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최초 우주 SF '승리호' 연출·각본 조성희 감독
"생애 처음 썼던 장편 시나리오가 영화로…얼떨떨"
"신파 코드, 영화에 꼭 필요했다"
"송중기, 한결같은 배우"
"생애 처음 썼던 장편 시나리오가 영화로…얼떨떨"
"신파 코드, 영화에 꼭 필요했다"
"송중기, 한결같은 배우"
"영화를 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후 처음 쓴 장편 시나리오가 지금의 '승리호'인데, 관객들에게 선보였다는 사실이 꿈만 같고 실감이 안 납니다. 시간이 지나야 이 영화를 조금 더 선명히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얼떨떨합니다."
조성희 감독은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 5일 공개된 영화 '승리호'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승리호'는 지구가 황폐해져 우주에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건설된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부들이 대량살상무기인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승리호'는 한국영화 최초의 우주 SF 장르라는 점에서 공개 전부터 기대와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된 작품이었다. 호평과 호평이 엇갈리긴 하지만 관객들이 큰 거부감 없이 CG 장면이 많은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데는 대부분이 동의하는 분위기다."VFX(시각특수효과)가 많다보니 같은 장면도 굉장히 여러 번 찍어야 해서 촬영 분량이 상당했던 게 조금 고생스러웠어요. 저도 그렇고 배우나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인 게 모두들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어요. 우리가 머릿속에 다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나 의문이 생기기도 했죠. 촬영을 했더라도 그걸 참고로만 쓰고 전체를 다 CG로 작업해야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모두가 약간 안개 속을 걷는 느낌이었어요. 짙은 안개는 아니고 옅은 안개 정도요. 하하."
'승리호'의 호불호가 나뉘는 이유 중 하나는 부성애를 기반으로 하는 신파 코드 때문이다. 영화의 감동을 주기 위한 요소라곤 하지만 지나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것. 조 감독은 "관객들이 신파 서사에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건 내 고민이 깊지 않았던 것 같아 반성하게 된다"면서도 "저는 우리 영화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가족과 가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심이 있어요. 캐릭터들은 가족들을 잃어버렸고, 그런 이들끼리 다시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요. 새로운 형태로 가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신파를 좀 피해보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론 그렇게 됐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승리호'라는 이름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낸 것일까. 어찌보면 투박하기도 하고 촌스럽기도 하고 쉽기도 한 이름이다."업동이(유해진 분) 대사로도 나오는 것처럼 일단 이긴다는 의미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적을 물리지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척결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같이 화합하면 살 수 있을까'를 이 영화에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무엇이 진짜 승리인가를 뜻하는 의미에는 우주선 이름과 영화 제목을 승리호라고 했어요. 사실 이런 것들은 제가 시나리오를 쓰면서 의미를 부여하고 발견해낸 것이고, 처음에 승리호라고 붙였던 건 어감이 좋고 적당히 유치하고 귀여워서에요. 하하.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게 무슨 뜻일까 생각하다보니 승리호라는 이름이 이야기와 맞닿는구나 알게 됐죠."
'승리호'는 2092년이라는 근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100년이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이처럼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할 것인가, 또한 이 같이 우주산업이 진보할 것인가 고개를 갸우뚱하게도 하지만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를 고려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영화에 여러 가지 과학기술들이 나와요. 인공 중력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우주선 안을 떠다니는 게 아니라 걸어다니고 자의식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로봇도 등장하고요. 이런 것들이 이뤄지려면 적어도 몇 십 년, 아니 굉장히 먼 미래라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이천 몇 백 년까지 가지 않은 건 한편에서는 아직도 손으로 우주선 수리를 하고 수레도 끌고 다니는 것처럼 수작업을 하는 세상을 동시에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에요. 저는 한 세기가 넘지 않고 21세기 안에서 이뤄지는 일이였으면 해서 2092년으로 정했어요."
이번 영화에는 배우 송중기가 승리호 조종사 태호 역으로 출연한다. 조 감독은 2012년 개봉한 영화 '늑대소년'으로 송중기와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송중기는 최근 열린 온라인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감독님과 두 번째 만남인데 항상 꼬질꼬질한 캐릭터를 주시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를 두고 조 감독은 "송중기가 멋있는 건 다른 데서도 많이 하지 않나"고 농담을 던졌다.
"처음에 작업했을 때보다 소통에 있어서 서로 더 편했어요. 7~8년 정도 지나긴 했지만 중간 중간 계속 연락도 하고 만나기도 해서 그리 오래된 것 같지도 않네요. 변함없는 점 있다면 '사람 송중기'라는 점이에요. 늘 밝고 주위 사람들과 친화력 있게 잘 지내요. 현장을 좋은 분위기로 만들려고 노력해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죠."
제작비 240억 원이 투입된 대작에 한국영화 최초 우주 SF, 송중기를 비롯해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 화려한 배우 라인업까지. 거창한 수식어들도 많지만 조 감독이 결국 '승리호'에 담고 싶었던 건 평범한 이들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다.
"요란한 비주얼이 나오는 그런 영화의 주인공이 꼭 멋있는 옷을 입은 영웅이 아닐 수도 있어요. 빠르게 날아다니는 우주쓰레기를 청소한다는 건 위험하고 허드렛일이라고 할 수도 있잖아요. 이런 일을 하는 평범한 이들이 주인공이라면 한국인이라는 캐릭터로 우주 SF를 만들어도 너무 허황된 얘기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 점에 용기를 얻고 이 이야기를 쓸 수 있었습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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