대체를 위한 추가 촬영분에 소요된 합리적인 비용에 한하여 책임질 의향이 있다",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므로 실제 정산 내역을 제공해달라", "최종 정산까지는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예정이기에 일부 선 지급 하겠다" 등 합의안을 제시했다.
드라마는 4월 20일에 종영했고 빅토리콘탠츠와 키이스트의 손해배상소송 첫 번째 조정기일은 5월 20일에 열렸다. 이 한 달 사이 키이스트의 입장이 달라졌다. 해당 사건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취한 것. 제작사에 따르면 키이스트는 "지수의 하차는 사실관계의 면밀한 확인 없이 당사와 KBS의 일방적인 통보에 의한 것이므로 (키이스트는)계약 위반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했다. 또 빅토리콘텐츠의 소송제기에 대해 "지수의 학교폭력 논란을 기회로 실제로 입은 손해 그 이상의 금전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지수의 하차는 자업자득의 결과다. 본인이 직접 학폭 사실을 인정했는데, 이보다 더 확실한 사실관계 확인이 있을 수 없다. 논란 당시 지수는 키이스트 소속이었고 소속사는 배우로 인한 이익과 리스크 모두 안고 가는 것이 상규다. 키이스트가 지수 하차와 관련된 손해들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마땅한 이유다. 책임이 없다고 우기는 것은 치기 어린 행동이다. 어떤 제작사가 앞으로 키이스트의 소속 연예인과 누가 작품을 하려 하겠는가.
키이스트와 지수는 5월 27일에서야 계약을 해지했다. 언뜻 보면 키이스트의 손절 같지만, 지수의 의사를 존중한 상호 합의다. 회사를 떠난 지수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성폭행 주장은 거짓,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들 고소했다'는 입장문 내기였다.
성폭행 의혹의 진실은 수사과정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학폭은 사실이다. 본인이 학폭 가해자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으며 본인이 저지른 잘못으로 '달이 뜨는 강'에 피해를 끼친 것도 사실이다.
키이스트도 '소송에 대해서는 끝까지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기계적인 입장 대신 행동으로 보여줘야할 때다. 지수는 작품에 피해를 입혔고, 지수의 소속사였던 키이스트가 이와 관련하여 발생한 손해들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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