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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빈의 조짐≫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여과없이 짚어드립니다. 각종 논란에 민심을 읽고 기자의 시선을 더해 입체적인 분석과 과감한 비판을 쏟아냅니다.
늦었다. 김정현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사건이 전말이 밝혀지고 나서야 하는 사과는 의미가 없다. 한 명씩 찾아 사과를 하겠다면서도 끝에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는 김정현. 안됐지만, 책임감은 물론 배려와 자아도 없는 배우에겐 만회의 기회란 없다.

김정현이 14일 2018년 중도하차한 MBC 드라마 '시간'과 관련된 태도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무려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일이 돌이킬 수 없이 커지자 내놓은 사과문이다. 틀린 말없이 잘 쓴 사과문이지만, 묘하게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홍보대행사의 설명과 김정현의 사과문을 반복해서 읽어 보고 나서야 이유를 알았다.

김정현은 사건이 불거진 직후 계속 누군가의 탓을 해왔다. 버젓이 사랑이야기라고 소개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멜로라고 시놉시스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고, 제작진들과 불화가 있었다고 하기도 했다. 결국엔 전 여자 친구 카드를 꺼내 조종당했다는 식으로 모두 남 탓을 했다.

사과문 역시 무언가의 탓이다. 사과문엔 넣지 않았지만 홍보사는 사과문을 첨부하며 "김정현은 배우로 활동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앓고 있던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었고, 꾸준하게 잘 관리한 덕분에 건강을 회복한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의 일들로 인하여 심적인 부담을 느껴 다시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로, 현재 가족들의 품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알렸다.
배우 김정현 사과문 / 사진 = 스토리라임 제공

김정현의 병을 꼭 언론과 대중이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김정현이 다시 병을 얻은 건 자신이 저지른 과거의 잘못 때문이다. 하지만 병을 얻었다며 병을 핑계로 마땅히 받아야 할 쓴소리를 피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어쨌든 김정현은 사과했다. 비록 한 바탕 난리를 치고 상처란 상처는 있는 대로 다 준 뒤 3년 만에 굽힌 머리지만.

김정현은 연애놀음에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 했고 배우들과 제작진, 드라마 팬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을 사람은 장준호 감독, 최호철 작가, 그리고 상대 배우인 서현. 김정현은 감독과 작가에게 대본 수정을 요구했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헛구역질 연기도 펼쳤다. 서현과 여배우, 여성 스태프는 철저히 무시했다. 서현은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당시 김정현의 소속사 대표가 나서서 사과까지 했다.

김정현 논란이 터진 뒤 '시간'의 제작발표회 영상은 다시 재조명됐다. 이런 표현이 참 미안하지만, 서현은 공개적으로 망신까지 당했다. 김정현은 수 십 개의 카메라 앞에서 서현의 팔짱을 거부했고 어떻게든 옆에 서지 않으려 이리저리 빠져나갔다. 그의 모든 행동은 영상으로 남아있다.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자리를 지키던 서현은 제작발표회가 끝나고 무대를 내려갈 때 결국 얼굴을 굳혔다.

대본을 쓰던 중간 맹장이 터졌지만 피주머니를 차고 대본을 썼던 최호철 작가는 어떤가. 그는 애정신을 모두 빼 달라는 김정현의 요구에 대본을 몇 번이고 고쳐야 했다. 최호철 작가는 '시간' 후 집필 활동을 멈췄다.김정현은 "'시간' 제작발표회 당시의 기억이 파편처럼 남아있다. 그 당시의 제 모습은 저조차도 용납할 수 없는 모습"이라며 "다시 되돌리고 싶을만큼 후회스럽고 또 후회스럽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문제로 불미스러운 일을 자초했다. 주인공이자 배우로서 책임을 다하지도 못했다. 아무런 변명의 여지없이 사죄드린다"며 "'시간'에서 중도 하차를 하는 모든 과정, 제작발표회에서의 제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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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은 '시간'과 관련된 관계자를 한 명씩 찾고 사과를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사과문을 쓰면서 자신의 실수와 그릇된 행동을 되돌아봤다며 "제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며, 항상 제 자신을 돌아보고 관리하는 건강한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복귀 의지를 다졌다.

3년이 지난 후 김정현의 사과가 과연 면죄부가 될까. 김정현이 정말 죄송했다면 복귀작인 tvN '사랑의 불시착' 촬영 전 사과를 해야 했다. 김정현은 당시의 행동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라 자신했을 것이고, 기사화 됐을 때도 병 핑계와 제작진 혹은 전 여자친구의 핑계를 대면 넘어갈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버티다가 오늘에서야 사과문을 올렸을 것이고. 엎지른 물은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없다. 김정현이 이미 저지른 일 역시 바로잡기 힘들다.

'좋지 못한 건강 상태임에도 잘못과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려는 의지로 용기를 내어 쓴 사과문'이라고 병 핑계를 대는 건 여전히 배우로서 책임감이 없다는 말이다. 김정현이 정말로 배우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죄송하다면, 사과문을 올리기 전 모두를 만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용서를 구해야했다.

프로의식이라곤 끝까지 찾아볼 수 없는 김정현. 모든 전말이 다 드러났음에도 핑계를 대고 있는 김정현, 안타깝고 지질한 행보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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