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를 향한 국민의 분노는 '반중 정서'가 아니다. 명백한 역사 왜곡에 대한 분노다. 폐지를 요청하는 것도 제작 지원과 광고를 넣은 브랜드를 압박하는 것도 모두 동북공정 때문이다. 중국이 먼저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려 드는데 분노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조선구마사'(연출 신경수, 극본 박계옥)는 단 2회 방송만으로 역사를 왜곡하려는 속셈을 들켰다. 대놓고 중국의 전통음식과 중국풍 칼 등 중국풍 소품을 사용하더니 태종과 세종, 이씨 왕조의 뿌리를 넘어 홍건적(중국 한족의 농민 반란)의 난을 제압한 고려의 명장이자 충신인 최영 장군을 대사로 모욕했다.
작가와 감독을 포함한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은 '철인왕후'처럼 넘어갈 줄 알았겠지만, 영리한 시청자들은 중국식 소품과 위인의 모욕 뒤에 동북공정이 있다는 걸 찾아냈다. '조선'이 배경이지만 누구 하나 '갓'을 쓰지 않는다는 것도, 술상에 올려진 음식들이 중국 음식인 월병과 피단(삭힌 오리알)인 것도 그 옆에 조선 후기나 되어야 들어올 감자가 있는 것도 찾아냈다. 그리고 깔끔하지 못하게 양갈비 뼈를 가득 쌓아둔 것도 모두 중국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었다.
'조선구마사'는 왜 판타지 사극이라는 이름 아래 역사를 왜곡하려 했을까. 제작사와 SBS는 애초에 판타지였다면 가상 시대, 가상 인물을 사용하면 됐지 왜 굳이 실존 인물을 사용했을까. 그것도 조선의 위대한 왕으로 꼽히는 인물만 골라서.
놀랍게도 중국의 텐센트가 자산 인수한 아이플릭스(말레이시아 스트리밍 사이트)의 '조선구마사'는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북한의 공식명칭) 건국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을 그린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이 텐센트는 YG엔터테인먼트의 지분도 갖고 있다.
이것만 봐도 중국이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동북공정 프레임임을 알 수 있다. 문화콘텐츠를 통해 북한이 중국의 영토였으며 중국의 소수 민족이라고 또 거짓 주장을 펼칠 그림임을 대중은 이미 알아챘다.
'조선구마사'는 한국판 엑소시즘이라는 거짓 뒤에 우리나라가 고려의 전통을 계승한 것을 부정한다. 박계옥은 '철인왕후'에서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라고 폄훼하며 조선의 역사를 한낱 지라시로 몰고 가더니, '조선구마사'에서는 조선에 이어 고려까지 흔들려는 속셈을 내비쳤다. 드라마에서 쓰인 소품이나 대사의 단면만 보면 그냥 역사 왜곡의 일부지만 더 깊게 보면 동북공정에서 우기고 있는 내용들을 뒷받침하려는 '치밀한 속임수'다.
'조선구마사'의 논란을 한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파면 팔수록 역사 왜곡과 동북공정에 대한 증거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대중은 행동하고 있다. 일부는 이러한 움직임을 '반중 정서'로 몰아가기도 했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을 쓰면서 왜곡에 대한 분노를 반중 정서로 몰아가는 건 논점 흐리기다.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분노할 역사 왜곡을 왜 반중정서라고 표현하나.
'조선구마사'는 한 주 결방하고 재정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안하지만 역사 왜곡은 중대한 사안이고 제작진과 배우가 나서서 사과하고 수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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